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07월 2014-07-01   1666

[특집] 저널리즘 붕괴 야기한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

특집 MB의 긴 그림자

 

 

저널리즘 붕괴 야기한
이명박 정권의 방송 장악

 

김서중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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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즉 정치적 민주화가 진행된 민주정부 10년 시기는 언론으로 보면 방송의 실질적 민주화 시기이다.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은 민주화된 방송이 생산하는 시사 보도 또는 시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을 불편해했다. 국민의 정부 이후 정권 쟁취에 실패한 것,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실패한 것 등 새누리당 스스로가 자초한 정치적 실패를 방송 탓으로 돌린 것이다. 사실 이 당시 공영방송들은 정부의 주요 정책도 강하게 비판했지만 새누리당의 눈에는 자신들에 대한 비판만이 문제였다.

 

방송 장악 1단계: 경영진 교체

 

이명박 정부의 방송 정책의 핵심은 자신들에 불리한 공영방송 중심 체제의 해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우선 방송사 경영진을 장악하고 그 힘을 이용해 비판적 프로그램을 폐지하였다. 다음으로는 이 체제를 영속화하기 위해 대기업, 신문 등의 뉴스 방송 영역 진출을 가능하게 하는 미디어 관련법을 개악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괴물방송 종합편성채널(종편)의 등장이다. 이러한 방송 장악에 대한 2012년 언론 총파업 저항은 해직과 징계 그리고 시용기자, 시용 PD라는 해괴망측한 존재의 등장으로 귀결됐다. 그리고 이 모든 방송 장악 결과 기자들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민적 비극에서조차 정권을 옹호하다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오명을 듣게 됐다.

 

이명박 정부는 후보 시절 언론 특보를 했던 구본홍을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YTN 사장에 앉혔다. 당연히 독립성을 훼손당한 YTN 구성원은 저항했고, 6명이 해직됐다. 그들의 고난은 2000일이 넘었다. KBS 정연주 사장을 내쫓기 위해서 이사인 신태섭 교수를 학교에서 해직하고 그것을 빌미로 KBS 이사에서 해임했다. 그리고 다수가 된 친 정부 이사들은 정연주 사장을 해임 제청했다. 신태섭 이사는 법원의 판결로 복직했고, 정연주 사장은 모든 소송에서 이겼다. MBC에서는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엄기영 사장을 압박해 사임하게 하고 김재철 사장을 앉혔다. 그리고 김재철 사장은 단협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등 방송 공정성을 파괴해 2012년 MBC 노조의 170일 이라는 최장기 파업을 야기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6명이 해직됐다. YTN이나 MBC의 해직자들은 모두 1심에서 복직 판정을 받았지만 복직을 거부당했다.

 

방송을 장악한 다음 이어진 순서는 비판적인 프로그램들의 폐지였다. KBS에서는 대표적인 시사 풍자 프로그램 <시사투나잇>에 이어 <시사360>을 폐지하고, <미디어 포커스>, <시사기획 쌈> 등의 개명을 통해 비판성을 약화시켰다. YTN의 대표 인기 프로그램 <돌발영상>도 예외는 아니었다. MBC의 <PD수첩>은 끊임없이 도마에 올랐고, 폐지는 안 됐지만 결국 식물 프로그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리고 눈엣 가시 같은 방송인들을 퇴출시켰다. 김미화, 윤도현, 김제동 등이 그 예다. 공영방송의 독립성은 훼손되고, 공공성은 실종됐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은 권력이 교체되면서 정상화될 수 있는 것들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이 체제를 영속화시키기 위한 체제 구축에 들어갔다. 방송의 중심을 공영방송에서 사영방송으로 옮기는 전략이다.

 

방송장악 2단계: 관련 법 개악

 

2009년 언론계는 미디어 관련법 개악 파동을 겪었다. 2008년 12월 3일 신문·방송 관련 법안을 내놓은 새누리당은 12월 31일 전에 법을 통과시키려 했다. 그들 스스로 인정한 대로 법안에 투표해야 할 국회의원조차도 제대로 법안 내용을 알지 못한 상태로 통과시키려 한 것이다.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해를 넘겼지만 법 개정의 명분에서 밀린 정권은 결국 날치기로 통과시켰고 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해 ‘절차에 위헌, 위법성이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다수당인 새누리당과 대통령의 거부로 법은 발효됐다.

