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비정규직 2015-04-10   1232

[논평] 합의 실패한 정부안 폐기해야

 

합의 실패한 정부안 폐기해야

자본의 이익만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다 맞이한 결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한다며 정부가 추진했던 노․사․정 간 논의는 ‘합의’가 아니라 노동자과 시민에게 일방적인 ‘항복’을 요구했다. 박근혜정부는 ‘합의’가 실패한 지 하루 만에 후속계획을 발표하며 소위 ‘노동시장구조개선’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애초에 정부에게 타협과 대화의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노동시장구조개선을 위한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말했던 박근혜정부는 정부안에 대한 합의를 종용하며 논의 시한을 못 박기까지 했다. 합의에 실패하자, ‘기본방향에 대한 공감’, ‘추후 지속적인 논의’ 등의 표현을 동원하여, 정부 자신의 안을 합리화하고 있지만, 박근혜정부는 이번 ‘결렬’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해 말 발표한 <비정규직종합대책>과 논의 과정에서 제출된 전문가그룹공익전문가 안이 그만큼 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평가해야 할 것이고, 한국노총뿐만 아니라 노동계 전체와 시민사회가 정부안을 거부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합의’를 존중한다면 정부안을 강행할 것이 아니라 폐기해야 한다.

박근혜정부와 재계는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기성 노동자가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규직과보호론’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박근혜정부와 재계가 이번 논의에서 관철시키고자 한 것은 모든 노동자에 대한 더 쉬운 해고이다. 청년이든 아니든 모든 노동자가 이미 정리해고로, 희망퇴직과 명예퇴직 몰이로, 온갖 형태의 권고사직 강요로 일자리에서 내쫓기고 있다. 무분별한 해고를 규율할 법제도는 부실하고 이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고용노동부의 역할도 미미하다. 일반해고 요건 완화, 더 쉬운 해고를 목표로 하는 취업규칙 변경조건 완화 등을 관철시키고자 했던 정부와 재계가 청년실업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가당찮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이번 결렬로 인해 수십 만의 청년을 고용할 수 있는 기회가 수포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기업 노사가 자발적으로 임금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기득권을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과 투자에 쓰지 않고 수백조 원의 자본을 사내유보금 형태로 쌓아두는 재벌․대기업이 청년을 고용하기 위한 비용이 없어서 정규직노동자의 임금을 줄여야만 청년을 고용할 수 있다고 호도하는 것이다. 대기업 노동자가 임금을 양보한다면 재벌․대기업이 고용창출을 위한 양보는 무엇인지도 밝힌 바 없다. 중소기업, 하청업체와의 ‘이익 공유’라는 사회적 요구에 화답하는 대신 ‘기업의 고용창출과 임금 지불능력, 서비스 질 향상을 저해하지 않도록 정부는 가격 규제를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심지어 ‘국회와 법원이 만들어 놓은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기업은 고용 감축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국회와 법원이 만들었다는 그 비용이 무엇이며, 얼마인지 경총에게 되묻고 싶다. 법원이 정리해고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판례를 만들고 있고, 국회는 비정규직 문제와 전체 노동자의 삶의 질 하락에 대해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동자와 시민, 국가 전체를 상대로 사실상 협박을 하는 셈이다.

박근혜정부는 한국노총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결렬했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 간의 악의적인 편 가르기를 통해 정부안을 관철시키려 했던 접근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 좋은 일자리의 확대, 저임금-장시간 노동의 해소, 정규직의 비정규직화가 아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시대적 과제이다. 부디 박근혜정부는 극소수 일부 재벌․대기업의 민원이 아닌 생존권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의, 그리고 고용안정과 생활은 가능한 수준의 임금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요구에 복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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