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칼럼(lb) 2014-05-29   1695

[공동기획 2014 지방선거, 왜 생활임금인가④] 생활임금 반대 이유 봤더니…

2014 지방선거, 왜 생활임금인가

세월호 침몰 사고로 선거 이슈가 모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습니다. 이 와중에 노동친화정책 공약으로 떠오른 생활임금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노동자가 4인 가족과 최소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생활임금’의 필요성과 의미를 오마이뉴스와 참여연대가 함께 짚어 봅니다.

 

 

경기도 정책 못 믿는 이유, 이래도 모르겠어요?

[공동기획 2014 지방선거, 왜 생활임금인가④] 생활임금 반대 이유 봤더니…

 

생활임금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시도가 본격화되자 반대도 거세지고 있다. 반대 논리는 전반적으로 궁색하다. 생활임금의 부작용이나 부당함을 엄밀한 논리로 증명하기보다 그저 레토릭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재 생활임금을 가장 열심히 반대하고 있는 경기도의 사례를 보기 전에 일단 생활임금에 대한 사용자 단체의 입장부터 확인해보자.

지난 4월 한국경영자총협회(아래 경총)는 생활임금 시행을 위한 상위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김경협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부천 원미갑)이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

경총은 첫째, 생활임금 도입 관련 규정을 신설하는 것은 헌법에 근거한 최저임금 제도를 무력화할 것이며, 둘째 생활임금 제도는 계약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현행 유관법령에도 위배될 가능성이 높고, 셋째 지자체들이 열악한 재정 상황에도 불구하고 생활임금제도를 경쟁적으로 도입한다면 종국에는 국민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우선 지방 재정악화에 대한 문제제기부터 따져보자. 경기도가 최저임금 150%의 생활임금을 시행한다고 가정하면, 1년 동안 필요한 예산은 대략 3억 원이라고 한다. 경기도의 2014년 예산은 15조 원이 넘는다. 경기도의 경우, 생활임금 시행에 필요한 예산은 전체 예산의 0.002%다. 생활임금을 오랜 기간 시행해온 미국 등의 사례를 실증적으로 분석해 봐도 생활임금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악화시킨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

둘째, 이미 많은 지방자치단체는 조달·위탁계약 때 계약의 자유나 기업의 이익보다는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사회적 가치와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회적 약자나, 중소기업 등을 우대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실제 조달청은 공공조달을 통해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셋째, 경총은 생활임금이 최저임금을 무력화한다고 걱정하지만, 최저임금을 무력화하는 것은 매년 ‘최저임금의 동결’을 외치고 있는 경총이지, 생활임금은 아닌 것 같다. 최저임금 현실화는 생활임금 제도에 거는 가장 큰 기대 중 하나이다.

경기도의 생활임금 조례 거부 이유가 궁색한 까닭

알려진 것처럼 경기도는 경기도의회가 통과시킨 생활임금 조례안을 두 차례나 거부했다. 경기도는 생활임금조례가 ‘일정한 임금의 지급’이란 특정한 계약조건으로 민간업체의 계약상 이익을 제한한다고 주장한다. 생활임금 제도에는 지자체가 민간업체와 조달·위탁계약을 체결할 때 민간업체 소속 노동자의 임금 조건을 넣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경기도의 주장은 자기모순이다. 지난해 경기도는 오는 2017년까지 향후 연간 단계별 고용개선 대책추진이 담긴 ‘경기도 비정규직 고용개선 종합계획(2013~2017)'(아래 비정규직 종합계획)이라는 것을 발표했는데, 내용만 보면 지금 당장 생활임금 제도라고 불러도, 크게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비정규직 종합계획에서 도가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 노동자, 도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대책뿐만 아니라 민간위탁사업 제도를 개선하고, 비정규직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민간 업체를 우대·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경기도가 제시한 비정규직 개선 기업에 대한 우대지원제도를 보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제도인 ‘일자리창출 우수기업 인증 및 고용환경 개선사업’을 확대·개편하여,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과 동일한 수준으로 (비정규직 임금을)지급하는 기업 또는 적정 일자리라는 관점에서 생활이 보장될 수 있는 일정 수준의 임금 이상을 지급하는 기업에게 가점이 부여되도록 설계’하겠다는 입장이다.

 

<표1> 생활임금조례안, 재의요구서, 비정규직 종합계획 비교

생활임금조례안

재의요구서

비정규직 종합계획1)

제5조(생활임금 장려) 도지사는 경기도와 위탁․용역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기관 또는 업체의 대표자가 해당 업무 근로자에게 생활임금 이상을 지급하는 경우 위탁․용역업체 선정 심사 시 가점을 줄 수 있다.

조례안 제5조에서 도는 도와 위탁·용역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기관이 소속 근로자에게 생활임금 이상을 지급하는 경우 위탁·용역 업체 선정 심사 시 가점을 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중략) 이는 생활임금의 지급이라는 특정한 조건을 계약당사자에게 부과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어 생활임금의 지급이라는 법령에 없는 특정한 조건을 부과하여 계약상대방의 계약상 이익을 제한하는 것이 되어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6조에 위배됩니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 근로시간, 산업안전 등 구체적 항목이 평가항목이 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설계

※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과 동일한 수준으로 지급하는 기업 또는 적정 일자리(decent work)라는 관점에서 생활이 보장될 수 있는 일정 수준의 임금 이상을 지급하는 기업에게 가점이 부여되도록 설계

1)「경기도 비정규직 고용개선 종합계획(2013~2017)」p.15

표1에서 보듯 생활임금 조례안의 내용과 경기도가 일 년 전에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계획의 내용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공공조달 조례’를 제정하여, 조달의 입찰 조건을 통해 공공조달에 참여하는 민간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고용형태를 개선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런데 경기도는 왜 생활임금조례가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6조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는 걸까.

