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최저임금 2009-03-02   1081

[인턴후기] 최저임금법 개악, 우리가 막을 수 있어요!


 


글쓴이 / 이한나(노동사회위원회 인턴 3기)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에서 인턴을 시작한지 한 달 여가 지난 어느 날, Ctrl+C와 Ctrl+V만 반복하던 우리들에게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다. 최저임금법과 관련한 컨텐츠 제작의 기획이 우리에게 맡겨진 것이다. 


평소 알바 인생이라 불렸을 만큼 알바에 절어 지내온 나는 이번 기획회의에 누구보다 열성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지난 알바인생을 떠올려 보았다. 대학 다니는 내내 등록금을 버느라 공부보다는 아르바이트에 매진한 시간이 많았다.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사장님이 태반이었고, 연장근무는 옵션이었다. 그들에게 야근이나 연장근무는 정(情) 같은 거라서 돈으로 환산해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급여일만 되면 그 정(情)이 사라지는지 10원 단위까지 여러 번 계산기를 두들기고 나서야 봉투가 건네졌다. 나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건 감사하지만 거꾸로 나도 사장님들에게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용자와 근로자는 대등한 관계이지만 실제로는 노사관계가 아닌 노예관계나 다름없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한 문제의식이 가득 쌓여 있었다. 참여연대 인턴으로 지원할 당시 노동사회위원회를 선택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엄밀히 말하자면 내가 휴학을 한 이유 또한 등록금 마련이 버거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컨텐츠를 기획하려고 하니 생각보다 아는 게 없었고,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선 더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먼저 우리는 대학생들이기 때문에 우리만이 설정할 수 있는 공통의 문제의식을 찾아보기로 했다.


우리는 논란이 되고 있는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주목했다. 물가상승률 대비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는 최저임금의 문제외에, 김성조 의원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고령노동자의 임금감액, 외국인 노동자의 식비, 숙박비 제외 같은 사안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언뜻 보면 우리 대학생들과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실제 노동시장에서 적용되는 대상범위는 아르바이트생까지 넓어질 요소가 다분하다.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법을 어길 시에 처벌이 미약하고 업주 단속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여 아르바이트생의 목을 더욱 조여 올 가능성이 많다. 그렇게 되면 안 그래도 적은 4000원이라는 최저임금이 더욱 낮아져서 실질 최저임금은 3000원 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


최저임금법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나는 직접 법률 사이트를 뒤져보았고, 더불어 근로기준법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최저임금법 제1조(목적)에는 이렇게 나와 있었다.


제1조(목적) 이 법은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보장한다는 부분은 중학교 사회 시간에 배운 근로 기본권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경제의 건전한 발전 이바지’보다 앞선 전제조건임이 명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얼마나 모순적인가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컨텐츠 기획을 하면서 내가 법과 조금 가까워졌다고 느낄 수 있는 일이 있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동생이 업주에게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임금까지 빼앗길 상황에 처한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감정적으로 대응했을 테지만 법을 이해하고 나니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했다. 다행히 여동생의 일은 잘 처리되었지만 최저임금법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 동생, 내 친구, 그리고 우리 아버지의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참여연대 인턴이 끝나고 이제 다시 혹독한 알바인생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 시점에 나는 두려움이 앞서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의 알바 인생에 시련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일했던 편의점 점장님은 나이도 어린 나에게 꼭 존칭을 썼고, 명절이 되면 알바생들에게 일일이 선물세트를 쥐어 주신 분이었다. 점장님 같은 분이 계시기에 근로자에게도 희망은 있다.

우리가 제작한 UCC나 음원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UCC와 음원을 통해 뭔가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 든다면 바로 당신, 그리고 우리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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