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칼럼(lb) 2012-10-04   2107

[연속기고-왜 다시 산별노조인가? ⑰] 산별노조운동의 발전을 위한 선결과제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4월30일 창립 2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2012년 총·대선 국면 산별노조운동 점검 좌담회’에 이어 ‘왜 다시 산별노조인가’를 주제로 연중 캠페인을 진행한다. 캠페인에는 산별노조연석회의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가 함께한다. 연석회의에는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금융노조·보건의료노조 등이 참여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연중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연속기고에서 한국 노사관계 개혁을 위한 산별노조운동 전면화와 초기업 노사관계로의 재편을 제안한다.

 

연속기고는 매주 월요일 게재되며, 산별운동에 관심 있는 현장 노사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연속기고가 마무리되면 책자로 발간한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산별운동 진단과 제도화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도 준비하고 있다. 산별노조운동 진전을 위한 실질적인 공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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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없는 민주주의, 심각해지는 노동양극화, 신자유주의적 유연화 공세에 위협받는 노동권, 그리고 경제위기의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는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들…. 이처럼 노동의 위기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데 우리 노동운동의 대응은 무기력하다. 대선국면을 맞아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둘러싼 정치권의 요란한 선거공약이 난무함에도 정작 이러한 사회개혁에 우리 사회의 노동자 대중을 대변해 핵심주체로 나서야 할 조직노동의 존재감은 미약하기만 하다. 이에 더해 MB정권하에서 복수노조의 일방적 시행과 더불어 노골적인 노조파괴공작이 자행되면서 우리 노동운동은 사분오열로 갈라서고 현장의 조직기반을 거침없이 침탈당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니, 노동운동이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놓여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그 와중에 산별노조운동 역시 한계적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 

 

