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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참여사회    since 1995

  • 2014년 12월
  • 2014.12.01
  • 1446

침몰하지 않은 진실

서재정 국제기독대학 교수


인터뷰 이태호
정리   편집팀
사진   오유진

 

 

참여사회 2014년 12월호(통권 217호)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천안함이 침몰했다. 당시 서해에서는 한미연합 기동훈련인 독수리연습이 한창이었다. 정부는 초기조사부터 여러 번 말을 바꾸었고, 기초자료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에어포켓 같은 희망고문도 세월호 참사 당시와 다르지 않았다. 가족들과 국민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의혹을 제기하자 뒤늦게 정부는 민군합동조사단을 구성하고 해외전문가들도 초청하기로 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5월21일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발사한 어뢰에 의해 천안함이 침몰되었다는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서두른 티가 역력한 중간발표에 대해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었다. 논란은 국내는 물론 해외로까지 이어졌다. 북한은 자신들이 벌인 일이 아니라고 강력히 부인했고, 정부의 초청에 응했던 러시안 조사단은 정부와는 다른 조사보고서 초안을 남겼다. 하지만 정부는 모의 폭발 실험까지 거친 과학적 결론이라면서 ‘5.24 조치’라는 이름의 포괄적 대북제재조치를 강행했다. 남북관계는 경색됐고, 동아시아 정세도 요동쳤다. 그리고 천안함 사건은 한 사람의 운명도 바꾸어 놓았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는 천안함 폭침설에 ‘과학적인’ 의문을 품기 시작한 순간부터 서재정 교수의 삶도 한반도와 함께 요동치기 시작했다.

 

워낙 왕성한 연구활동을 하고 계신 정치학자면서 국제관계 전문가셔서 나눌 얘기가 많지만 우선 천안함에 대한 얘기부터 해야겠습니다. 선생님을 기억하는 많은 이들에게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된 활동으로 깊은 인상을 심어 주셨어요. 2010년 천안함 사건이 나고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으신지요?
천안함 문제가 국내외적으로 이렇게 큰 이슈가 될 거라고 예상했으면 안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웃음)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을 때, 원인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고, 저도 (그 원인에 대해)궁금해 하고 있던 차였어요. 어뢰나 기뢰가 폭발할 경우 선체에 주는 충격이나 파손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 나름대로 분석하면서 합조단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죠. 그런데 발표가 제 예상과 차이가 많이 나더라고요. 조금이라도 비슷했으면 대충 넘어갔을 수도 있는데, 과학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의혹이 들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거죠.


정치학자로 알려져 있는데, ‘과학적 근거’에 대해 이야기를 하셨어요?
79년 대학에 들어가서 물리학을 공부했었어요. 그러다 81년에 미국에 가게 되었는데, 레이건 대통령이 추진하던 ‘스타워즈Star Wars’라는 미사일 방어 계획을 보고 충격을 많이 받았죠. 말로만 듣던 과학·군수산업·국가의 삼각관계를 처음 실감했습니다. 그 계획에 따르면 소련이 서유럽을 침공할 경우 한반도에서도 전쟁이 일어날 수 있었어요. 그래서 물리학에서 정치학으로 전공을 바꾸게 됐습니다. 실제 박사학위 논문을 쓸 때도 남북 간 군사균형 등을 중요 주제로 잡았고, 예전 전공을 살려서 과학적으로 입증해보려고 하려고 했었어요. 덕분에 생각지도 않게 그런 과학적 지식이 천안함 사건에서도 도움이 됐던 거고요.

 

천안함 사건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같이 작업하셨던 과학자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떤 분들이고, 어떻게 만나게 되셨어요?
과학자들과 작업하게 된 건 우연한 계기였어요. (버지니아 대학교)이승헌 교수도 정말 우연히 만났죠. 김대중 대통령 돌아가시고 버지니아 지역에서 추모제 할 때 이승헌 교수가 저를 봤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기억이 안 나는데(웃음)……. 천안함 사건 이후에 제가 언론에 기고도 하고, 과학적으로 접근하려고 하니까 물리학자로서 기여할 수 있을 바가 없을지 연락을 먼저 주신 거죠. 이후에 일정이 맞아서 서울에서 만났고, 여러 차례 같이 작업을 했죠. 지금은 집 식구들도 서로 친하게 지내는 사이가 됐어요.

