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립부전도서관 상업시설이 포함된 도서관으로 개발 반대한다

시립부전도서관 상업시설이 포함된 도서관으로 개발 반대한다

 

부산은 근대도시이다. 전근대 부산의 역사나 유적보다 근대의 부산의 역사와 유적이 더 많은 곳이 부산이다. 전근대의 부산은 변방이고 주목받지 못했지만 왜구의 침략과 일제의 개항에 의해 역사에 등장하고 주목받기 시작했다. 부산에는 근대를 기억하게 해주는 장소와 건물들이 곳곳에 있다. 아주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부산 도심 한 가운데 있는 시립부전도서관도 부산의 근대사와 함께 그 자리를 지켜왔다.

그런데 지금 시립부전도서관은 개발이라는 갈림길에서 없어질지도 모르는 부산의 근대 건축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부산진구(청)는 시립부전도서관이 근대건조물 보호조례에 포함되지 않은 건물로 보존의 필요가 없으며 멸실하는 것이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지역의 역사와 장소성은 법이나 조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장소와 건물이 지내온 시간과 그 속에 녹아 있는 사람들의 흔적들이 의미를 가지고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또한 부산진구(청)에서는 시립부전도서관에 대해서 서면특화거리의 미관을 해치는 낡은 건물로 개발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들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서면특화거리는 국내외 관광객 및 젊은이들이 편안하게 걷고 쉬고 쇼핑하며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기 위해 마련된 곳이다. 이 취지에 현재의 부전도서관은 맞지 않는다는 말인가? 서면특화거리에서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어딜까? 온통 소핑몰과, 유흥주점 일색이다. 여기에 부산의 근대를 간직하고 있는 부전도서관이야 말로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 아닐까? 청소년들이 공부를 위해 이용하고 청년들이 취업을 위해 학원가 주위에 있는 도서관을 이용하고 혹은 장년층이 추억을 되새길 수 있다는 점에서 서면특화거리의 다양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역사성과 장소성을 가진 시립부전도서관은 과거에 이용해 왔고, 현재 이용하고, 미래에 이용할 시민들에게 의견을 묻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개발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부전도서관 개발 추진과정에서 절차와 내용에 문제점도 적지 않다. 부산진구가 시의회의 의결도 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자를 정하고 건물 일부를 임대계약하는 등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주무관청인 부산진구의 지원 범위가 과도하게 확대되어(시립부전도서관 개발사업 실시협약서 47조, 51조) 있어 부산진구의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초과수익이 나더라도 부산진구청장은 초과수익에 대해 환수를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 협약서에 없어(동 협약서 10조, 40조)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도서관으로만 이용되고 있는 부전도서관에 상업시설을 포함하는 개발로 추진됨으로써 발생되는, 도서관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면학분위기가 훼손되는 문제점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부전도서관 인근에는 많은 쇼핑몰과, 음식점, 유흥주점이 몰려있다. 그런데 굳이 도서관 건물까지 그런 시설들이 들어가 있어야 된다면 부산진구청은 그 근거를 설명하고 그 근거를 가지고 시민들의 설득하고 이해시킨 다음에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부산진구(청)에서는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실시협약안을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 공공기관이 보호해야할 대상은 사업자가 아닌 부산시민일 것이다. 실시협약안이 어떤 내용으로 체결되고 있는지 부산시민들에게는 정확하게 알리고 부산시민들이 공감을 하는 범위에서 실시협약안이 체결되어야 할 것이다. 부산시민들의 장소이고 부산시민들이 이용할 곳에 왜 부산시민이 모르는 계약이 체결되고 있는지, 실시협약안이 체결되고 문제점이 발견된 다음에는 그것에 대한 수정은 힘들고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부산시민이 될 것이다.

부산시의회는 3차례 부전도서관 공유재산처리 변경계획안에 대해 보류를 시켜왔다. 그 이유는 역사성이 있는 도서관을 없앨 수 없고, 상업시설이 결합된 도서관은 유례가 없다는 데서였다. 시의회는 이에 대한 분명한 해결 없이는 이 안에 대해 통과를 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만약 시의회가 문제로 제기했던 부분이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시의회에서 통과된다면 도대체 3차례 보류시킨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해야 할 것이다. 의례적인 보류와 의례적인 통과가 아니라 진정으로 시민을 위하고 시정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시의회는 깊이 성찰해주기 바란다.

 

외부에서 부산은 문화의 불모지라고 말한다. 산, 강, 바다 세 가지를 모두 가진 부산은 이것만으로도 문화의 도시가 될 수 있지만 부산은 그러하지 못하다.  부산은 온통 계획 없이 개발되고 크고 강한 것에 경도된 허시장에 의해 산은 파헤쳐져 아파트가 즐비하고 해안은 높은 건물로 장식되어 있다. 해양도시라는 말이 무색하기까지 하다. 여기에 역사와 문화는 존재할 수 없다. 오로지 크고, 강하고, 돈이 되는 것만 쫓는 부산과 허시장에게 역사와 문화는 없다. 부산의 도심 서면도 마찬가지다. 서면특화거리의 특화는 무엇인가 쇼핑몰, 음식점, 유흥주점의 특화인가 그렇다면 이런 서면과 서면특화거리에는 문화는 없다. 그나마 부전도서관은 문화가 없는 서면의 문화이고 휴식처이고 여유이다. 이용객수가 늘어 부전도서관이 좁다는 의견이 많다. 그렇다면 이용객들을 위해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상업시설과 공유하는 도서관은 제고되어야 한다. 서면에서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도서관, 예술이 함께 있는 도서관, 시민과 논의하고 합의점을 찾아 개발하는 도서관이길 바란다.

 

 

2014년 3월 3일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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