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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참여사회    since 1995

  • 2014년 12월
  • 2014.12.01
  • 1584

[특집] 정책실패의 비용

정책실패,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라영재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실행위원

 

참여사회 2014년 12월호(통권 217호)
©atopy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거둬들이는 세입으로 지출하는 사업의 경우에 예산규모가 크면 사업집행 전에 예비타당성 조사도 받고 사후의 사업성과에 대한 평가도 받게 된다. 물론 정부의 사업집행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감사원 감사나 국회의 국정감사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판단자나 평가자의 가치가 개입되기도 하고, 명백한 정책의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면 단순하게 성공하거나 실패했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정책이 당초 목표로 하고 있던 정책목표를 달성했다거나 정책결과로 예상하지 못했던 긍정적 정책의 파급효과까지 나타났다면 이를 정책적인 성과 또는 정책성공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 결정된 정책이 당초 의도한 정책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였거나 부정적 파급효과를 나타난 경우를 ‘정책실패’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책실패는 정부가 정책의제를 설정하거나 결정하는 단계부터 사회적 여론이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이런 정책실패의 경우에는 국민으로부터 비판의 강도도 보다 더 높아질 것이다.

 

분배정책에 집중된 한국의 정책실패

 

미국 코넬대학의 유명한 정책학자인 로위Lowi는 정책의 유형을 모든 사람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분배정책, 한쪽 집단이나 계급에 치우친 재산, 권리, 명예 등을 조정해주는 재분배 정책, 개인이나 집단의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정책, 정부나 공공기관을 신설·변경·폐지하는 구성정책으로 나누었는데, 각각의 정책유형은 모두 정책의 의제설정, 결정, 집행단계에서 논란이 있을 수도 있고 당초 목표했던 정책의 효과나 결과를 도출하지 못할 수 있다. 보통 재분배 정책과 규제 정책이 사회적 논란과 이견이 많은 정책유형인데, 우리나라 정책실패는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 분배정책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야당은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4대강 사업, 해외자원외교와 최근 터져 나온 방위산업비리에 대한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 정책 중에서 4대강 사업과 해외자원외교의 경우에 는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정책목표를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 4대강 사업에 의한 환경파괴나 무리한 해외진출로 에너지 공기업의 부채규모가 급증했고, 헐값 자산매각은 막대한 손실로 귀결되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정책실패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방위산업비리는 정책집행과정에서 나타는 공직자의 부패행위이지만 이는 방위사업청의 직업군인과 민간인 출신의 인적구성, 육해군간의 갈등, 무기획득사업의 특수성 등 구조적 요인을 정부가 적절하게 통제하지 못하고 당초에 각 군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전문성을 가지고 무기획득과 조달을 하겠다는 개혁방향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공직사회에 내재된 정책실패 요인들

 

정책의 결정자나 집행자는 불확실한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정책실패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여유자원을 미리 확보하거나, 여러 가지 기능을 혼합하거나, 복수의 정부기관이 사업을 수행토록 하고 있다. 실제 대부분의 정책실패는  집행자인 공무원의 미숙한 정책관리, 고정관념, 특정 정책에 대한 반감, 이해관계자와의 협상 결여가 원인이라고 한다. 반면에 정책목표가 모호하거나 비현실적이고 절차에 결함이 있거나 집행기관이 과도하게 분산된 경우에도 정책실패가 야기될 수 있다. 다양한 정책참여자의 관점의 차이와 갈등, 뒤틀린 의사결정과정, 사업지연 등을 정책실패의 또 다른 원인이다. 물론 정책이 복잡하거나 통제가 불가능한 외부적 변수 때문에 정책실패가 나타날 수도 있다.

 

 

정책실패가 정책결정자나 집행자의 제한된 합리성이나 예측하기 불가능한 불확실성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공직자의 성찰과 정부의 정책적 개선 노력만으로도 국민은 충분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정책실패의 원인이 정책결정자의 어리석은 의사결정이나 목표의 변질로 인한 것이라면 정책집행과정에서 야기된 정책실패요인과는 구별해야 한다.

