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칼럼(lb) 2015-12-04   1907

[슬로우뉴스X참여연대] 새누리당 5대 노동입법 해부: 2. 파견법 – 노동의 뿌리까지 비정규직으로 

 

[슬로우뉴스X참여연대] 새누리당 5대 노동입법 해부

 

참여연대와 슬로우뉴스는 2015년 11월 30일 부터 딱 한 달, 더 이상 미룰수 없는  노동개혁이라며 새누리당이 발의한 5개의 노동법 개정안을 대략 따져봤습니다. 아래 글은, 그 두번째 글로, 새누리당의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100일이 넘게 건물 옥상 광고판에서 농성 중인 노동자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지 살펴봅니다.

 

원문은 슬로우뉴스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합니다. 아래를 클릭하세요. 새로운 창이 열립니다.

 

하나, 새누리당 5대 노동입법 해부: 1. 기간제법 – ‘무한상사 3년 인턴’ 현실로 
둘, 새누리당 5대 노동입법 해부: 2. 파견법 – 노동의 뿌리까지 비정규직으로 
셋, 새누리당 5대 노동입법 해부: 3. 근로기준법 – 노동부의 평행우주 ‘1주일 = 5일’ 
넷, 새누리당 5대 노동입법 해부: 4. 고용보험법 – 실업급여가 재취업을 방해한다고? 
다섯, 새누리당 5대 노동입법 해부: 5. 산재법 – 산재보험보다 사보험이 먼저? 

 

 

[슬로우뉴스X참여연대] 새누리당 5대 노동입법 해부: 2. 파견법 – 노동의 뿌리까지 비정규직으로 

 

서울시청 옆,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옥상 광고판에서 두 명이 농성을 진행 중이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최정명(45), 한규협(41) 씨. 이들의 요구는 법원에서 인정한 ‘정규직 전환’이다.

 

2015년 6월 11일에 고공농성을 시작했으니 벌써 6개월 가까이 됐다. 시작은 있는데 끝은 알 수 없다. 일 년이 넘게 정부는 소위 ‘노동개혁’을 주창하고 있는데, 정작 노동자는 인권위 광고판에 몸을 매달고 있다.

 

1. 현실: 사내하청과 불법파견 

 

많은 노동자는 근로계약을 맺은 회사에서, 그 회사를 위해 일한다. 나를 고용한 사장과 나를 사용하는 사장이 같은 사람이라는 의미다. 굳이 설명하기도 겸연쩍은 일반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도 있고, 그런 상황은 점점 증가한다.

 

파견과 도급, 사내하청와 불법파견이란?

 

파견과 도급은 다음과 같이 구별하면 된다.

나를 고용한 사장과 사용하는 사장이 다른데,

나를 사용하는 사장이 나에게 업무를 지시하면 → 파견이고,

나를 사용하는 사장이 나에게 업무를 지시하지 않으면 → 도급이다.

 

사내하청은 말 그대로 회사 안에 있는 하청이라는 의미다. 용역, 위탁, 하청계약은 모두 도급계약이다. 이때 나를 사용하는 사장은 원청(현대차, 기아차 등), 나를 고용한 사장은 하청(OO인력)으로 이해하면 쉽다.

 

불법파견이란, 가령, 제조업체 사장이 자신이 고용하지 않은 노동자의 노동력을 사용하면서, 해당 노동자에게 업무지시를 하는 경우다. 왜냐하면, 현행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은 ‘제조업의 직접 생산공정 업무’에서 파견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불법파견의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자동차다.

 

+ 현대자동차는 제조업체고,

+ 파견법에서는 제조업체의 직접 생산 공정 업무에서 파견 형태의 고용을 금지하는데,
+ 현대차 공장 안에서 현대차가 자신이 고용하지 않은 노동자를 사용하면서 업무를 지시했으니 불법이다.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광고판 위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15년 9월 기아차를 상대로 한 근로자 지위확인 등 소송에서 일부 승소해 기아차에 고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 한국지엠 등 알만한 국내 자동차제조업체의 여러 공장은 여러 차례 불법파견으로 판정을 받은 바 있다.