 

방송을 신산업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명분을 앞세운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중심 체계를 깨기 위해 대기업, 신문 등이 뉴스를 하는 방송 영역에 진출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골자였다. 국책기관을 통해 내놓은 ‘방송 산업 성장 잠재력’이라는 논거는 잘못된 통계에 기반한 추론이었음이 드러나 부정당했고, ‘지상파의 여론 독과점’ 논거는 방송진출을 허용하려는 신문의 독과점이 훨씬 심하다는 연구 결과에 의해 부정당했다. 그럼에도 강행한 이유가 뭘까? 이는 수구 기득권 세력에 유리한 언론 지형을 구축하려는 기도였다.

 

참여사회 2014년 7월호

 

방송장악의 3단계: 행동대 종편의 전진 배치

 

전술한대로 한국 방송산업은 포화상태였다. 미디어 관련법에 따라 신문이나 대기업에 종합편성채널(종편) 진출을 허용하더라도, 합리적 시장에서는 하나의 종편도 존립할 수 없다는 것이 학계의 예측이었다. 그러나 소위 조중동매에 무려 4개의 종편을 승인했다. 정치적 결정인 것이다. 정량평가에서 하위권이었던 이들은 정성평가에서 뒤집고(?) 승인을 획득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3년의 경영성적표는 참혹했다. 정상적이라면 퇴출 대상이다. 그럼에도 재승인 대상이었던 조중동 종편은 재승인도 통과했다. 바로 저열한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통해 보수 정치세력을 구축해 정권재창출에 기여한 충성의 대가였다.

 

종편 도입의 가장 큰 비극은 저널리즘의 붕괴였다. 뉴스의 편파성은 물론 자격 미달의 수구 이데올로그 논객들을 출연시킨 시사 토크 프로그램은 수구집단의 사랑방을 공론장에 옮겨 놓은 것이었다. 그리고 이에 면죄부를 준 방송통신심의위의 편파 심의는 출연진의 충성 경쟁을 가능하게 했다. 저널리즘이 이데올로기에 의해 붕괴된 것이다. 상업방송의 정파 이데올로기적, 상업 선정적 선동이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기생하더라도 올바른 저널리즘을 선도하는 언론이 존재하면 그 사회가 감당할 수 있다.

 

문제는 선도방송을 자임해야 할 공영방송이 정권의 방송장악에 의해 붕괴됐다는 점이다. MBC의 김재철 사장은 파업에 대응해 시용기자, 시용PD 채용이라는 희대의 꼼수를 부렸고, 공정한 기자·PD가 올바른 목소리를 낼 기회는 사라졌다. KBS 역시 방송 공공성을 위해 저항했던 유능한 기자·PD들은 일선에서 밀려 났다.

 

저널리즘의 붕괴, 좋은 언론 소비로 대처해야

 

세월호라는 국가적 참사를 맞이해서도 방송들은 정권, 정파적 이해를 앞세웠다. 현장 기자들의 계속된 의문 제기에도 불구하고 2시간 여 정정하지 않은 채 전원 구조 오보를 내보냈던 MBC의 사례, 현장 항의를 삭제하고 박수를 삽입한 대통령 관련 방송 등 일반 상황에서도 용납할 수 없는 오보, 왜곡보도가 난무했다. 이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하거나, 구조 요청을 유족의 억지로 몰아세우는 간부들이 공영방송의 보도 중심에 서 있었다. 저널리즘의 붕괴는 민주주의의 붕괴다.

 

저널리즘을 선도해야 할 공영방송의 정상화는 포기할 수 없는 절대 과제다. 하지만 공영방송의 정상화는 정권이 바뀌지 않는 한 사실 매우 어려운 것 또한 현실이다. 장악된 공영방송, 선동 방송 종편 등에 의해 조성되는 왜곡된 여론을 방기할 수 없다. 진실을 통해 교정해야 한다. 현재 그 역할을 하는 언론은 한겨레 경향도 있지만 뉴스타파를 비롯한 대안 언론의 등장이 유의미할 정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현장성에 기반 한 진실의 전달, 탐사에 기초한 심층 보도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문제는 소비다. 이제 나쁜 언론 비판 못지않게 적극적인 좋은 언론 소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서중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이자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장. 주요 저서는 『현대사회와 매스커뮤니케이션』(공저),『한국언론산업의 역사와 구조』(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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