노동사회위원회 칼럼(lb) 2009-06-25   1650

최저임금도 삭감되는가?



최저임금도 삭감되는가?

이병훈 / 중앙대 교수 사회학과

이번주에 최저임금이 결정된다고 한다. 늘 그렇듯이 2010년 최저임금의 결정을 둘러싸고 노사간 샅바싸움이 팽팽하다.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보장을 위해 28.7% 인상된 시급 5150원을 요구하는 반면, 경영계는 최근 경제위기를 이유로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을 덜기 위해 5.8% 삭감한 3770원을 제시하고 있다.

경영계 처음으로 삭감 요구

경영계가 삭감을 주장하는 것은 지난 1988년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심지어 98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던 경영계가 이번 위기에는 아예 ‘깎자고’ 나서니 뭔가 크게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다. 그동안 최저임금 협상에 있어 줄곧 방어적 입장을 취해 왔던 경영계가 친기업 정부시대를 맞아 공격적으로 노동계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최저임금법 제1조를 살펴보면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적혀 있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보장되어야 하는 최저 기준의 임금을 의미한다.

실제 10%대의 낮은 노조 조직률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은 무노조 중소사업장에서 매년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해오고 있다. 그런 만큼, 임금소득으로 자신과 가족들의 생계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은 그나마 그들의 근근한 생활을 유지하는 중요한 버팀대가 되고 있다.

그런데 경영계가 주장하듯 최저임금이 삭감된다면, 중소사업장 노동자들로서는 뛰는 물가에 살아갈 길이 더욱 고단해질 것은 뻔하다.

실제 경영계의 5.5% 최저임금 삭감에 더하여 올해 5월까지의 소비자물가 3.6%를 감안할 경우 현재의 생계비를 10% 가까이 줄이거나, 아니면 그만큼 초과근로에 매달려야 할 것이다.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너무도 가혹한 요구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에서는 이번 경제위기를 맞이하여 최저임금을 크게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배경에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가처분소득을 높여 그들의 생계 안정을 도모할 뿐 아니라 그들의 소비확대를 통해 경기부양의 효과를 얻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 와중에 우리 경영계는 자기들만 살겠다고 최저임금을 삭감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최저임금을 몇 푼 올리면 고용이 줄어든다는 경영계의 주장은 이미 숱한 연구를 통해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믿는 구석은 ‘친기업 정부’

물론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세계적 공황 속에서 중소기업들의 사정이 매우 어려운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다고, 경제위기를 핑계삼아 노동자들의 최소한 생계조차 무너뜨려야 할 것인가? 더욱이 날로 확대되는 빈부격차 속에서 그나마 최저임금마저 깎아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더 많은 박탈감을 안겨주려 하는가?

최저임금위원회가 경제위기로 인해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가계형편을 축내려 하기보다 오히려 개선하려는 용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

최근 인터넷으로 전파되는 어느 시민단체 청년자원봉사자들의 노래처럼 “최저임금 높아지면 대박이야! 알바생도 대박, 사장님도 대박! 너도나도 우리 모두 대박”인 2010년 최저임금 결정이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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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6241821335&code=99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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