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10월 2014-09-29   655

[정치] 김무성의 소리없는 독립전쟁

김무성의 

소리 없는 독립전쟁

 

이용마 MBC 해직기자

 

‘비박계’의 당 혁신위 장악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보수혁신위원장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임명했다. 김 전 지사는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유력 인사지만, 대표적인 ‘비박非朴’으로 분류된다. 이로 인해 박근혜 정부 하에서 중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지난 6월 정홍원 총리 후임으로 김 전 지사가 기용되지 못한 이유로도 ‘비박’이 거론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여당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김무성 대표는 김문수 전 지사의 임명으로 잠재적인 대권 경쟁자를 끌어안는 포용력을 과시했고, 김 전 지사는 대권 주자로서 당내 기반을 확보할 기회를 마련하는 등 공생하는 모양새다. 김문수 전 지사에 이어 임명된 새누리당 보수혁신 위원들을 보면 소위 ‘친박親朴’ 인사들을 찾기 힘들다. 10명의 혁신위원 중 ‘친박’으로 분류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비박’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3년 반이나 남은 것을 생각하면, 당내 핵심 기구인 혁신위에서 친박 인사들이 배제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혁신위의 가장 큰 과제는 공천권 개선이다. 그 향배에 따라 차기 총선의 주도 세력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 실제 2008년 총선에서는 ‘친박계’에 대한 대규모 숙청이 진행된 반면, 2012년 총선에서는 ‘친이계’가 대거 축출되었다.

 

김무성 대표는 보수혁신 위원 인사와 관련해 “지역과 계파를 고려하지 않았고, 개혁모임의 주축멤버를 다 넣었다”고 밝혔다. 친박 인사 중에는 개혁모임의 주축이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차기 총선에서 친박계에 대한 또 한 번의 숙청을 예고하는 말일 수 있다.

 

참여사회 2014년 10월호 (통권 215호)

 

대통령과 그 측근을 향한 이중적 행보

김무성 대표는 이미 여당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내 요직은 모두 ‘친김무성계’나 비박 인사들이 차지했다. 최고위원 가운데는 서청원, 이정현 의원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비박 인사들이고, 임명직은 ‘친김무성계’가 휩쓸었다. 물론 전체 의원 수는 친박이 많을지라도, 황우여, 최경환, 유정복, 서병수 등 핵심인사들이 내각과 자치단체로 진출하면서 친박의 구심점도 약해졌다. 당에 잔류한 인사 가운데 상당수는 김무성 대표 쪽으로 넘어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1년 만에 국정원 불법선거운동과 세월호 참사 등으로 레임덕에 가까운 위기상황을 겪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적어도 여당 내에서는 권불십년權不十年, 권력이 십년을 가지 못함 아니라 권불이년權不二年의 형세이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동안 국민과 당원에게 약속했던 수평적 당청관계를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당장 청와대가 부담을 느끼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협상도 이완구 원내대표에게 떠넘기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의 당 지도부 호출과 협상 가이드라인 제시에도 특별한 불만을 노출하지 않고 있다. 한껏 몸을 낮추고 박 대통령에게 직접적인 도전으로 보일만한 언행을 최대한 삼가고 있는 것이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들에게는 주저하지 않고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무엇보다 현 정부의 2인자로 불리는 김기춘 비서실장을 향한 비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미스터리를 유발한 책임을 져야 한다, 너무 경직돼 있으니 찬물 맞고 유연해져야 한다는 등 수시로 포문을 열고 있다. 또 대표적 친박 인사인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서도 잇따라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저돌적인 재정확장 정책과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방침 등에 대해 ‘할 말은 하는’ 모습을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직접 하지 못하는 말들을 대통령 측근들에게 대신 쏟아내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게임의 룰을 장악하기 위한 전쟁

임기의 절반도 안 된 현직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 수 있는 여당 대표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굳이 ‘제왕적 대통령’ 운운 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에게는 움직일 수 있는 자원이 많은 만큼 잘 되게는 못해도 못 되게 할 수 있는 능력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보수혁신위를 ‘비박’ 인사들로 채운 김무성 대표의 인선은 박 대통령의 실정을 틈타, 차기 총선을 앞두고 당내 게임의 룰을 장악하고자 하는 중요한 승부수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당을 완전 장악했다면, 김무성 대표는 김문수 전 지사와 동맹을 맺고 대통령에 대한 도전을 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의 소리 없는 독립전쟁이 시작되었다. 

 

이용마

정치학 박사.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관악산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부지런함의 공존 불가를 절실히 깨닫고 있는 게으름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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