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09월 2014-09-01   816

[여는글] 20살 참여연대, 무엇을 할 것인가

20살 참여연대,
무엇을 할 것인가

참여사회 2014년 9월호 (통권 214호)

올해는 참여연대가 2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다. 지난 1년 동안 과거 10년간의 활동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10년을 내다보는 비전 찾기를 위해 결코 적지 않은 모임이 개최되었고, 더불어 치열한 토론과 반성이 이어졌다. 또한 운동가들과 학자들을 초대하여 사회 각계에서 참여연대를 바라보는 견해도 들어 보았다. 여론조사와 회원 의견 수렴의 과정도 거쳤다.

이 치열한 논의의 결과로 참여연대의 성찰과 비전을 담은 보고서는 물론, 한국사회가 지향해야 할 비전과 가치, 참여연대 20년 활동에 대한 학술적 분석, 한국사회 물줄기를 바꾼 주요활동 기록 등을 담은 단행본들과 백서가 출간될 예정이다. 9월 15일 저녁에는 광화문 세종홀에서 20주년 창립기념행사가 개최될 예정이고, 이에 앞서서 9월 1일에는 기념 심포지엄 ‘참여연대 20년, 도전과 성찰 그리고 새로운 모색’이 열릴 예정이다.

역주행하는 한국사회

8월 기준으로 참여연대 회원은 14,350명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참여연대가 한국사회에서 소중한 역할을 해왔다는 찬사도 있었지만, 내실 우리의 마음은 편치 않다. 지난 20년 동안 회원, 임원, 간사 등 참여연대 식구들은 늘 많은 과제와 사회적 요구 속에서 고단하게 살아왔다. 그래서 이쯤이면 한국의 정치적, 경제적 민주주의는 그 뿌리를 단단히 내렸으리라 생각했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명박-박근혜정부로 이어지는 시기동안 개인의 자유는 현저히 후퇴했다. 사회 양극화도 더 심해졌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세대들. 혹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직장을 얻은 청년층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기회는 빼앗겨 버린 것 같다. 정치검찰이나 국정원 선거개입 행태에서 드러나듯이, 한국사회는 20년 전으로 역주행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4월 16일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시민들을 경악과 분노,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한 나라의 국민이 이렇게 집단적인 트라우마에 빠진 것은 참으로 드문 경험이다. 이를 ‘교통사고’로 묘사한 몰염치한 새누리당 정책위원장의 주장과는 달리, 이 사건은 비리와 부패, 사회적 책임감의 결여가 얽힌 단단한 유착고리가 만들어낸 인재다. 또 ‘선진 사회와는 달리 재난의 위험이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되는 현실’은 어찌 할 것인가? 

이제 우리 사회시스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대안모색을 둘러싼 치열한 고민이 시작해야할 시점이다. 그간 추구해온 민주주의 혁명이나 경제민주화를 향한 사회혁명 외에 이제는 문화혁명이 참으로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문화혁명은 구조적 병폐를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권력집단의 개혁에서부터 일상 속에서 굴절된 우리의 관행이나 삶을 성찰하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제기로까지 나아가야할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 관련 특별법 제정과 진상규명 문제가 교착되면서, 보다 근본적인 질문들은 아직 던져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시대의 혼돈 속에서 참여연대는 미래를 향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할 난감한 상황이다.

미래 10년을 열어갈 비전 

그간 참여연대를 향한 회원들이나 사회 각계의 목소리들이 다양했지만, 국정원 선거개입과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보다 적극적인 권력 감시에 대한 요구가 더 높아졌고, 이를 위해서는 활동의 전문성과 안정성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는 조언이 많았다. 또한 보통 시민들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만큼이나 당사자 중심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이 두 가지 과제는 크게 보아 참여연대가 그간 일관되게 해온 사업인데, 이를 좀 더 치열하게, 철저하게 하라는 독려의 목소리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20주년을 맞이하는 토론에서 거론되는 새로운 문제는 한국 시민사회의 지형변화와도 연동되어 있다. 광우병파동에서 등장한 새로운 촛불 시민의 존재, 온라인을 통해 급격하게 확장되는 새로운 소통 공간. 과거의 사회운동에서 등장하였던 조직대중이 아닌, 스스로를 표현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시민들. 거기에다가 사회적 기회의 상실이나 빈곤은 이제 세대에 따라 분할되고 있다. 정당한 노동의 권리나 정당한 주거의 권리에서 배제된 청년세대의 절망이 그것이다. 이런 현실은 참여연대로 하여금 시민과의 소통강화나 시민참여형 운동을 강화하고, 무엇보다도 청년세대와의 소통강화와 청년참여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조만간 마무리 될 참여연대 보금자리의 내부공사도 위와 같은 현실적 요청 속에서, 시민과의 소통을 위한 공간을 확대하는 데에 역점을 두고 있다.

참여연대가 오랜 토론과 고민을 거쳐 새로이 열어가는 이 행렬에 회원과 시민들의 격려와 참여가 물밀듯이 밀려오기를 희망해본다. 무엇보다도 20주년 관련 기념행사에 적극적인 참가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견디기 힘든 시대일수록 함께 만나고, 대화하고 그리고 사회적 합의와 대안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미국에서 성명서를 들고 찾아온 한 미국계 교수는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 늘어선 그 많은 텐트들, 세월호 유가족 과 단식 참여자들을 보면서 새로운 희망을 느꼈다고 말한다. 이렇게 우리는 전진하고 있지 않은가?

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 성균관대 사학과에서 서양현대사(독일사, 여성사)를 가르치고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스스로에 대한 치열한 성찰이 부족하다’고 자학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에서인가 희망의 싹을 찾아내려 하고, 일상적인 삶을 희망적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잘 웃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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