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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참여사회    since 1995

  • 2014년 12월
  • 2014.12.01
  • 802

특집 정책실패의 비용

한미 동맹의 비용은
어디까지인가

 

박정경수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사무처장

 

 

참여사회 2014년 12월호(통권 217호)

 


국가의 정책은 실패했을 때, 그 금전적 비용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까지 모두 국가의 구성원들이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신중해야 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정책의 합리적인 결과를 판단하기 위해 예측가능성과 결과의 구체성을 중요한 요소로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책이라는 측면에서 한·미 동맹은 이 두 가지, 예측가능성과 결과의 구체성 모두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는다. 특히 지난 10월 23일 발표된 제46차 한미안보연례협의회의(이하 SCM)의 공동성명 결과는 이 같은 상황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SCM의 발표에 따라 지난 10여 년간 진행되었던 미군기지 이전사업은 예상 기간과 비용, 대상 시설과 구역의 목록이 모두 처음의 계획에서 크게 변경되었으며 지금까지 투여된 엄청난 시간과 천문학적인 매몰비용이 예상된다. 하지만 국회의 비준을 받았던 협정을 일개 국방부장관이 미국에서 공동성명에 서명함으로서 협정의 내용뿐 아니라, 엄청난 비용까지 우리 측이 부담하게 되었음에도 국방부는 오히려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용산미군기지 이전 비용, 10년간 7조 이상
미군기지 이전사업은 크게 2004년 체결된 용산기지이전협정YRP과 2002년 체결되고 2004년 개정된 연합토지관리계획LPP으로 구성되어 있다. 용산기지이전협정은 서울에 있는 미군 기지를, 연합토지관리계획은 경기도 북쪽에 있는 미군 기지를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해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2010년 12월 종합사업관리용역업체PMC가 한미 양측에 보고한 사업 분담비용에 따라 미군기지 이전사업의 전체 예상비용은 약 16조 1,000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 이 중 민자사업BTL을 제외하고 한국 정부에서 부담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만 12조 8,000억 원 정도다. 2013년 7월 스카파로티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 지명자가 미 상원 청문회에서 밝힌 답변에 따르면, 미국 측의 경우는 단지 8,800억 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2004년 협정 당시 우리 측이 예상한 용산기지이전협정과 연합토지관리계획의 예상 비용을 모두 합쳐서 약 7조 5,950억 원이었다. 용산기지이전협정은 3조 9,570억 원을, 연합토지관리계획은 3조 6,380억 원 중 1조 5,140억 원을 우리가 부담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가 직접 부담해야 할 비용만 7조 3,000억 원 이상 증가한 것이다.


비용이 증가한 이유는 미국이 부담하기로 한 비용의 대부분을 우리 정부가 매년 미국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주한미군 주둔 분담금인 ‘방위비분담금’에서 전용해 사용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방위비분담금’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10년간 약 7조 8,000억 원 이상을 미군에게 지급해 왔으며, 매년 지급하는 비용도 2014년 현재 9,200억 원에 달한다.


2004년 협정 당시 미군기지 이전사업의 완료 시기는 2008년이었다. 불과 4년이면 진행될 공사가 12년이나 걸린 것이다. 이는 미국의 군사적 정책이 아시아에서 협정 체결 즈음 급격하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한편 중동에서의 긴 점령과 군사작전으로 미국의 국방비용이 크게 부족해지면서 기지 이전비용을 방위비분담금 등에서 전용하기 위해 사업기간이 크게 늘어났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참여사회 2014년 12월호(통권 217호)

한미 동맹에 따른 용산 미군기지 이전은 경제적으로 많은 비용이 소모됐다는 것도 문제지만,
평택이나 파주에서 주민들을 내쫓는 과정에서 치른 사회적 비용도 크다.

