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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12월
  • 2014.12.01
  • 1035

[특집] 정책실패의 비용

글로벌 호구의 탄생, 해외자원외교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참여사회 2014년 12월호(통권 217호)

문득 이명박 정부 시절의 자원외교 행태를 보며 중학생 때 기억이 났다. 일요일이면 어머니께 인사드리고 집 대문을 나서 도서관으로 향하던 때의 그런 것 말이다. 자리 잡고 두 시간여 엉덩이를 붙이고서는 이내 친구들과 짐을 챙겨 오락실로, 분식집으로 향하곤 했었다. 순전히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보자면 밖에 나가 있는 시간은 자식이 학문의 깊이를 연마하는 것의 바로미터였으며, 씀씀이는 그 폭을 도야陶冶하는 보증이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이명박 정부 5년의 시간이 그랬던 것 같다. VIP일가가 오대륙을 오가는 마일리지는 자원강국의 미래를 그만큼 앞당기고 있는 것으로 비쳤으며, 자원공기업 3사(광물자원공사, 한국석유공사, 가스공사)를 통해 해외로 유출되는 외화의 규모는 곧 쏟아질 광물, 석유, 가스를 눈앞에 아른거리게 했다.

 

먼저 말해 두고 싶은 것이 있다. 자원외교의 속성상 투자금액 대비 회수금액은 충분히 낮을 수 있으며(경제학의 용어로 위험이 크다고 할 것이다) 그 기간 또한 앞으로 충분히 지켜봐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다.

 

이에 대해 반론할 생각은 없다. 다만 ‘정책 실패’라고 이름 지어질 수 있는 투자의사결정 과정 일련의 문제점이다. 모든 투자에는 위험이 따르며 더군다나 자원과 관련된 것이라면 더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국민들이 수긍할 것이다. 문제는 과연 투명한 의사결정과정이 있었으며 또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과정이 수반되었느냐는 것이다. 대답은 ‘아니오’다. 멕시코 볼레오 광산 자원외교 사례를 중심으로 따져보자.

 

망한 해외기업의 구원투수, 한국 공기업

 

광물자원공사가 주체가 된 이 사업의 본격적인 사업 착수는 MB정부 출범 이후인 2008년 4월로, 사업지분율 10%를 가진 사업이다. 애초 볼레오 광산은 캐나다 바하마이닝이라는 회사가 개발을 시작한 사업으로 미국수출입은행이 조사보고서에서 지적한 바대로 그 실체가 상당히 의심스러운 회사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술경험과 재정 능력 부족, 복잡한 채굴 관련 문제, 효과적인 독립적 엔지니어의 부족 등과 같은 여러 가지 문제”를 총체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투자자를 찾지 못 할 것은 명확한 사실이었다. 이로 인해 3년여가 지난 2011년 하반기에야 첫 삽을 뜰 수 있었고, 2011년 8월이 되어서야 채권은행단의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불과 8개월여가 지난 2012년 4월 디폴트default, 부도가 발생한다.

 

애초 광물자원공사 입장에서는 사업 운영사였던 캐나다 바하마이닝사의 기술력과 자본의 부족을 파악 못했던 것도 큰 한계일 것이다. 그러나 이때라도 사업을 접었다면 공사 입장에서는 최대로 잡더라도 약 1,473억 원의 손실을 보고 말았을 것이다.


부도가 난 시기에 우리나라는 총선이 진행 중이었고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이었다. 이때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감사원과 공사 이사회의사록을 통해 살펴보자. 2014년 6월 감사원의 감사 결과, 공사 내부에서조차 작성한 예측 수익률이 5.36%로 기준수익률 10.31%에 못 미쳐 사업추진이 불가능했으나, ‘광물가격을 임의로 높게 적용해 투자수익률을 부당하게 산정’하여 예측 수익률을 조작했을 뿐만 아니라, 기준수익률마저 8%로 보고해 마치 사업성이 있는 것처럼 꾸몄다. 아울러 2012년 10월 9일에 있었던 이사회에서는 670만 달러를 이사회 의결 없이 송금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언급이 있다.

 

해외자원외교 표1

출처 : 감사원 감사결과 처분요구서

 

참여사회 2014년 12월호(통권 217호) 참여사회 2014년 12월호(통권 217호)

출처 : MMB(Mineray Metalurgica del Boleo,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자회사) 홈페이지
각각 2012년 1월과 12월의 볼레오 광산 모습. 약 1년 동안 볼레오 광산 개발이 진척되지 않았음은 육안으로도 확인되지만, 이 기간 동안 투입된 금액은 4천 억 원에 달한다.

 


성과없이 늘어나는 자원외교 손실

 

그렇다면 정작 멕시코 볼레오 현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미국 수출입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현장은 관리도 되지 않고 횡령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2012년  동안 투입되었다고 장부에 나타난 금액이 3,962억 원이다.

 

이와 같은 정황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을까? 2012년 7월 27일 제 1071회 이사회 안건 첨부 자료에서는 부도로 인한 건설중단 방지 및 건설완료를 위한 부도 이후 총 투자비를 5,360억 원으로 예측한다. 그러나 그 금액은 점점 늘어나 1조 2,326억 원이 되었다.이 과정에서 부도로 말미암아 원금회수에 안절부절 했을 채권은행단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빠져나갔다. 이를 채권은행 중 하나였던 미국 수출입은행 보고서에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In November 2012, EX-Im Bank successfully restructured its $419.6million direct loan facility in, what appears to be, a no loss situation for EX-Im Bank. The original EX-Im Bank project financing was terminated and replaced with a new $419.6million facility to a state-owned Korean entity and member of the original consortium of sponsors. The project facilities remain in default, however, as the remaining lenders continue to re-negotiate their Standstill Agreement with the Borrower."

 

요약하자면 4,196억 원을 볼레오 프로젝트에 빌려줘서 손실을 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한국 공기업에 덕분에 손실을 전혀 보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참고로 이와 같은 일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인 2012년 9월 말 까지도 멕시코 볼레오 현장에 투입된 광물자원공사의 현장 직원은 기술직 단 1명 뿐이었다.

 

이것이 이제까지 밝혀진 멕시코 볼레오 광산 사업의 실상이다.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미래 언젠가는 투입금액 이상으로 현금이 회수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 타당할까? 최근의 보도에 따르면 광물자원공사는 1조원의 증자를 국회에 요구했다고 한다. 실로 더 암담한 뉴스만이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이자, 회계사. 쌍용자동차 회계조작 비리를 밝혔으며, 최근에는 해외 자원외교의 문제를 밝히는데 골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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