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노동법제 2001-08-20   1504

여성노동법 개정, 개혁인가 개악인가

개정여성노동법 평가와 전망 토론회

지난 7월, 1년여에 걸친 개정운동을 통해 유급 출산휴가 연장 등을 포함한 ‘여성노동법’ (남녀고용평등법,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등)이 개정됐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노동법개정연대회의는 “모성보호비용을 사회분담화하는 전기를 마련했으며 고용평등 강화에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반면 민주노총, 서울여성노조 등 일부 노동계에서는 “여성의 야간·휴일 ·시간외 근로 제한 규정을 삭제한 개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개정여성노동법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지난 18일 “개정여성노동법에 대한 평가와 전망 그리고 과제” 토론회가 지난 18일 참여연대 2층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여성보호조항 삭제가 여성노동자들에게 미칠 영향, 모성보호 대상의 확대 방안, 여성고용기피의 역기능 방지 등에 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한국여성민우회 최명숙 여성노동센터 사무국장,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정진주 책임연구원, 국회여성특별위원회 박숙자 전문위원, 한국여성개발원 김엘림 수석연구위원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여성 고용기회 확대” VS “평등이 아닌 하향 평준화”

이번 법개정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근로기준법 제 63조, 68조, 69조, 70조 등 여성보호조항의 삭제. 현행법률은 ‘여자와 18세 미만인 자에 대해 위험사업장 근로, 야간 근로, 시간외 근로 등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개정법률은 규제 대상을 ‘임신중이거나 산후 1년이 경과하지 않은 여성과 18세 미만인 자’로 축소했다.

이에 대해 김엘림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임신, 출산 등 모성보호는 확대되고 이를 제외한 여성보호는 완화되는 것이 국제적 추세”라며 “기존의 여성보호 조항이 오히려 여성의 취업을 제한해 왔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노동 환경과 조건이 변화함에 따라 여성의 야간·시간외 근로는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어 이미 사문화된 조항”이라며 “차별을 합리화시키는 수단을 제거하는 의미에서 이 조항을 폐지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정양희 서울여성노조 위원장은 ‘평등하게 과로사할 권리를 원하는가?’라는 글을 통해 “여성보호조항의 삭제는 직종별, 업종별 여성노동자의 고용현실과 근로조건에 커다란 편차가 있는 상황에서 당장 비정규 노동자 등의 근로조건 악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위원장은 또한 “세계 최장시간 노동을 자랑하는 한국에서 여성의 야간·시간외 근로를 제한하는 조항을 없애는 것은 (남녀가) 평등하게 과로사하라는 의미”라고 비난했다.

모성보호, 일부 취업여성만이 아니라 전 여성에게 확대돼야

이날 토론회 참가자들은 모성보호 관련법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법적용대상을 정규직 취업여성에서 전 여성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김엘림 연구위원은 “모성보호법으로는 우리나라 사업장의 70%인 상시 4인 미만의 사업자 종사자들, 여성노동자의 70%를 구성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대다수의 농어촌 여성, 행상, 빈곤여성 등은 혜택을 거의 받을 수 없다”며 “이는 산전후 휴가 급여와 육아휴직 급여가 국민의 세금에서 일부 충당되기 때문에 사회적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명숙 사무국장은 “국회에서 모성보호법통과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정규직여성을 대상으로 한 것은 정치적인 선택이었다”며 “이를 교두보 삼아 법적용 대상이 전 여성으로 확대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여성고용기피 등 역기능 방지 필요

재계는 출산휴가급여 등 기업부담증가를 이유로 줄곧 법개정을 반대해 왔다. 실제 늘어난 유급출산휴가 비용이 고용보험재정에서 지급되게 되면서 그 비용중 25%를 기업에서 부담하게 됐다. 이에 따라 여성고용기피현상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엘림 연구위원은 “모성보호법이 통과된 직후 청와대에서 열린 오찬에서 한 기업주가 ‘기업들의 부담이 증가됐지만 인내와 구조조정을 통해 개정된 법을 준수하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기도 했다”며 “여성우선해고나 신규여성채용 기피 등 역기능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월 통과된 여성노동법은 오는 11월부터 시행된다. 법개정으로 임신한 여성 근로자의 산전후 휴가일이 60일에서 90일로 확대된다. 현재는 근로자에 대해서만 육아휴직을 줬지만 배우자가 근로자가 아닌 경우에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성희롱 행위를 한 사업주에 대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벌칙규정을 신설했다. 정년. 퇴직 및 해고에 있어 남녀를 차별하거나 직장내 성희롱피해 근로자에 대해 불이익 조치를 취하거나 육아휴직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나 해고를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벌칙 수준을 강화했다.

전홍기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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