 

미군기지 이전 장기화에 따른 피해 도미노
사실 2004년 연합토지관리계획이 2년 만에 다시 개정되면서 가장 분명하게 달라진 점이 바로 사업기간이 2011년에서 2008년으로 축소되었다는 점과 서울 북부에 배치된 6개 기지를 반환대상 기지 목록에 추가했다는 것이다. 그 기지들 중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지가 바로 동두천의 캠프 케이시다. 하지만 이번 SCM 공동성명에서 미2사단 210화력여단이 계속 동두천 캠프 케이시에 주둔한다는 사실이 발표되었다. 결과적으로 2004정 개정 연합토지관리계획의 내용이 대부분 부정된 샘이다.


용산기지이전협정 역시 협정 체결과 함께 수 년 간의 수립계획을 거쳐 지난 2011년 10월 용산공원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 고시되었지만, 올해 한미연합군사령부의 서울잔류 소식이 발표되면서 방향을 잃었다. 무엇보다 용산 국가공원의 핵심 내용이었던 남산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생태축 복원의 한가운데에 한미연합군사령부가 그대로 유지되고, 6개 테마 공원으로 나누어 개발하려던 공원의 개발 개념이 전면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공원의 시기와 내용, 예산까지 모두 변경되면서 사실상 첫 국가공원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졌다.


미군기지 이전의 취지 중 하나는 반환기지를 통해 국토를 균형 있게 개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업 기간이 10년 가까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국토의 균형 있는 발전을 망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화여대, 서강대, 중앙대, 건국대, 광운대, 국민대 등 경기도 북부 미군기지 반환부지에 세워지거나 이전할 예정이었던 많은 대학들이 반환시기가 늘어나면서 이전계획을 취소했거나 대학이전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경기도 북부의 경우는 의정부를 제외하고는 애초에 기대했던 토지의 매각도, 민간의 투자도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 북부 전체가 활력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특히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은 사업시행사의 채무불이행 사태가 더해져 도시개발구역 지정이 취소되면서, 용산구 전역이 마구 개발된 높은 건물과 개발이 취소되어 건물터만 남아 황량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비용, 어디까지 치러야하나
안타까운 사실은 주한미군의 잔류와 관련해서 이미 2013년 2월 당시 제임스 서먼 주한미군 사령관이 본인을 포함해 200명의 주한미군이 서울에 잔류하길 희망한다는 언론 인터뷰를 했으며, 캠프 케이시의 210화력여단의 경우는 2012년 6월부터 언론을 통해 미군의 잔류 가능성이 꾸준히 보도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미군 잔류와 관련해 정부 간 협상이 진행되었다는 것을 언론을 통해 충분히 추측할 수 있었음에도 국민들뿐만 아니라, 서울시와 동두천시 모두 SCM 공동성명 발표 직전까지 아무런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국민과 지방정부를 소외시켰다는 점에서 정책실패가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평택에 미군 기지를 확장하면서 벌어졌던 대추리 투쟁이나 파주의 무건리 훈련장 확장 투쟁, 용산 국제업무지구의 성급한 개발로 벌어졌던 용산참사를 떠올린다면 사회적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연 용산과 동두천에 미군부대가 잔류함에도 지금처럼 거대한 미군기지가 평택에 필요한지, 전시작전통제권 연기가 무기한 보류되면서 한미연합군사령부는 존재하는데 평택에서는 주한미군 한국군사령부KORCOM가 지어지는데 따른 비용의 중복지출도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1990년 당시 용산기지의 이전이 1989년 6월 미군감축을 염두에 두고 제출되었던 주한미군재배치법안Bumpers법안이 같은 해 9월 주한미군 감축 대신 한국의 방위비를 증액시키는 내용으로 수정되어 미 상원을 통과했다는 점, 2004년 기지 이전에 관한 두 개의 협정이 미국의 해외 주둔미군 재배치계획Global Posture Review에 근거하며, 최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미군기지 건설과 이전이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Asia Pivot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최근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정책실패에서 국가 정책이 분명한 원칙과 방향, 예측가능성과 결과의 구체성을 가지고 진행되지 않는다면 한미동맹의 비용으로 언제까지나 끌려다니고 소모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배워야 할 것이다.

 

 

박정경수
군사기지와 인권을 주제로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평화와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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