 

2. 파견의 기준: 새누리당 개정안 vs. 대법원

 

2014년 9월 25일 서울중앙지법은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기아차를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에서 불법파견을 확인하고, 기아차는 비정규직 노동자 46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다음과 기준으로 파견인지 도급인지를 판단한다.

 

+ 원청이 직·간접적으로 하청노동자의 업무수행에 구속력 있는 지휘·명령을 하는지 여부

+ 공장에서 원청 노동자 즉, 정규직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 즉 비정규직 노동자가 같이 작업하는지 여부(예: 오른쪽 바퀴는 정규직, 왼쪽바퀴는 비정규직이 달면 불법파견)

+ 원청 사장이 하청 노동자, 즉 비정규직 노동자의 선발, 근태, 교육과 훈련 등에 대한 결정권한을 어떻게 얼마나 행사하는지

+ 하청업체가 기술력, 전문성이 있는지, 그 존재가 의미가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구분하여 판결하고 있다.

 

이로부터 일 년이 지난 시점에 새누리당이 내놓은 파견법 개정안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다.

 

(1) 파견 기준 제시

(2) 고령자와 고소득 관리직, 전문직, 뿌리산업에 대한 파견 허용

(3) 생명·안전 관련 비정규직 사용 금지

(4) 파견계약 시 파견대가

 

이왕에 대법원 판결이 있으니 새누리당 개정안의 파견 기준과 비교해 보자.

 

새누리당 파견법 개정안 – 도급 등과의 구별 

2조의2(도급 등과의 구별)

① 도급 또는 위임 등(이하 “도급 등”이라 한다)의 계약에 따라 일을 완성하기 위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한 것으로 보는 기준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도급 등을 한 자(이하 “도급인”이라 한다)가 도급 등의 계약에 따른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도급 등을 받은 자(이하 “수급인”이라 한다)가 고용한 근로자의 작업에 대한 배치 및 변경을 결정하는 경우

2. 도급인이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하여 업무상 지휘ㆍ명령을 하여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경우

3. 도급인이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한 근로시간ㆍ휴가 등의 관리 및 징계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

4. 그 밖에 제1호부터 제3호까지에 준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는 경우

 

새누리당 개정안에서 제시한 도급과 파견의 기준은 말이 어렵다. 대법원 기준이나 개정안이나 거기서 거기로 보이지만, 쟁점은 이렇다.

 

+ 대법원: OO, ㅁㅁ, XX 등 기준 충족하면 파견

+ 새누리당: OO, ㅁㅁ, XX 등 조건 충족하지 않으면 모두 도급

 

간단히 비교하면, 새누리당 개정안 기준으로 해석하면 도급으로 해석할 여지가 커진다. 즉, 불법파견을 가려낼 가능성이 작아진다. 기준 자체도 판례보다 후퇴했지만, 새누리당 안으로 법이 바뀌면, ‘사장님들’은 법에 명시된 기준을 회피하는 기술을 ‘시전’하기 훨씬 쉬워진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개정안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근로조건 향상, 산업재해 예방, 직업능력개발 등을 위해 원청 지원을 일정한 조건 하에서 파견으로 보지 않겠다고 새누리당 개정안은 말한다.

 

새누리당 개정안 – 파견으로 보지 않는 예외 

2조의2(도급 등과의 구별)

② 도급 등이 근로자파견사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제1항 각 호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도급인이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하여 근로조건 향상, 산업재해예방, 직업능력개발 등을 위한 지원을 실시하는 등 다음 각 호의 사항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근로자파견의 징표로 보지 아니한다.

