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10월 2014-09-29   3112

[특집] 대한민국 군대, 무엇이 문제인가

특집 군대를 말한다

 

대한민국 군대, 

무엇이 문제인가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여사회 2014년 10월호 (통권 215호)

 

군에서는 구타, 가혹행위, 살인 또는 자살 등 사건과 사고가 많다. 군이 병영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한다. 인권보장, 안전한 병영, 군기 확립 등을 모두 달성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은 이미 2006년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내 놓았던 대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 8년 만에 케케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책상에 서류를 다시 올려놓은 격이다. 군은 진정 바뀌기를 원하는가? 군이 환골탈태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생각 없는 군인을 만드는 ‘군기’

인권보장과 함께 군기도 확립되어야 한다. 맞다. 그러나 군기를 오해하고 있는 한 인권보장은 기대할 수 없다. 진정한 군기는 인권에 기초를 두고 자발적 복종이 강한 군대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흔히 군대에서는 상관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하고 ‘까라면 까야한다’는 식의 얘기가 아직도 횡행한다. 부하는 상관의 부당한 명령에 따르지 않았을 경우에 이에 대해 다툴 기회가 보장되지 않으며 심지어 징계와 처벌 등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군 내부에 대한 기대를 접고 외부에 문제제기를 하면 군인 복무규율 위반으로 징계를 받는다. 이렇게 맹목적인 명령과 복종으로 군기를 확립하고, 강한 군대를 만든다는 믿음이 군대에 강하게 살아 있다. 약 150년 전 일본 메이지 유신 이후 훈련받고 싸워야 할 동기도 없으며, 시간관념도 약했던 군인들을 통제하기 위해 군에서 사용되었던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혼을 빼 놓는’ 훈련방식도 돌아봐야 한다. 군에서 군인을 사람이 아닌 하나의 부품처럼 취급하는 것은 아닌지, 전투 목적에 사용하기 위해 혼을 빼고 명령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거대한 도구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군에 입대하고 1년은 지나야 일을 제대로 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정신을 빼놓는 훈련과정과 호된 내무생활과 무관하지 않다. 복잡할 것도 없는 기본적 업무를 배우는 데 왜 1년이나 걸린다는 말인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공적 업무와 사적 영역의 분리가 명확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사적 동원을 공식적으로 금지하고 있긴 해도 공과 사를 엄격하게 구별하는 의식의 전환에까지 이르지는 못한 것이다. 흔히 중대장은 ‘어머니’라고 한다. 이것은 어려운 환경에서의 생활을 보살핀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사적 영역에 대한 간섭을 정당화하는 구실이 되기도 한다. ‘우리 애들’이라는 표현은 심각한 폭력성을 담고 있다. 법적 권한 범위 안에서가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사람을 지배한다는 뜻이 되지 않는가? 많은 사람을 한 공간에 살게 하는 것은 일본 메이지 유신 이후 군에 소집된 이들을 적은 비용으로 상호 감시하던 방식으로, 공적 계급을 바탕으로 되어 사적 영역에서의 상호통제를 조장하는 측면을 가지고 있다.

 

군 복무, 실익 없는 허송세월 

2014년 상병기준 월급은 13만 4,600원으로 과거에 비해 급여가 대폭 인상되었다고는 하나 현재의 급여로는 자기계발을 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복무하는 동안 도서를 구입하고, 여가를 활용하며, 나아가 사회 복귀를 준비할  정도의 보수는 지급해야 한다. 대한민국 군대의 문제는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인원을 동원할 수 있는 시스템 때문에 발생한다. 비용을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 효율적인 업무수행도 강조되지 않고 내부적 혁신도 나타나지 않는다. 군복무가 국방의 의무 이행이니 강제노동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것은 노동에 대해 적절한 보수가 지급될 때나 가능한 주장이지 먹여주고 재워주는 것 이외에 보수랄 것도 없는 경우에까지 타당한 것은 아니다. 

 

군 복무의 또 다른 어려움은 구타나 가혹행위 못지않게 허송세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도서관 시설 등을 이용하는 것도 군 복무의 강도를 고려하면 쉬운 일은 아니다. 집단 내무생활은 내무반 안에 질서유지를 한다는 명분이 병사 상호간의 명령과 통제를 낳았고, 사생활은 물론 자기계발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시켰다. 군복무는 국방이라는 공적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 단순히 전인격적인 헌신이나 복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의무 복무하는 사병에게도 사생활과 휴식이 필요한데 근무와 휴식의 공간이 잘 분리되지 않고 사생활이 잘 보장되지 않는다. 이것은 생활관 시설의 현대화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참여사회 2014년 10월호 (통권 215호)

 

‘군인도 사람’으로 대우받는 제도 만들어야 

군인도 생각하는 사람이다. 인권을 가지는 주체다. 제복을 입었을 뿐, 시민이라는 점도 다르지 않다. 따라서 군인이 기계적으로 또는 반사적으로 움직이기를 강요하기보다 사고하면서 행동하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대우해야 한다. 이것이 자발적 복종의 출발점이고, 엄정한 군기와 강한 군대의 원천이다. 특히 부당한 명령은 불복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근본적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인간관계의 기본인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도 강조되어야 한다. 내무생활을 하더라도 인간다움이 구현될 수 있는 공간에서 사적 생활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국방부장관을 장성 출신이 아닌 시민 가운데서 임명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군복무에 대한 대가도 지불해야 한다. 2014년 1인 가구 최저생계비인 60만 3,403원에서 주거와 식비를 제한다고 해도 월 30만 원 이상은 되어야 하고, 특히 군복무 이후 사회 복귀를 위한 준비까지 포함한다면 이 액수는 상당한 정도로 증액되어야 한다. 전역 시에 일정 금액을 한꺼번에 지급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적절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군 복무는 그것이 아무리 국방의 의무 이행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강제노동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고 그만큼 보람도 느끼지 못하고 군을 기피하게 한다.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면 복무관계에서 효율성과 책임성이 강조된다. 사적으로 동원될 여지도 점차 사라진다. 내무생활도 서로 간섭하지 않게 될 것이다. 또 업무효율성을 위해서라면 내무생활도 점차 편안한 휴식과 주거의 개념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다. 비용을 고려하게 되면 불필요한 인력을 줄이게 될 것이다. ‘삽질’도 불가능하게 된다. 복무기간도 12개월 정도까지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보다 군 복무에 적합한 사람만 군복무를 할 수 있게 되어 군복무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송기춘

법에도 사람의 따뜻한 온기가 흘러야 한다고 생각하며 변호사가 되려는 학생들에게 헌법을 가르치는 선생이다. 헌법과 인권 관련한 학술과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장과 전북평화와인권연대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내년에는 한국공법학회 회장으로 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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