*경기도 비정규직 고용개선 종합계획(2013~2017) 중 ‘공공조달 조례제정 추진’ 관련 내용

〇 공공조달 조례제정 추진

– (기본 입찰조건) 입찰조건으로 기간제근로자, 파견근로자 등 비정규직 근로자가 일정비율 이상을 넘지 않을 것을 명시, 기본요건 미달 시 입찰자격 제한

– (낙찰단계에서 가점 부여) 도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조건 및 고용형태 개선 우수기업」으로 인증된 기업이 우선 낙찰 받을 수 있는 제도 마련

– (이행강제수단) 계약이행 단계에서 입찰 및 낙찰조건이 준수되지 않는 경우 계약 해지 또는 대금 지불을 유보하는 형태 등으로 실효성 확보

〇 (법·제도 개선) 계약관련 법령, 규정 등에 대한 정부차원의 개정 건의

경기도는 민간업체에 대한 평가 제도를 개선해서 민간업체 소속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일정하게 보장하고, 공공조달조례를 제정해서 일정한 입찰 조건을 제시해 불이행시 계약까지 해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민간업체 평가제도와 공공조달조례를 종합해보면, 생활임금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렇듯 경기도가 이미 생활임금과 유사한 계획을 마련해 놓았는데 왜 굳이 생활임금 조례 요구를 들어주지 않느냐고 비판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할 수도 있다. 문제는 경기도가 이같은 계획만 발표했을 뿐, 정작 그 방향과 목표가 유사한 중앙정부의 정책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지도 않고, 시민사회의 대안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30일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지난 2013년 한 해 동안 78조8천억 원 규모의 중소기업제품을 구매했는데, 이 가운데, ‘중소기업자와 우선조달계약제도’에 대해 51개 기관에서 129건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관별로 보면 경기도 소속기관이 22건으로 가장 많은 위반 건수를 보였다(액수로는 20억 원 상당).

‘중소기업자간 경쟁제도’의 경우 40개 기관에서 81건을 위반했다(101억 원 상당). 이 역시 기관별 위반 건수가 제일 많은 곳은 경기도 소속기관으로, 13건(액수로는 보면 19.1억 원 가량) 이나 됐다.

이런 사례들 때문에 경기도의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백번 양보해서 생활임금 제도가 절대로 수용될 수 없는 제도라면 경기도는 이미 밝힌 ‘비정규직 종합계획’을 추진하면서 현재까지의 이행 실적을 공개하면 된다. 이러면 경기도는 ‘최소한’ 자신의 정책이 생활임금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도는 그저 반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때문에 경기도에 민간업체 소속 비정규직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할 생활임금 조례의 수용과 이행을 촉구하는 것이다. 보다 나은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무턱대고 반대만 해서야 되겠는가.

다양하게 도입 가능한 생활임금, 유권자의 선택은?

경기도는 올해 초 생활임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최저임금법을 거론했다. 경기도는 ‘최저임금법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소속 직원에 대한 임금을 책정하여 지급할 의무가 있을 뿐 이외의 추가적인 법적 의무를 부여하는 상위법령의 규정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기도의 주장과 달리 고용노동부는 생활임금조례가 최저임금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경기도의회가 올해 1월 생활임금조례안의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를 질의하자, 고용노동부는 ‘생활임금조례안은 사용자의 이익을 침해하지만, 최저임금법 위반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논리적으로 ‘최저임금법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소속 직원에 대한 임금을 책정하여 지급할 의무’는 최저임금법 준수를 의미할 것이다. 여기서 최저임금법 준수란, 법정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최저임금법은 일정한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도는 ‘최저임금법 위반’이란 표현을 통해 생활임금이 마치 위법한 제도인양 호도하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주도록 강제하는 법이기 때문에, 일정한 수준 이상의 임금을 보장하자는 제도인 생활임금은 최저임금법을 위반할 수 없다. 경기도의 논리는 법정 최저임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임금을 보장해야 하는 사용자의 의무를 교묘하게 은폐하고, 법정 최저임금을 최고임금으로 이해하고 있는 인식을 보여줄 뿐이다.

경기도는 생활임금 조례를 거부하면서 ‘다른 지역의 민간업체와 비교해 경기도와 계약하는 민간업체가 차별을 받는다’면서 생활임금이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논리를 폈다. 만약 경기도의 논리가 옳다면, 우리나라 모든 지방자치단체는 어느 누구와 어떠한 계약을 맺더라도 동일한 가격 조건으로 계약을 맺어야 한다. 지역의 어떠한 특수성과 정책적 지향도 반영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이미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의 특수성과 조건을 반영하여, 민간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현실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

생활임금이 가능하냐, 그렇지 않냐는 논의는 이제 그만해도 될 것 같다. 생활임금은 다양하게 도입될 수 있으며, 논의는 제도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비정규직, 저임금노동 문제와 연계한 포괄적인 노동친화적 지방자치행정로서 생활임금의 도입은 이제 지방자치단체장에게는 의지의 문제이고, 유권자에게는 선택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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