 

우리사회는 정치적으로 보수와 진보 나누어져 있고, 지역주의가 고착화되어 있으며, 사회계층이 급격하게 양극화되고, 개발과 환경보호의 가치가 충돌하는 등 정치적·사회적 갈등이 일상화되어 정부정책이 성공하기 어렵다. 1987년 이후에 절차적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못했다. 집권세력의 리더십, 사회갈등을 통합할 수 있는 역량, 정부기관의 전문성이 부족, 공무원의 윤리성과 청렴성이 지속적으로 개선되지 않아 정책실패 요인들은 공직사회에 내재되어 있었다.

 

참여사회 2014년 12월호(통권 217호)

 

정책 실패의 책임을 묻는 방법은 없을까

 

4대강 사업과 해외 자원외교를 정책실패의 사례라고 본다면, 집권세력의 무리한 정책목표의 설정과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속된 표현처럼 공무원들의 효율성 중심의 단순한 집단사고, 아무도 정책실패에 책임을 지지 않는 ‘여러 손의 문제the problem of many hands 1)’가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와 가뭄 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수질개선과 생태계를 복원하며, 문화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친수공간을 확보하고, 일자리 창출과 경기를 부양해 지역경제발전을 이루겠다는 4대강 사업의 정책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최근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같은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를 볼 수 있을 뿐이다. 에너지 자원의 자주개발율을 높이겠다는 정책목표도 최근 석유, 가스, 광물자원공사의 부채규모가 급증하면서 자산의 부실화를 초래했다. 지난 정부의 누구도 이러한 정책적 부작용에 대하여 도덕적이든 정치적이든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선거 때가 되면 각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공약만큼이나 유권자들은 정책의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국민소환제나 정책실명제 등 국민의 정치적, 행정적 참여를 주장한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달콤한 약속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헌신짝 버리듯 버려지고, 여러 정책들은 정치적 협의 과정을 소홀히 하거나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보장하지 않았다. 효율적 집행만을 강조한 결과 정책효과의 부작용만 야기되곤 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정책실패 사례들은 한결같이 정책결정과정에서 갈등이 야기된 사회문제를 무리하게, 정치적·사회적 협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집행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경우 정부의 최고 정책결정권자인 대통령으로부터 정책집행자인 정부부처의 담당공무원까지 도덕적 책임으로부터 아무도 자유롭지 못할 테지만, 정치적으로 개인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최근 세월호 사건에서 해경이 해체된 것은 해양경찰조직이 집단적 책임을 지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실정법에서 정책결정자이든 정책집행자이든 개인의 책임을 묻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책결정과 집행과정에서 명백한 위법성과 인과성이 증명되지 않는다면 사법적 처벌을 받기가 어려울 것이다. 다만 상대적 개념이기는 하지만 공직자의 책임을 정치적 책임, 조직적 책임, 법적 책임, 행정적 책임, 전문적 책임으로 나누어 본다면 각각의 책임 유형에 따라서 통제자(장치)간의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도록 상호 중첩적으로 통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과 같은 선출직 공직자나 중앙과 지방 공무원, 더 나아가서 공공기관의 임직원까지 각각 행위의 정당성과 책임성을 통제할 수 있는 정치적, 사법적, 행정적 제도와 수단을 강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동시에 공직자들의 윤리성을 제고할 수 있는 인센티브와 처벌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정책실패는 언제나 반복될 것이고 언제나 그랬듯이 누구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다.

 

1) 정부의 정책결정과 집행과정에서 많은 공무원이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정책실패의 책임을 누구에게 묻기가 어려운 것을 의미한다. Dennis. F. Thompson. 1987.Political Ethics and Public Office 참조.

 

라영재
국가청렴위원회 민간협력팁장, 협성대학교 교수.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실행위원으로, 부패 없는 맑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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