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12월 2014-12-01   1084

[읽자] 길고 깊은 겨울밤, 잠에 빠져 꿈을 꾸는 당신에게

길고 깊은 겨울밤,
잠에 빠져 꿈을 꾸는 당신에게

박태근알라딘 인문MD가 권하는 12월의 책

오는 12월 22일은 동지冬至다. 24절기 가운데 스물두 번째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겨울 한복판은 아니지만 출근길이 부쩍 어두워지는 걸 느끼는 요즘, 출근 시간은 바뀌지 않으니 야속하고,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이불 속에서 나가기는 싫으니 어느 때보나 나를 깊이 이해하고 보듬게 되어 다행(?)이다. 긴긴 겨울밤을 보내려면 야참도 필요하고 이야깃거리도 필요할 터, 깊은 밤 지루함을 깨워줄 밤, 잠, 꿈 이야기를 한데 모았다.

 

빛이 가득하여 어둠을 몰아내니

참여사회 2014년 12월호(통권 217호)
읽어버린 밤을 찾아서 / 폴 보가드 지음 / 뿌리와파리

지구상 가장 어두운 곳으로 떠나는 깊은 밤으로의 여행 『잃어버린 밤을 찾아서』는 지구상에서 가장 밝은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출발해 태곳적 어둠을 간직한 데스밸리에 이르는 여행에서, 빛을 얻고 밤을 잃은 인류의 모습을 확인하고 인류가 만든 ‘빛 공해’가 다른 생명에게 어떤 고통을 주는지 알려준다. 인류는 오랜 세월 밤과 어둠을 두려워했다. 짐승의 위협이나 외부인의 공격처럼 실질적인 위협도 있었지만, 유령과 마녀 같은 상상 속 무서움도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았다. 불과 100여 년 만에 북반구 전체가 빛으로 가득 찬 까닭이라 하겠다. 그런데 밤은 인류에게만 주어진 시간이 아니다. 우리가 잠든 사이에도 짝짓기, 이동, 수분과 먹이 섭취 등 다양한 생명 활동이 쉼 없이 일어난다. 낮에는 빛에, 밤에는 어둠에 맞춰 진화한 숱한 생명이 급속도로 늘어난 인공 불빛에 적응하기에 100년이란 시간은 너무 짧다. 인류는 어떤가? 인공의 빛을 얻은 대신 별빛을 잃지 않았는가. 꿈꾸던 것을 얻고 나니 꿈을 전하던 것이 사라진 오늘, 깊은 밤, 아득한 어둠, 따스한 별빛을 되찾아보면 어떨까.

진실로 잠이 보약이다 

참여사회 2014년 12월호(통권 217호)
잠의 사생활 / 데이비드 랜들 지음 / 해나무

삶에서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면서도 이를 줄여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잠. 잠들었을 때를 제대로 기억할 수 없기에, 잠들었을 때는 말 그대로 잠들었기 때문에, 우리는 잠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잠의 사생활』은 몽유병에 시달리던 기자가 자신의 수면 문제를 해결하고 잠의 비밀을 찾고자 시도한 결과로, 우리는 왜 잠을 잘까, 꿈은 왜 꿀까, 아이를 잠재우는 건 왜 어려울까, 잠결에 걸어 다니는 원인은 무엇일까 등 많은 이들이 궁금해 했으나 여전히 풀리지 않은 잠의 신비를 풀어낸다.

혹시 근대 이전에는 하루에 두 번 잤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하루의 절반을 어둠이 차지했던 그때, 유럽에서는 해가 지고 자정에 이를 때까지 첫 번째 잠을 잤고, 한 시간 정도 깨어 있다가 다시 아침까지 두 번째 잠을 잤다는데, 이 때문에 다산이 가능했다고 주장하는 의사도 있었다. 산업혁명 이후 근대 세계에서 잠은 낭비로 오해받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충분한 수면이 창조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사례와 연구가 이어져 기업에서도 수면실을 설치하기에 이르렀다. 잠의 많은 부분이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지만, 충분한 수면의 긍정적인 부분이 강조되는 건 수많은 잠꾸러기에게는 이미 반가운 소식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더 잘 자게 될까, 잠들지 못하게 될까. 직접 시험해보기 바란다.

개꿈은 없다

참여사회 2014년 12월호(통권 217호)
나의 꿈 사용법 / 고혜경 지음 / 한겨레출판

잠과 떼어놓을 수 없는 게 바로 꿈이다. 꿈은 오랜 세월 비이성의 영역으로 치부되었다. 그럼에도 모든 사람은 여전히 꿈을 꾸고, 누군가는 꿈을 기억하고, 서로 꿈을 이야기하고, 꿈에서 무언가 읽어내려 노력한다. 신화학 박사이자 꿈 분석가인 고혜경의 『나의 꿈 사용법』은 꿈이 자연스러운 무의식의 속삭임이라 정의하며, 꿈은 저마다의 ‘진정한 나’를 발견하도록 접촉을 시도해오는 방식이니, 꿈에 관심을 갖고 꿈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며 꿈과 친해지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꿈의 특성과 무의식의 관계를 설명하고, 꿈의 다층적 의미를 읽어내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를 만나도록 안내하여 꿈이 개개인의 고유한 삶, 각자 나아갈 길을 전하는 ‘개인의 신화’로 자리매김하도록 돕는다.

꿈 인문학보다는 꿈의 구체적인 의미가 궁금하다면 뒷부분을 먼저 살펴봐도 좋겠다. 자주 꾸는 꿈 스무 가지와 상징적 의미를 간결하게 담아내 꿈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군대에 다녀온 이들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군대에 다시 오라는 꿈’은 군대처럼 또 다른 통과의례나 그에 상응하는 치열함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지 되물어야 할 때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지금까지는 꿈이 우리에게 다가왔지만 이제 우리가 미지의 세계로 발걸음을 내딛을 차례”라고 하더라도, 이런 꿈이라면 다른 꿈을 꾸기 위해서라도 다시 잠에 들고 싶지 않을까. 다행히 겨울밤은 다시 꿈에 빠지기에 충분히 길고 깊다. 

박태근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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