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어린이를 돌볼 수 없는가

지난 4월 11일 참여연대를 비롯한 전국 17개 시민사회단체는 아동의 사회적 보호와 여성의 일자리 확충을 위해 보육공공성을 강화하는 전국공동행동을 발표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국공립 보육시설의 5000개 증설과 초등병설유치원 설치 의무화를 통한 950개 유치원 신설, 방과후 지역아동센터의 3000개 증설, 방과후 교실의 1000개 학교로의 확대 등을 통해 90만 명의 어린이에게 공적 보육을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국공립 보육시설 이용은 하늘의 별 따기

우리 사회의 보육서비스의 특징이자 문제점은 민간의존성이 높다는 것이다. 어린이에 대한 보호, 특히 ‘사회적 보호’가 부족하다. 취학 전 어린이의 경우 2004년 말 현재 국공립 보육시설은 전체 시설의 5.3%에 불과하며 시설 보육 어린이의 11.35%만 수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국의 보육시설이 2만5000여 개, 보육 어린이가 90만 명에 이른다고 할 때, 취학 어린이를 위한 방과후 보육시설은 전체 보육시설의 10%, 전체 보육아동의 2%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취학 전 어린이를 국공립 시설을 보내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부모와 아이들이 적지 않다. 여성부가 올해 내놓은 보육실태조사 보고서에서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부모들이 국공립 시설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를 국공립 시설로 보내고 싶은 부모는 많은데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선착순 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보육서비스에 대한 국가 차원의 기본 인프라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지금의 상황에서 국공립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는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최근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에서 주최한 ‘아동의 사회적 보호와 보육 공공성 확대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종해 가톨릭대 교수는 “국공립시설을 보육서비스의 기본 인프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전체 보육시설의 25% 또는 전체 보육아동의 50% 이상을 국공립시설이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약 4000개의 국공립시설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식적인 방과후 보육서비스 이용아동은 2.6%

국공립 보육시설의 절대적 부족도 문제지만 지역별 편중도 바로잡아야 할 심각한 문제다. <그림 1>에서 국공립 시설 설치 비율 및 아동수 비율을 지역 별로 보면 서울, 부산, 강원만 전국 평균을 웃돌 뿐 나머지 지역은 전국 평균을 밑돌고 있다. 특히 광주와 대구는 국공립 시설의 비율이 각각 1.80%, 1.94%로 매우 낮고, 제주의 경우는 아동 수 기준으로 그 비율이 2.7%로 최하위이다.

이와 함께 학령기 어린이에 대한 보호, 특히 맞벌이로 인해 방과 후에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에 대한 보호 서비스의 부족 또한 심각하다. 방과 후 보육 수요는 약 160만 명이지만 공식적인 방과후 보육서비스 이용아동은 약 4만1500명으로 2.6%에 그쳐 방과후 보육에 대한 사회적 대책이 전무한 실정이다. 방과후 보호 시설의 지역별 편차 또한 살펴보기 민망할 정도로 크다.

보육은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몫

어린이 보육에 관한 정책은 여성부의 영·유아보육정책 및 방과후 보육정책, 교육부의 공립(병설)유치원과 방과후 교실, 보건복지부의 지역아동센터 및 방과후 아동지도로 나뉘어져 있다. 국정과제로 추진되고 있는 고령화및미래사회위원회의 ‘육아지원정책’,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의 ‘빈곤아동·청소년 종합대책’, 청소년위원회의 ‘새로운 통합적 청소년정책’도 이와 관련돼 있다. 이처럼 정부부처 및 관련 위원회의 정책 내용이 일부 중복되어 있으며 종합적 계획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아동의 사회적 보호를 위해서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혹자는 보육은 공공재가 아니라 사적 서비스 영역에 있다고 주장한다. 저소득 계층에 한해서만 정부가 개입해 해결해야 하며 나머지는 시장의 원리에 맡겨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국공립 시설은 저소득층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과연 그럴까? 어린이 보육은 전체 사회와는 무관한 개인의 일일 뿐인가? 아이들을 돌보는 데 있어 사회적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저소득층만일까?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생각이다.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는 대다수의 부모에게 보육은 혼자 감당하기엔 벅찬 문제이다. 가족의 형태가 변화되고, 사회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퇴근시간까지 아이를 맡아줄 곳을 찾기 위해 가족과 친척 집을 전전하고 보육시설을 수소문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들의 지친 어깨에만 보육 의무를 올려놓는 일은 크나 큰 사회적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짓이다.

이민아 참여연대 사회인권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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