 

당시 천안함 문제와 관련해서 이승헌 교수와 선생님의 주장은 “천안함과 어뢰부품에서 채취된 흰색 물질이 ‘폭발제’라기보다 침전물에 가깝다, 과학적 검증을 위해 폭발실험을 다시해서 재연해보자”는 거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국방부에서는 “이미 과학적으로 검증은 끝났다, 정부발표를 믿지 않는 서 교수님의 주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다”라고 이야기했었거든요.


백색 분발에 대한 재분석을 요구했는데 국방부에서 거부했습니다. 백색 분말을 제공하는 것 자체도 거부했기 때문에 이정희 의원실을 통해 어렵게 확보했었죠. 국방부는 과학을 이야기했지만, 결국은 정부 발표를 그대로 믿으라는 것이죠. 강요된 진실이었지 과학적 진실은 아니었습니다. 양판석 박사, 이승헌 교수 등 과학자들이 독립적 실험을 통해 폭발이 아닌 침전물이라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안수명 박사가 정보공개법에 의거해서 천안함과 관련된 미국 정부 문서들을 공개 받았어요. 미국 측 전문가 그룹으로 참가했던 에클스 단장의 이메일도 공개되었는데, 그 메일을 보면 백색 분말에 대한 분석은 전문가들이 보기에도 합조단 근거가 취약하니까 그 부분은 빼거나 부록으로 돌리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하고 있거든요.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어뢰 공격이라는 한국 정부의 주장에 대해 서방국가들은 ‘믿는다’고 밝혔지만, 중국이나 러시아 등은 인정하지 않았거든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발표한 성명에서도 공격주체를 특정하지 않은 채 “천안함의 침몰을 초래한 공격을 개탄한다”고만 언급했어요. 그리고 “분쟁을 회피하고 상황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직접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 수단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라고 권고했고요.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이른바 ‘5.24 조치’를 통해 포괄적인 대북제재안을 발표했어요. 2009~2010년에 두 번의 교전에 있었고, 2009년 6자 회담을 한 뒤 아직까지 열리지 않고 있고, 2010년 이후에 미국은 이른바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 정책을 취하기도 했고요. 그런 점에서 2010년은 동아시아에서 매우 중요한 해였던 것 같은데, 천안함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이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시는지요?
5.24 조치나 금강산 관광 금지 같은 것들 때문에 한국이 더 큰 손해를 보고 있지 않습니까? 구체적 액수는 모르겠지만, 개성공단 업체들, 금강산에 투자했던 현대 등이 큰 피해를 보고 있죠. 반면, 북은 중국과의 관광도 확대하고 교역도 확대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는데 집중했습니다. 경제적·정치적 부담을 줌으로써 북을 징벌 한다는 것이 한국 스스로를 징벌한 결과가 나온 것이죠. 그런 상태를 4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오늘날 남북관계의 비극이 아닌가 싶습니다.


동북아시아 정세에 있어서도 미국, 중국과의 관계가 향후 국제 질서를 정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사안 아닙니까? 한국이 큰 나라는 아니지만 천안함 사건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남북 갈등을 증폭시키고, 동북아 긴장을 격화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취할 경우 중미 관계,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2010년을 계기로 중미관계가 뒤틀리기 시작했고, 오끼나와 미 해병대 기지 국외 이전을 추구하던 하토야마 민주당 내각도 천안함 사건 전후 미국의 압력 속에 실각했고, 미국은 아시아로의 중심 축 이동 정책을 통해 군사적으로 동아시아 개입을 강화하는 등의 변화가 나타났던 거죠.

 

참여사회 2014년 12월호(통권 217호)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천안함 관련 발언을 안했으면 워싱턴에서 더 편하게 살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어요. 그렇지만 학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학자의 삶을 걷든 다른 삶을 걷든 자기 삶 속에서 진정성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닫게 된 것만으로도 더 큰 보답을 받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천안함 전후해서 한국정부가 질러놓고 뒷수습을 못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국제관계로 보면 천안함 이후 한미군사동맹을 배타적으로 강화하면서 경제적으로 중요해진 중국과의 관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 같구요, 국내적으로는 천안함 이후에 국내 정치도 굉장히 진영화 된 것 같아요. 보수가 공격적이고 융통성이 없어지니까, 막상 보수 정부가 정책적 탄력성을 취하려고 해도 자기편에 의해 발복 잡히는 구도가 생기지 않았나 생각되거든요.


