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일반(lb) 2014-12-24   1068

[논평] 표현은 바뀌었지만 변한 것 없는 문제투성이 합의안

 

표현은 바뀌었지만 변한 것 없는 문제투성이 합의안

‘고용이동성’, ‘노동시장의 활성화’ 모호한 표현, 수사만 요란해

고용보험 강화 말하면서 실업급여 하한액 인하 추진 중인 정부의 이중성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는 어제(12/23)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원칙과 방향에 대한 기본 합의안을 의결했다. 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노동부 등은 어제 합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세부 실행안을 노사정위에서 추가로 논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어제의 합의안에는 정규직과보호와 정규직 보호 합리화,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 등 지속적으로 정부가 제기해온 내용이 표현만 다르게 포함되었고, 이마저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결과로 문제투성이 합의안이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합의안은 내용 상 문제도 많지만,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구성원 간의 대화와 타협과도 거리가 있는 만큼 반드시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합의안은 추상적인 수준에서 이후 논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모호한 표현과 애매한 단어로 채워져 있으나, 정규직 과보호, 정규직 보호 합리화 등 정부가 최근 제기하고 있는 정책방향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실제 이미 정부는 이번 합의안과 상관없이, 또한 합의안에 앞서 ‘2015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고, 정부는 이 발표에서 향후 △임금·근로시간·근로계약 등 인력운용의 유연성 제고 △파견·기간제 근로자 사용 규제 합리화 등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이러한 정책방향은 더욱 쉬운 해고가 가능하고, 비정규직과 임시직을 확대하겠다는 것 외에 다른 의미로 해석하기 어렵다. 다만, 정규직과보호, 정규직 보호 합리화를 ‘고용·임금·근무방식 등 노동시장의 활성화’로,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를 ‘노동이동성’으로 새로이 명명하여 합의안에 포함시켰을 뿐이다. 바로 이러한 경우를 두고 전형적인 ‘말장난’이라고 부를 것이다.

또한, 이번 합의안에는 ‘실업급여제도 개선방안을 우선적으로 마련한다’ 고 명시했다. 명시된 문장을 보면 사회보험의 대폭적인 개선·확대를 통해 실업에 직면한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뜻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10월 실업급여 하한액을 하향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정부안으로 제출했다. 이를 보면 사회보험을 강화한다는 합의안의 내용마저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실업급여의 상한액에 대한 상향조정과 함께 진행되므로 ‘개편’이라고 명명했지만, 실업급여 수급자격인정자의 절반 이상은 임금이 낮고 고용이 불안한 집단이 차지하고 있어, 실업급여 하한액을 하향 조정하면 하향 조정된 실업급여를 지급받는 수급자의 규모가 작지 않다. 때문에 정부의 실업급여 개편계획은 그 자체로 큰 문제이다. 정부는 수사와 표현만 바꾸어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고자 하고 있으며, 합의한 내용과는 전혀 다른 정책을 이미 일정하게 추진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합의안에는 또한 △비조직부문 대표성 강화 △사회적 대화 활성화 △노사정 파트너십 강화 등이 명시되어 있으나, 그간 제기된 박근혜 정부의 정책방향이나 박근혜 정부의 일관된 ‘반 노동’ 기조와 ‘불통’의 태도를 감안했을 때 이 역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역시 이번 합의에서도 양대노총 중 하나인 민주노총의 참여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를 노동계와의 합의라고 과대포장해서도 안 될 것이다. 이번 합의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절차적 문제는 지난 2013년 5월,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노사정 일자리협약’을 체결하는 과정 등에서 수없이 비판받았던 부분이다. 이렇게 ‘반 노동’과 ‘불통’의 태도는 여전하고, 그 사이 수많은 노동자들이 광고판 위로, 굴뚝 위로 올라가야 했고, 또 오체투지로 절규하고 있다. 이것이 작금의 노동 현실인 것이다.

 정부는 일관되게 고용유연성의 강화, 비정규직과 임시직 확대를 주장하고 있으며, 전 사회적인 합의와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합의안이 마련되기도 전에, ‘경제’정책방향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최근 정책방향은 우리 사회의 소득양극화를 가속시킬 것이며, 저임금노동, 고용이 불안한 일자리를 양산해 낼 것이다. 시민들은 이번 합의안과는 달리 ‘일자리가 안정되고, 비정규직은 아주 예외적으로만 가능해야 한다’ 고 호소하고 있다. 오죽하면 드라마에서까지 ‘부디 주인공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응원했을까. 다시 한 번 강조하건데, 우리 사회에 필요하고, 노동자와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더 쉬운 해고,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실업급여 하한액 인하가 결코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먼저 해야 할 것이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는 정부가 곧 발표하겠다고 천명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추진과정과 내용을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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