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12월 2014-12-01   677

[통인뉴스-권력감시] 미흡하고 미완인 세월호특별법 제정

미흡하고 미완인 세월호특별법 제정

국민의 감시와 참여로 특별법 제대로 작동하게 해야

이재근 정책기획팀장(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

 

지난 11월 7일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세월호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206일 만이고, 광화문광장에서 유가족을 비롯한 국민들이 농성을 시작한지 117일 만의 일이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그동안 세월호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해 53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의 서명을 받았다. 밥을 굶어가며 국회와 광화문광장, 청와대 앞에서 풍찬노숙을 마다하지 않았다. 빗속에서 백 리를 걷고, 촛불을 들며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세월호특별법의 제정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국회 본회의에서 특별법이 통과될 때 유가족들은 가슴을 쳤고, 유가족과 함께한 국민들은 울화를 참기 어려웠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치인들만이 특별법을 통과시킨 뒤 웃고 박수칠 뿐이었다. 11월 7일 통과한 세월호특별법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에는 너무나 미흡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 불가능한 세월호특별법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특별조사위원회의 구성과 조사권한에 제약이 적지 않고, 독립된 수사와 기소를 보장할 수단 역시 크게 미흡하다. 우선, 조사권을 행사할 위원회의 위원장을 유가족들이 추천하도록 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지만, 조사대상이 될 정부와 책임을 공유하는 여당이 추천하는 위원이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으로서 예산과 인력, 그리고 조사 실무를 챙기도록 한 것은 위원회 활동의 독립성에 장애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집요하고 교묘한 조사 방해를 벌써부터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특별법에 명시하지 않고 여야 합의로 결정된 특별검사 추천 방식도 문제다. 특검 후보 4인의 추천과정에 유가족의 참여를 배제하고, 참사의 공동책임자인 여당은 참여할 수 있는 내용으로 협상이 마무리 되었다. 이 역시 성역 없는 수사와 기소를 불투명하게 하는 독소조항이다. 여당이 유가족들에게 특검 후보 추천 시 사전 동의를 구한다고 약속했지만,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 지는 미지수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조사하고 수사할 특별조사위원회와 특별검사는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즉,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영향력 행사로부터의 독립이 가장 중요하다. 이들이 조사하고 수사할 대상이 바로 청와대와 정부이기 때문이다. 조사와 수사 대상이 조사위원회와 특별검사를 추천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세월호특별법은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출발한 것이다.

세부적인 조항에서도 위원회의 조사권을 약화시킬 여지가 있는 독소조항들이 그대로 통과되었다. 특별조사위원회는 조사대상자가 자료 또는 물건의 제출을 거부할 경우 그 내용을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하지 않았다. 실지조사의 대상을 장소와 시설, 자료, 물건으로 규정하여 해석상의 불씨를 남기고 기관과 단체를 명시하지 않았다. 위원회의 동행명령에 응하지 않은 이들에게 부과하기로 한 과태료 1,000만원을 3,000만원으로 높여야 한다는 제안은 받아들여지지도 않았다. 공익제보자 보호조항 역시 과태료 처분만 가능할 뿐이다. 진상조사위원회의 위원이 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도 매우 협소하게 규정되었다. 위원회 구성을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부칙 조항도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참여사회 2014년 12월호(통권 217호)

530만 명이 넘는 국민서명과 100일이 넘게 진행된 농성끝에 ‘세월호 특별법’이 합의 됐지만, 수사권, 기소권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비롯해 합의안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특별법 완성을 위해 필요한 것들
그러나 눈앞에 놓인 세월호특별법이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 우리가 절망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진상규명을 가로막고, 유가족의 요구를 보상과 배상문제로 왜곡하고, 세월호 참사를 큰 규모의 ‘교통사고’로 규정하고 싶어하는 자들의 온갖 방해를 뚫고,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들의 힘으로 미흡하지만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조사권한을 확보하고 청문회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렇게 만들어진 세월호특별법이 죽은 법이 될 것인지, 살아 숨 쉬는 법이 될 것인지는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에게 달려 있다. 우리들의 감시와 참여로 세월호특별법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제대로 작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후 특별검사 추천과 임명과정도 마찬가지다.

겨울로 가는 길목에 선 ‘광화문광장’의 찬바람은 시리다 못해 뼛속까지 파고든다.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는 여전히 세월호 유가족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활동가들, 그리고 함께하는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천막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미흡하고 미완인 특별법 제정되었다고 해서 모든 것을 정리하고 농성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은 이제 첫걸음을 뗐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함께 벼려야 할 것은 진실과 안전을 향한 강한 의지다. 그리고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은 세월호 유가족들과 맞잡은 손 놓지 않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가 건설 될 때까지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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