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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사회위원회    차별없는 노동을 위해 노동정책대안을 제시합니다

  • 노동행정
  • 2000.07.12
  • 1039
1. 무엇보다 먼저, 금융노조의 파업이 금융시장과 국민경제의 파국을 초래하지 않고 노-정 간의 협상을 통해 마무리된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2. 그러나 오늘의 노-정 간 합의가 금융 구조조정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님을 분명히 지적한다. 단지 문제가 공론화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정부당국, 여야 정치권, 노동조합, 그리고 시민사회단체가 공동 참여하는 논의 틀을 통해 향후 금융 구조조정의 방향, 내용, 수단 등에 대한 실질적 협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3. 관치금융 해소 관련

(1) 은행경영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보장하겠다는 정부방침은 환영한다. 그러나 이 역시 선언적 약속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는 것이며, 실효성있는 법·제도적 보완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2) 더불어 은행을 비롯한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도 기업지배구조 개선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이 조속히 가시화되어야 한다. 즉 독립적 사외이사 선임(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역할의 사외이사 선임 시에는 단독감사의 경우 마찬가지로 동일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 등)을 통한 사전적 경영감시 장치, 그리고 실효성 있는 피해구제 절차(집단소송제 도입, 단독주주권 도입 등)를 통한 사후적 경영통제 장치를 갖추어야 한다.

4. 금융 구조조정 관련

(1) 이번 노-정 합의에서는 경영평가 결과 독자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은행에 대해 BIS 비율을 10%까지 높일 수 있도록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그 이후에 금융지주회사 방식으로 정상화를 추진키로 하였다. 합의 내용을 존중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 첫째, 이에 필요한 공적자금의 규모 및 그 조달 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전혀 제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공적자금은 국민의 세금부담으로 연결되는 만큼 최소화되어 한편, 필요한 경우에는 투명하게 조성·집행됨으로써 엄격한 사후관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이번 합의에서는 공적자금 문제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로 남겨져 있다.

특히 현재 은행권의 부실채권 규모를 감안할 때 이번 협상과정에서 거론된 공적자금 규모로는 은행 부실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정부가 여전히 국회 동의를 요하는 대규모 공적자금 조성을 피하기 위해 상황을 또 다시 미봉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이에 우리는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문제를 회피하기보다는 정부당국, 여야 정치권, 노동조합, 그리고 시민사회단체가 공동 참여하는 논의 기구를 조속히 구성하여, 금융 구조조정을 위해 필요한 공적자금의 규모, 조성 방법, 사후관리 체계와 부실채권 발생에 대한 은행 및 기업의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명확한 책임추궁등 구조조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낼 것을 촉구한다.

(3) 둘째,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은행에 공적자금을 추가 투입하기로 하였다면, 그 이후에 왜 금융지주회사 방식을 추가로 적용해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질적 문화의 조직을 통합하는 금융지주회사 방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BIS 비율 10%로 요약되는 '자본충실도 조건'과 함께, 뚜렷한 전략적 목표를 제시하고 이에 대해 조직구성원들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춘 '경영능력 조건'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99년11월 제정된 미국의 금융지주회사법(Gramm-Leach-Bliley Act)에서 금융지주회사의 설립요건으로 이 두 가지를 명시하고 있는 이유를 되새겨보아야 한다. 이에 비추어볼 때, 정부가 주도하는 금융지주회사에서 정책관료 또는 산하 자은행의 경영진이 과연 '경영능력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지극히 의문시된다.

결국 이것은 금융지주회사가 자체 부채자금(자본금의 100% 이내, 구조조정의 경우에는 200%까지 예외 인정)을 조달하도록 함으로써 경영정상화에 필요한 공적자금 소요액을 줄이기 위한 편법이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경우에도 원리금 상환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은 금융지주회사의 100%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즉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므로 결과적으로는 국회동의를 거친 공적자금과 하등 다를 바 없다. 단지 차이점은 사전적인 국회 동의 및 감시라는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것뿐이며, 따라서 국민의 부담을 줄이기보다는 오히려 국민적 감시를 회피함으로써 도덕적 해이를 만연케 할 위험을 안고 있다.

국회동의를 거친 공적자금만이 국민부담으로 전가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민적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유사 공적자금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금융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은 투명하게 조성·집행되어야 한다.

4. 고용조정 관련

(1) 이번 노-정 합의에서는 정부주도의 강제적 합병은 없으며, 조직 및 인원 감축에 대해서는 노사간의 단체협약을 존중하기로 하였다. 고용 문제에 대해 노사간 협의 원칙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2) 그러나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인원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노사관계 현실 조건상 인원 감축 문제가 단위 은행 차원의 노사간 협상에서 원만하게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도 없다. 따라서 오늘의 합의는 단지 문제를 봉합한 것에 불과하며, 구조조정 자체가 지연되거나 아니면 다시 한번 파업을 유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3) 따라서 장기적인 금융산업 개편 전망, 이에 의거한 금융산업 고용 규모 및 형태의 변화를 검토하고,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논의를 지금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고용조정의 사전적 원칙 및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고용조정에 대한 사후적 보완대책(전직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 스톡옵션 부여 또는 노-사-정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고용안정기금 조성 등)을 마련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부당국, 여야 정치권, 노동조합, 그리고 시민사회단체가 공동 참여하는 논의 기구가 조속히 구성되어야 한다.

5. 파국에 이르지 않도록 인내심을 갖고 협상에 임한 금융노조 집행부와 정부당국자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절대 아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바람직한 방향의 금융 구조조정이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국민이 함께 참여하고 논의하는 기구가 조속히 만들어지기를 다시 한번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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