 

1. 도급인이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조치를 하는 경우

2. 도급인이 수급인의 근로자의 직업능력개발을 위하여 수급인에게 훈련비용, 장소, 교재 등을 지원하는 경우

3. 도급인이 수급인의 근로자의 고충처리를 위하여 지원하는 경우

4. 도급인이 경영성과에 따른 성과금을 수급인을 통하여 수급인의 근로자에게 분배하는 경우

5. 그 밖에 제1호부터 제4호까지에 준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하지만 가령,원청 사장님이 하청 노동자의 직업능력개발 비용이나 장소를 지원하는 것은 하청업체의 업무수행과 관련한 ‘작업지시’라고 볼 여지가 다분하다. 산업재해예방도 예방과 관련한 교육이건 장비지원이건 하청업체가 수행해야 할 ‘작업에 대한 관여’, ‘원청으로서의 책임’ 등으로 이해될 여지가 있다. 실제로 이 부분은 현재 파견을 판단하는 기준과 관련한 큰 쟁점이다.

 

가령, 대기업 로고가 찍힌 A/S 노동자를 떠올려보자. 이들 대부분은 기업 로고가 찍힌 그 해당 대기업 소속 노동자가 아니다. 대부분 하청업체에 소속돼 대기업 일을 하는 비정규직이다. 그런데 그 대기업들은 자신이 고용하지 않은 하청 노동자를 통해 이윤을 쌓고, 이들을 교육한다. 어떻게 고객을 응대할지 등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하는 방식을 가르친다.

 

노동자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행동할지를 교육하는 사람이 고용주가 아니라면 뭔가? 그렇게 작업을 지시하는 게 하청노동자의 작업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인가?

 

새누리당 개정안은 불법적인 비정규직 사용을 조장하고, 대법원 판결을 무력화한다. 즉, 현재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불법·편법에 대한 면죄부에 불과한 것이다.

 

3. ‘뿌리산업’과 ‘전문직’ 등도 파견하자는 새누리당 

 

새누리당 개정안은 ‘고소득, 전문가, 고령자, 뿌리산업 기타 등등’도 파견이라는 형태로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게 하자고 한다(파견법 제5조 제2항 개정안).

 

뿌리산업 파견 허용의 의미 = 현행 불법의 합법화 

 

‘뿌리산업’이란?

뿌리산업은 이번 개정안 때문에 많은 사람이 새롭게 알려지게 된 개념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주조(鑄造), 금형(金型), 소성가공(塑性加工), 용접(鎔接), 표면처리(表面處理), 열처리(熱處理)인데, 금속을 녹이고 갈고 깎고 다듬고 그런 것들이다. 즉, 제조업의 기초가 되는 작업들이다.

 

현행 파견법은 제조업의 직접 생산 공정 영역에서 파견을 금지한다. 따라서 뿌리산업에 파견을 허용하자는 것은 현행법이 금지하고 있는 영역에 파견을 전면적으로 허용하자는 것이고, 이미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으로 확정된 대공장의 사내하청을 합법화시켜 주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전문가, 파견 허용하자 

국어사전스럽게 고소득, 전문가를 이해하면 단순한데, 개정안의 내용은 좀 다르다. 새누리당 개정안의 전문가란 한국표준직업분류의 총 9개 대분류 중 2개 대분류에 대해 파견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세부적인 업무 개수는 486개이고, 종사자 수는 약 400만 명~50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고소득, 파견 허용하자 

여기서 고소득의 기준 역시 “한국표준직업분류 대분류 2 직업에 종사하는 자의 근로소득 상위 100분의 25에 해당하는 경우”인데, 고용노동부 공고 제2015–154호에 따르면, 연봉 기준으로 5천 600만 원이다.

 

소득이 많다고 해서 비정규직이어야만 할 이유는 없다.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생각하면 오히려 더 많은 소득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고용불안이 주는 불이익을 상쇄하는 것이 맞다. 고소득, 전문가면 고용이 불안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물을 수 있으나 그다음은 파견을 허용하는 소득 기준의 완화, 다른 업종으로의 파견확대일 것이라는 점은 불문가지다.