천안함 사건 하나로만 된 건 아니지만 중요한 계기였던 건 맞는 것 같습니다. 2010년 지나면서 소위 ‘종북 소동’도 강화됐죠. 특정 단체에 대한 탄압이 정당해산까지 발전했고, 최근에는 서북청년단 재건까지 이어졌잖아요. 보수 세력이 목소리가 커졌다는 점을 넘어서 경직화 됐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자꾸 저 쪽을 ‘종북’이라고 몰다보니 자신들은 더 세게 나가야 되니까 족쇄에 얽매이게 된 거죠. 그러다보니 박근혜 정부에서도 외교 안보 정책이 모순에 빠진 것 같습니다. 전통적인 수구의 논리에서 안보는 미국에 맡겨야 되는 거잖아요. 예를 들어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을 돌려주는 것이 그들 입장에는 맞겠죠. 하지만 정부는 전작권 반환이 오래전에 합의 및 이행되고 있는데, 그걸 더 연기하자고 하면 외교 관계에서 반대급부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 거죠. 미국이 동북아시아에 구축하고자 하는 미사일방어체계의 일부인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같은 것들을 들여오는 것을 일정하게 양해한 것이 아닌가 우려가 됩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전작권 반환 여부가 사활적으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사드는 미국 본토 방위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사안인거죠. 한국 정부가 먼저 전작권 반환을 미뤄달라고 요청하니까, 그 대가로 사드를 비롯해 미국이 원하는 여러 사안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죠. 이렇게 되니까 중국에서 우려를 제기합니다.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면 엑스밴드 레이더X밴드 주파수를 사용해 탄도미사일 등을 조기 추적하는 최첨단 레이더가 오는데, 이게 중국이 보유한 전략무기들을 모두 감시할 수 있거든요. 이에 대해 중국이 여러 차례 우려를 표명하니까,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에이펙APEC,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과 한중FTA 타결을 서두르고, 조속한 6자 회담 개최를 원하는 중국 입장을 지지한다고 합의를 해준 겁니다. 그래서 미국이 반발하니까 오바마와의 정상회담에서는 또 말을 바꾸고……. 보수의 경직성 때문에 미국엔 뭘 주고, 중국엔 뭘 줘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죠.

 

중국이나 미국뿐만 아니라 북한과의 관계도 중요할텐데요, 최근 발표한 글에서 북한에 삐라 뿌리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셨어요. 이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삐라를 뿌리는 건, 기본적으로 전쟁행위입니다. 삐라는 적국과 적국의 국민들의 (전쟁할)사기를 떨어뜨리고 정부를 전복시키거나, 이탈하게 해서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심리전이죠. 심리전은 여러 형태로 진행되지만 세계 2차 대전이나 한국 전쟁에서처럼 가장 적극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게 삐라 살포입니다. 남과 북이 국제적으로 합법정부로 인정받는 국가대 국가이고, 정전 상태라는 특수 상황이기 때문에 북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체제를 비방하고 정권을 전복시키라거나 이탈하라는 언사를 하는 것은 전쟁행위인 거죠. 정부에서 자꾸 표현의 자유라고 하는데 굉장히 엉뚱한 프레임을 갖다 붙인 것이고, 이것은 대한민국 헌법에도 반하는 행위라는 생각이 듭니다.

 

