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12월 2014-12-01   615

[통인뉴스-사회경제] 허무맹랑한 희극같은 ‘쌍용자동차 판결’

허무맹랑한 희극 같은 ‘쌍용자동차 판결’

근로기준법 위반한 정리해고에 사측의 손 들어준 대법원

 

최재혁 노동사회위원회 간사

뉴스도 제대로 다루지 않는 정리해고를 주말 예능이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무한도전>에 나온 무한상사의 정리해고는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점에서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와 닮았다. 

정준하 과장은 어느 날 정리해고를 통보 받는다. 사용자가 노동자를 해고하려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는데, 무한상사는 특별한 사유 없이 정 과장을 해고한다. 심지어 정과장의 팀은 신규 사업인 ‘아연맨’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었다. 쌍용차 정리해고가 적법하다고 판결한 대법원은 쌍용차에 대해 신차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현금은 없고, 기존 차종은 경쟁력이 약화되었다고 밝혔다. 당시 신차 개발이 완료되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고, 안진회계법인의 자료에도 기존차종이 계속 생산되어 판매되면 기업의 이익에 도움이 될 거라고 평가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외면했다.

참여사회 2014년 12월호(통권 217호)

11월 14일 개최한 쌍용자동차 대법원 판결비평 간담회.

 

또한 사용자가 정리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그 정리해고는 무효다. 유재석 부장이 팀에 사측의 정리해고 계획을 알리자, 정 과장은 해고 대신 팀원들의 월급을 조금씩 줄이자고 제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리해고는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쌍용차 노동조합은 정리해고 당시,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나누기를 사측에 제안했지만 사측은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쌍용차 사측이 정리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사장은 유부장에게 팀원 중 1인을 해고하라고 명령했지만, 왜 1명을 해고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정리해고를 하려는 사용자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기업 운영에 필요한 인력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잉여인력은 몇 명인지 등은 상당한 합리성이 인정되는 한 경영판단의 문제에 속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경영자의 판단을 존중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헌법에는 근로의 권리와 의무가 명시되어 있지만, 대법원은 경영권이 헌법에 명시된 근로의 권리보다 앞선다고 판단했을까? 근로기준법 상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는 사측이 자신의 필요에 의해 귀책사유가 없는 노동자의 생계를 박탈하는 것이다. 때문에 정리해고는 사측에 전적으로 맡겨져서는 안 되며, 사회적으로 엄격하게 통제되어야 한다. 유럽의 경우, 기업이 정리해고를 단행할 경우 이를 예방하기 위해 중앙,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우리는 쌍용차 정리해고를 통해 정리해고가 노동자 개인과 가족, 지역사회에 미치는 충격과 고통이 얼마나 큰지 경험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이 모든 경험을 외면하고, 오로지 사측의 경영권만을 앞세워 대량해고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예능에서나 허용될법한 정리해고가 적법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