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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11월
  • 2014.11.03
  • 575

특집 호구거나 호갱이거나

 

서민 호주머니 터는  ‘담뱃값 인상’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경기부양예산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한다. 우리나라의 나라살림이 굉장히 적고 변화가 심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라살림은 공기업과 관련 공공기관을 포함하면 700조원이 넘는다. 2013년 명목 GDP는 1,428조원인데,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예산과 공기업, 공공기관까지 포함한 공공재정이 절반을 넘는다. 이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의 절반을 넘는 셈이다.


또 다른 오해는 예산이 크게 변화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2014년도 예산에서 신규예산은 전체의 0.6%에 불과하여 2조원 남짓이다. 2013년 예산에는 0.9%로 그나마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나라살림은 하던 것을 계속하는 구조이며, 이는 관료사회의 경직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정부는 올해보다 5.7%(20조 원) 증가해 총 지출 376조 원에 달하는 ‘2015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물론 정부는 세입여건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최대한 예산을 확장 편성했다고 주장한다. 재정건전성 악화를 감수하고라도 경기 부양에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빚내서 경기를 부양하는 방식은 과거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는 것과 같다.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2009년부터 3년간 22조원이 투입되는 4대강 사업을 진행했고, 경기부양책으로 13조원을 투자했다. 결국 빚내서 경기를 부양하는 방식은 이명박 정부 5년간 98조원의 재정적자와 경제양극화 심화 등의 폐해만을 남겼다.

 

증세 없는 복지 확대, 가능할까?

점증적 예산안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정부예산은 꾸준히 증가한다. 기본적으로 행정예산이 증가하기도 하지만 정부가 약속한 135조원의 복지예산은 점증적 예산편성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하지만 세금은 목표한 만큼 걷히지 않는다. 세수부족은 올해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당초 주장한 재원대책은 세 가지다. 18조원을 비과세·감면에서, 27조 원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84조 원은 지출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증세를 안 하고도 복지를 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비판했지만 다수 국민은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한다.


결과는 참담하다. 비과세·감면은 2012년과 2013년에 15조 3,000억 원을 감면철회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3조 9,000억 원에 불과하다. 더구나 올해 종료되는 비과세·감면을 모두 폐지해도 7조 8,000억 원이다. 세수감소 10조를 막기에도 역부족이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볼 때 올해도 미미한 액수만 철회될 것으로 보인다.


지하경제 양성화도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지하경제가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민간소비의 89%를 카드 결제로 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정작 큰 기업들의 세금감면은 그대로 두고 중소기업이나 영세 상인들을 쥐어짜는 꼴이 되고 있다.


지출구조조정도 마찬가지다. 토건 등 과도한 지출부분을 줄이기는커녕 올해 예산에서 안전 등을 빌미로 이명박 정부 후반기에도 줄어든 토건예산을 증가시켰다. 따라서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재원마련을 더 어렵게 하였다.


예비타당성 조사대상도 500억 원에서 1000억 원 이상 사업으로 완화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지난 개발연대 시절처럼 토목과 건설업 부양을 통해 단기적으로 경제성장을 도모하겠다는 발상으로 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참여사회 2014년 11월호 (통권 216호)

 

결국 ‘꼼수 증세’로 서민주머니 터는 정부

보수는 ‘지하경제 양성화’, 진보는 ‘부자감세 철회’라는 도깨비 방망이가 있다는 말이 있다. 둘 다 비현실적이거나 충분한 대책이 되지 못한다. 결국 세율인상과 세목신설이 아니고서는 해결할 수 없다. 수입이 어느 정도 되는 상황에서 절감과 조정이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가 증세를 꺼내 들었다. 그런데 그 카드는 세금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부가세, 소득세, 법인세가 아니라 뜻밖에도 담뱃세다. 자동차세와 주민세도 있지만 이는 액수가 1조원 남짓이어서 의미가 적다. 결국 재정확보의 주 대책은 담뱃값 인상이 되어 버렸다. 


담뱃값 인상에 대해서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목적에 맞는 정책이냐는 것이다. 정부주장대로 국민건강을 위해 흡연율을 낮추는 것이 목표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조세연구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9,000원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재정확보가 최고가 되는 지점인 4,50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비가격 정책을 보면 더 명확해진다. 담배광고 규제나 건강경고 등의 정책은 시행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담배판매가 위축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모양새다.


둘째, 부자증세 없이 이런 꼼수 정책만으로는 국민 동의를 얻기 힘들다는 점이다. 증세 없이 예산절감과 지출구조조정, 조세개혁과 세정개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했는데, 이를 위한 의지와 결과를 보여주지 못한 채 담뱃값 인상이라는 방식을 꺼내든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이 국민들의 정서다.


셋째, 국민건강을 위한 인상자체에는 공감을 하나 지금과 같은 소득 역진적인 방식으로 인상을 한다면 결국 서민증세가 된다. 연봉 10억 원인 대기업 경영인이나 연봉 2천만 원인 근로자나 하루 한 갑 담배를 피우면 1년에 56만 5,750원의 세금을 낸다. 소득격차와 상관없이 세금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납득하기 힘들다.

 

재정 정책에도 철학과 소통이 필요하다 

복지도 늘리고, 건설도 늘리고 모든 것을 점증적으로 늘리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하겠다며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예산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의 예산안은 재정건전성 악화만을 가져오는 재정확대로, 결국은 현재와 미래의 국민이 그 부담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뚜렷한 정책방향과 재정의 철학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비록 잘못되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토건’이라고 하는 뚜렷한 정책 방향과 철학이라도(?) 있었다. 현 정부는 현상유지에 급급해 정부의 정책이 무엇을 위해 가야하는지를 예산편성에서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증세는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수입증가 없는 재원확보라는 허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문제는 그 방식이다. 어느 정도의 정부규모가 필요한지, 세금의 규모는 어떠할지, 그래서 어떤 세금을 중심으로 올릴지에 대한 사회적합의가 필요하다. 


남은 것은 국회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근본적인 경제 활성화 대책과 서민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안을 담은 국회 예산심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난망한 기대이기는 하다. 그나마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과거와는 달리 예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실낱같은 희망이다. 

 

정창수

행정학(재무행정)박사, 경희대에서 강의를하고 나라살림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시민단체에서 오랫동안 예산감시운동을 했고, 현재는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를 넘나들며 나라살림의 개혁을 통한 시민살림을 고민하고 있다.

 

참여사회 2014년 11월호 [특집] 호구거나 호갱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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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 서민 호주머니 터는 '담뱃값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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