심리전은 전쟁행위인데, 김관진 전 국방장관은 군사이버사령부가 국민을 상대로 심리전(대선에 개입한 것)을 한 것은 국민을 (사상적)오염으로부터 막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적법한 행위라고 했어요. 국내 심리전단이 국민을 상대로 심리전을 해도 되는 건가요?
심리전이 적국과 적국 국민을 위해서도 이뤄지지만, 자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이뤄집니다. 자국 국민을 상대로 적국의 심리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원칙적으로는 맞지만 대선 국면에서 그렇게 한 것은 심리전 차원이라고 보기 어렵죠. 선거 과정에서 특정 정치인을 비방하고 또 다른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여론을 만들기 위해 활동한 것이지, 대북 심리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는 거죠. 국내 정치공작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심리전에 서재정 선생님 이름이 많이 거론됐을 것 같아요. 안보교육 교재에 인용되는 것 뿐 만 아니라, 미국에 다니는 대학교 연구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비판적 입장을 밝힌 것 때문에 고통을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심지어 존스홉킨스 대학에 가는 한국측 펀드가 끊겼다고도 하던데요?
유무형 압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요, 펀딩과 관련해서는 한국 국책연구기관과 공동 연구 사업을 하던 것이 중단 되거나 제가 책임자로 있으면 안 된다고 명시적으로 얘기해서 손을 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고요, 국내 파트너에게 프로젝트를 중단하라는 압력이 들어가서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고생을 하기도 했죠. 여러 가지 압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인데, 정부가 압력을 가한다는 사실 자체가 자신의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편에서는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저를 지지해주고 힘을 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한국 사회의 건강성은 역시 이런 사람들 때문에 지속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고, 주위에서 지지하고 성원해주는 사람들 때문에 더 큰 힘과 희망을 볼 수 있었던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천안함 때문에 외교 안보 정책에 대해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고, 물리학도로서 정치학자로서 양심을 지키려고 했기 때문에 고통을 당했는데 후회하지 않으세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천안함 관련 발언을 안했으면 워싱턴에서 더 편하게 살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어요. 그렇지만 학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학자의 삶을 걷든 다른 삶을 걷든 자기 삶 속에서 진정성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닫게 된 것만으로도 더 큰 보답을 받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버티기 힘든 것 같아요. 국제관계, 천안함 문제 등을 통해 국내 전문가의 처지도 같이 경험한 입장에서 본다면 어떠신지요?
정부를 상대로 진실을 얘기한다는 것은 한국이든 미국이든 쉽지 않습니다. 최근 미국의 비밀정보를 제보한 로버트 매닝이나 스노든의 경우를 보면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습니까. 자유 민주주의 질서와 문화가 확립되어 있다고 해도 본질적인 부분을 건드리면 미국에서도 정보를 공개하고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국가는 권력을 행사하고, 사람들을 통제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가와 개인 간의 긴장 관계는 어디에든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국 같은 경우는 여러 단체나 재단이 존재하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미사일 방어와 관련해 과학자들이 국방부의 발표를 비판하는 보고서를 제출하는 활동을 지지하고 후원하는 단체나 재단이 존재하죠. 개인 후원자나 재단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이 정부의 정보독점과 오용을 비판할 준비가 되어 있는 거죠. 그에 비해 한국 시민사회는 아직까지도 국가를 견제할 수 있는 토양이 많이 취약하고, 그런 문화도 많이 약한 것 같습니다. 참여연대를 비롯해서 시민사회가 국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박근혜 정부한테 남북관계나 동아시아 정책과 관련해서 조언하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박근혜 정부가 처음 출범할 때 미중 국교 정상화를 이룬 미국 닉슨 대통령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 기대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닉슨도 공화당 출신이고, 보수색이 확실했기 때문에 빨갱이로 불리던 나라와 국교 정상화를 할 수 있지 않았습니까. 마찬가지로 박 대통령도 할 수 있는 역할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남은 3년 임기 동안이라도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적극 활용해서 한국의 족쇄를 풀어주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남북관계 경색, 한미관계의 과도한 군사화, 한중관계의 껄끄러움, 한일관계 경색 등 모든 부분이 묶여 있거든요. 박근혜 대통령이 보수 정치인으로서 이 문제들을 한꺼번에 풀 수 있는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대박’은 남북관계를 호전시키는 것으로부터 실마리를 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웃음)

 

에필로그
참여연대에서 일하게 된 지 1년 남짓한 1996년, 미국에서 온 재미동포 자원활동가로부터 “미국에 ‘서재정’이라는 분이 있는데, 한반도 문제를 연구하는, 따뜻하고 의지할만한 분”이라는 소개를 듣고 어떤 분일까 궁금했었다. 그 후 2003년 이라크 전쟁이 발발할 무렵 한국에 잠시 다니러 온 서재정 교수 부부를 만난 후 지금까지 좋은 인연을 이어왔다. 늘 조용하고 부드럽게, 흥분이나 방심을 허용하지 않는 특유의 안정감을 가지고 거대한 벽과 같은 현실을 마주하고도 흔들림 없이, 담담하지만 집요하게 진실과 정의를 탐구하는 그 이에게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은 것을 빚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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