산별노조운동의 추진은 97년 외환위기를 배경으로 당시의 위기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로서 주체적으로 선택한 전략적 방침이었다. 이 같은 운동방침을 좇아 지난 10여년 동안 수많은 노조들이 조합원들을 교육하고 설득해 산별노조로의 조직전환에 성공함으로써 산별노조운동의 시대를 힘차게 일궈 갈 수 있었다. 산별노조 건설을 통해 산별운동을 전개해 나갈 수 있는 집행체계를 갖추고 집중된 재정자원으로 전략적으로 조직화사업이나 투쟁조직 지원을 수행했으며 일부 산별노조는 중앙교섭의 일정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사용자들의 산별교섭 거부와 MB정부의 반산별적 공세에 떠밀려 최근 수년 동안 산별노조운동은 답보 상황에 놓이거나 심지어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부로부터의 도전과 장애에 못지않게 우리 산별노조운동은 적잖은 내부문제들에 봉착해 침체의 덫에 빠져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대공장과 중소사업장의 운동적 분절구조가 여전히 고착화되고 기업·업종·정파 간 분열이 뿌리 깊게 온존하고 있으며 산별운동을 통한 가시적인 성과의 미흡에 따른 조합원 대중의 실망감이 확산되고 산별집행체계의 관료화와 현장기반 약화와 더불어 운동 활력을 갈수록 잃어 가는 등 심각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현재의 산별노조들이 ‘무늬만 산별’ 일 뿐 종래의 기업별 운동관성에 붙잡혀 온전한 산별운동을 전개하고 있지 못하다는 따가운 비판과 회의론에 휩싸여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이처럼 산별조직의 형식적 전환에도 불구하고 산별다운 운동성을 발전·체화하고 있지 못한 한계적 상황을 맞이하면서 “왜 산별노조운동을 만들어 가려 했는가” 의 초심을 다시금 떠올려 보게 된다. 지난 10여년동안 산별노조의 건설에 뜻을 모았던 그 바탕에는 기업별노조 체제의 분절적 운동관행을 넘어 초기업적인 노동자단결을 조직해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의 공세를 물리치고 노동자계급의 권익을 대변하는 산별교섭과 사회개혁을 힘 있게 펼쳐 나갈 노동운동으로 탈바꿈하겠다는 희망과 의지가 담겨 있었을 것이다. 또한 기업별 조직체계를 탈피해 산별적 단일조직으로 전환함으로써 강력한 지도집행체제를 구축해 노동자들의 계급적 이익을 효과적으로 대변하고 개선할 수 있는 강력한 노동운동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근거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산별노조운동이 초기업적 조직형식을 어느 정도 갖췄음에도 본래 지향했던 바와는 동떨어진 채 내부 분열과 위약함을 드러내고 있는 한계적 상황에 봉착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자본과 국가권력이 산별노조운동을 가로막아서, 그리고 산별운동의 진전을 뒷받침해 줄 제도적 기반이 취약해서 현재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외부적 도전을 극복하고 제도적 취약성을 이겨 내기 위해 산별노조의 활동주체들이 산별다운 운동을 만들어 가지 못하는 주체적 문제를 심각하게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노조들을 이끌어 가는 운동주체들은 산별노조운동의 대의로서 계급적 단결과 연대를 표방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별 조합원들의 이해관계나 업종별 부문주의적 활동 관행 그리고 정파적 권력추구 등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산별노조운동의 조직형식을 갖췄을지언정 그 실속에서 과거의 분열적인 운동관성에서 벗어나 진정한 계급단결을 구현하려는 산별운동을 목적의식적으로 체화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필자는 우리 사회에 날로 심각해지는 노동의 위기와 노동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를 산별노조운동의 강화와 발전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기업이나 종사상 지위 그리고 직종 등의 분열 경계를 넘어 계급적 노동자단결을 구현하는 산별노조운동을 통해서만이 오늘의 위기적 현실을 힘 있게 바꿔 나갈 수 있으리라는 소박한 믿음을 여전히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산별노조운동을 중심으로 계급적 단결을 꿈꾸기에는 안팎으로부터 부과되는 장애와 문제들이 간단치 않다. 하지만 운동이라는 것이 주체의 결단과 의지를 통해 그 역사가 만들어지는 만큼 현재의 산별노조운동을 이끌고 있는 활동주체들이 그 내부에 유지·온존하고 있는 분열적 운동관성을 과감히 떨쳐 내고 단결과 연대로 결집하려는 주체적 쇄신의 결단을 보인다면 그 운동의 발전이 전연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때 산별노조운동의 답보상태를 타개·돌파하기 위해서는 총연맹에서부터 현장조직에 이르기까지 큰 병폐로 자리 잡고 있는 정파적 분열의 극복을 최우선적인 과제로 꼽지 않을 수 없다. 정파적 각축과 분열이 운동주체 모두의 자멸로 귀결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산별노조운동의 발전적 도약을 함께 책임지는 정파 간 활동원칙을 확립해 활동역량의 결집과 조직민주적인 소통을 이뤄 가는 것이 절실히 요망된다. 이를 통해 각급 조직에서 산별노조운동을 이끌어 갈 탈정파적인 지도집행력을 구축하도록 하고 특히 총연맹 수준에서는 산별노조운동추진본부를 두고 이 운동의 발전방향과 사업방침을 총괄 지휘함과 동시에 산별부문주의의 폐해가 고착화되지 않도록 산별노조 간의 연대와 조직통합을 촉진-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산별노조운동의 강점은 강력한 지도집행체제를 구축해 산업별 또는 사회적 수준에서 그 개입력을 행사하는 데에 있음에도 우리 현실에는 여전히 기업별 운동관성으로 인해 매우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한편 상명하달식의 활동방식으로 인해 현장동력이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산별노조운동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도집행력의 강화가 절실히 요구되는데, 이는 조직형식을 산별로 바꾼다고 자동적으로 확보된다기보다는 운동적 성과의 확보를 통해 산별노조 지도부에 대한 조합원 대중의 신뢰와 지지를 획득-제고함으로써 성취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그런 만큼 산별노조운동의 지도부는 당면한 조건하에서 전략적으로 운동의제를 ‘선택’하고 운동역량을 ‘집중’해 확실한 운동적 성과를 이끌어 냄으로써 대중적 효능감을 넓혀 나갈 필요가 있다. ‘승리하는’ 산별노조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한국적인 노사관계 지형과 사회 여건을 무시하는 당위적이거나 원칙론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그 현실여건에 부합하는 조직화방식이나 교섭체계를 선택하거나 상대(자본과 국가권력)의 약한 고리를 효과적으로 압박하고 사회적 공감과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현실정합적인’ 운동전략을 강구·실행하는 것이 요망된다. 

 

산별노조운동은 단순히 그 조직형식을 갖춘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 운동이 추구하는 계급적 단결과 사회적 규제력을 강화해 나가는 지속적인 과정으로 인식해야 한다. 서구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산별노조운동이 자본의 저항을 이겨 내고 제도적 안정성을 확보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산별노조 지도부가 한건주의식 활동에 연연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 입각해 그 운동의 단계적 과업목표를 설정하고 꾸준하게 진전시켜 가는 운동집행의 일관성을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별노조로의 조직전환을 통해 그 몸집은 커졌지만 그 조직의 울타리 안에는 오히려 조합원 대중의 이질적 이해관계가 확대·조성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조합원들의 상호배타적인 정서를 산별적 정체성이나 연대의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목적의식적 활동이 체계적으로 전개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사업장 경계를 넘어서는 지역차원의 조합원 연대활동을 심화·발전시키는 것이 요망된다. 

 

요컨대 지난 10여년 동안 만들어 온 산별노조운동이 작금의 한계적 상황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그리고 날로 강화되는 외부로부터의 도전을 이겨 내기 위해서는 그 운동의 질적인 도약을 이루려는 주체적인 쇄신의 결단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 글은 이병훈 중앙대 교수 의 기고입니다. 원문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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