 

고령자, 파견 허용하자 

그다음은 고령자에 대한 파견허용이다. 집을 나설 때 만나는 경비 노동자가 있다. 우리가 물건을 살 때 만나는 어머니들도 그 마트가 직접 고용한 노동자인지 확인해보자.

 

나를 고용한 사장과 사용하는 사장이 다르면, 두 사장 모두 사장으로서 책임으로부터 도망가기 좋다. 모든 부담은 고스란히 노동자로 귀결한다. 정년은 늘어나고 수명도 늘어나는데, 개정안에 따르면 일정 나이가 지나가면 우리는 모두 비정규직이다.

 

고령인 노동자가 책임 소재도 불분명한 두 명의 사장님과의 삼각관계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까?

 

2015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55~79세 고령층 인구는 1,183만 4천 명이고, 고령층 인구 중 경제활동인구는 653만8천 명, 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자는 637만4천 명이다.

 

실업 이유는 ‘사업부진, 조업중단, 휴업‧폐업’을 제외하면, 남자는 ‘권고사직, 명예퇴직, 정리해고’가 18.4%로 가장 높았고, 여자는 ‘가족을 돌보기 위해’가 28.7%로 가장 높았다. 고령층 인구 중 장래에 일하기를 원하는 인구는 722만4천 명인데, 일하기를 원하는 이유는 ‘생활비에 보탬'(57.0%)이 가장 많았고, 남녀에서 모두 가장 많은 이유다. 그런데 이들을 모두 비정규직으로 고용하자는 것이 새누리당 개정안이다.

 

일부 사장님들은 상시ㆍ지속적으로 필요한 인력인데 사업계획, 일정 등을 쪼개는 방식으로 상시ㆍ지속적 상황을 일시적ㆍ간헐적인 상황으로 보이게끔 해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한다. 현장에서는 ‘일시적·간헐적 사유’ 없이 파견노동자를 상시적으로 사용한 사장님들이 지금 굉장히 많다. 고용노동부가 할 일은 이런 사장님들을 법과 원칙에 의해 준엄히 심판하는 일이다. 정부와 여당은 지금 해야 할 일도 잘 안 하면서 파견 사용 범위를 계속해서 넓히려고 한다.

노동의 겨울이 온다 

 

노동의 겨울이 온다

 

사실 새누리당 개정안이 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관점 그 자체다. 개정안은 지극히 사장님 위주의 관점이다. 사장님의 인력난을 심하니까 더 쉽게 사람을 사용할 수 있게 하고, 그것이 노동자의 삶을 어떻게,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더라도 상관없다는 관점 말이다.

 

새누리당 개정안은 현재의 불법파견에 대한 면죄부이자 파견의 전면적인 허용이다. 이 개정안을 관철하고자 정부와 새누리당은 온갖 논리를 동원한다. 사장님들이 왜곡해놓은 시장과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정부, 이 모든 것은 모두 과연 우연일까.

 

새누리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인권위 광고판에 올라간 노동자의 절박함은 더는 남의 일이 아닐지 모른다. ‘고공농성’ 노동자와 같은 상황은 더 많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은 더 많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초기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법’의 제정을 추진하다 실패했다. 국가인권위는 이 법에 대해 대법원이 불법으로 인정한 고용형태를 합법화할 소지가 있다며 비판했다. 현재 개정안은 같은 맥락에 있는 두 번째 시도인 셈이다.

 

사장님은 법을 지키고, 법원 판결을 따르면 된다. 정부는 사장님이 법을 지키도록 감독하면 된다. 이 간단한 문제를 안 지켜서 노동자 아빠는 고공농성 중이다. 그리고 그 노동자 아빠는 반년째 가족 얼굴도 못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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