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11월 2014-11-03   1970

[특집] 부르는 게 값, 대학입학전형료

특집 호구거나 호갱이거나

부르는 게 값, 

대학 입학전형료

황희란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참여사회 2014년 11월호 (통권 216호)

대학들, 입학전형료 챙겨 ‘돈 잔치’

우리 사회에서 대학 진학을 위해 학생과 학부모가 감내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은 비단 비싼 등록금만은 아니다. 대학생이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입학시험 비용도 만만치 않다. 

현재, 학생 한 명 당 수시모집은 6회, 정시모집은 3회까지 응시할 수 있다. 천차만별인 대학별 입학전형료를 대략 10만원이라 가정하더라도, 한 해 입시에서 학생이 한 명이 부담해야 하는 입학전형료가 수십만 원에 달할 수 있다. 여기에 별도의 면접이나 실기시험까지 봐야한다면 부담해야 하는 전형료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고, 게다가 원서 접수를 한 번 할 때마다 수수료까지 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의 입학전형료 부담이 클수록 대학들은 입시 과정에서 큰 이득을 본다거 할 수 있는데 2014학년도 학부 정·수시모집에서 4년제 대학들이 벌어들인 입학전형료 수입은 무려 1,500억 원에 달한다.

그렇다면 대학들은 이렇게 벌어들인 입학전형료를 어디에 어떻게 써 왔을까. 지난 2011년 감사원은 입시 업무와 관례 없는 교직원에게까지 입시수당을 월정액으로 지급한 사례를 적발해 시정을 요구한 바 있다.1) 대학들은 입학시험을 관리하고 담당한 교직원에게 입시수당을 지급하는데, 일부 사립대가 입시 업무를 맡지 않았던 교직원들한테까지 벌어들인 입학전형료를 나눠줬다 지적을 받았다. 입학전형료 수입으로 일종의 ‘돈 잔치’를 벌인 셈이다.

입시 업무 담당자들에게 지급되는 입시수당에도 문제가 있다. 서울대는 2014학년도 학부 정·수시모집 입시전형료 수입의 42%를 입시수당으로 지출했다.2) 또한, 지난 2010년에는 일부 국립대가 입학전형료 수입을 대입 관리 직원 해외연수 경비로 사용했다 적발된 바 있다.3)

입학전형료 문제가 시정되지 않는 이유

고액의 대학 입학전형료 문제가 제기된 것은 한 두 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문제점이 시정되지 않고 해마다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들이 ‘대학 진학’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악용해 입시를 돈벌이 기회이자 수단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대학 간 입학 전형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전형료 차이는 크다. 2014학년도 수시모집 일반전형을 기준으로 전형료를 살펴보면, 강릉원주대는 23,000원4)이지만, 서울대는 1단계 45,000원, 2단계 20,000원(실기 포함 전형은 1단계 65,000원, 2단계 40,000원)5)이고, 고려대와 연세대는 65,000원6)7)이다.

지방대학보다 수도권대학이 비싼 경향을 보이는데,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는 대학들이 입학전형료를 비싸게 받고 있는 것이다. 2014학년도(2013년 결산) 입학전형료 수입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4년제 대학 전체 입학전형료 수입 1,502억 원 중 서울지역 대학의 입학전형료 수입은 665억 원으로 45% 가량을 차지한다. 경기·인천지역까지 범위를 넓히면 1,013억 원으로 67%나 된다. 학생들이 몰리니 입학전형료를 내릴 생각이 아예 없는 것이다.

대학입시전형료 어떻게 낮출 수 있을까

감사원도 지적했듯이 입학전형료는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필요 이상의 부담을 주기 때문에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마땅하다. 이러한 노력과 책임은 일차적으로 대학 당국에 있으나 대학이 꿈쩍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박근혜정부는 ‘대입투명성 제고를 통한 전형료 인하 유도’ 방안으로 2014학년도 학부 정시모집부터 입학전형료 지출 항목을 수당, 설명회 및 홍보비, 회의비, 공공요금 분담금 등 12개 항목으로 제한하고, 쓰고 남은 전형료 수입은 학생들에게 반환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방안은 입학전형료 사용의 투명성을 일부 제고할지는 모르나 전형료 부담을 낮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입학전형료 수입을 12개 항목에 맞춰 다 써버리면 그만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비싼 전형료를 정당화해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실제, 2014학년도 학부 정시모집 입학전형료 수입 310억 원 중 입시관련 지출을 제하고 남은 잔액이라며 대학들이 반환한 금액은 4억 3,403만 원에 불과했다.8)

또한, 지난 26일에는 ‘한국형 공통원서접수 시스템 구축’ 개발에 착수한다는 교육부 발표가 있었다. 한 번의 원서 작성으로 원하는 여러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는 요지다. 그런데 이 시스템이 원서 중복 작성의 번거로움은 덜어 줄지 몰라도, 지원하는 대학마다 입학전형료를 납부해야 하는지 여부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기존에 원서 접수 대행업체에 내던 수수료도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수험생들이 대학에 원서를 접수할 때 ‘공통원서 접수 시스템’에 접속 후 기존 대행업체에 다시 로그인하고 수수료를 그대로 내야하기 때문이다.9) 결과적으로 박근혜정부의 입학전형료 부담 완화 정책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비싼 입학전형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의외로 간단하다. 교육부가 입학전형료 산정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입학전형료 상한제’ 등 실질적으로 전형료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 대학 입학이 대중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다수 학생과 학부모가 내야하는 입학전형료는 사실상 공공요금 성격이 되었기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또한 국·사립대의 입시 관련 업무가 큰 차이가 없는 만큼 적어도 입학전형료를 국립대 수준으로 낮출 수도 있다. 박근혜정부는 대학 입시를 통해 이익을 보려는 대학의 눈치가 아닌, ‘대학 진학’이란 상황 앞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국민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1) 감사원, 대학 등록금 책정 및 재정 운용 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 2011.

2) 대학알리미, 입학전형료 수입·지출 현황, 2014.

3) 신하영·홍여진, 일부 국립대, 대입전형료로 직원 해외연수 ‘빈축’, 『한국대학신문』, 2010.10.12. http://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65077

4) 강릉원주대학교, 2014학년도 수시 신입생 모집요강, 2013.

5) 서울대학교, 2014학년도 대학 신입학생 수시모집 안내, 2013.

6) 고려대학교, 2014학년도 수시모집요강, 2013.

7) 연세대학교, 2014학년도 신입생 수시모집 요강(서울캠퍼스), 2013.

8) 교육부, 국정감사 제출 자료, 2014.

9) 안준영, 수수료는 그대로 ‘대입 공통원서’, 107억 혈세 낭비 논란, 『뉴스1』, 2014.10.21.

황희란

학생 시절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를 접하게 된 것을 계기로 대학교육 개혁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이후 대학교육연구소에 입사해 연구원으로 꾸준히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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