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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09월
  • 2014.09.01
  • 1375

특집 20살 참여연대

 

공간과 사람,
시민의 놀이터 프로젝트

 

이진선 시민참여팀장

 

참여사회 2014년 9월호 (통권 214호)

 

“공유된 언어가 아니라 공유된 사회공간이 필요하다” 지난해 마포 민중의 집 정경섭 대표를 찾아갔을 때 들었던 말이다. 참여연대 20주년을 맞아 공간 개선을 앞두고 도움을 받고자 그 곳을 찾았고, 실제 여러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민중의 집’은 벨기에서 시작 되어 덴마크, 스웨덴 등으로 퍼져나갔다. 스웨덴은 전국에 533개의 민중의집이 운영되고 있으며, 한 해만 3,300여 만 명이 다녀가고 있다. 사회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풀뿌리 지역 조직으로서 스웨덴 민중의집은 ‘복지 국가’ 스웨덴을 만드는 기틀이 됐다. 


정 대표는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마저도 ‘돈’에 갇혀버린 것이 지금의 한국사회입니다. 돈 있는 사람들, 권력 있는 사람들은 라이온스 클럽, 로터리 클럽에 모인다고 합니다. 거기서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교류하는 거지요. 그렇다면 돈 없고 권력 없고 빽 없는 우리들은 민중의 집에서 모입시다. 내가 생활하고 일하는 곳이 바로 운동과 연대가 가장 필요한 곳입니다. 사회를 변화시킬 힘과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잠재력, 민중의 집이 지역에서 새로운 희망을 싹틔웁니다!" 라고 말했다.


결국 운동은 ‘지역’에서 ‘공간’을 이용한 네트워크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참여연대는? 참여연대도 ‘공간’이 있는데 이곳을 통해서 ‘뭔가’가 가능하지 않을까? 

 

‘시민의 공간’에 대한 실험  

쥐가 기어 다니던 허름한 용산 사무실에서 세를 얻어 시작한 참여연대 공간은 안국동에서 통인동으로 이사를 하면서 이젠 5층짜리 번듯한 참여연대만의 건물을 소유하게 되었다(차병직 변호사, 『참여사회』 4월호 참여연대사). 2007년 서울시 종로구 통인동에 이 공간이 자리 잡게 된 것은 무엇보다 회원, 시민들이 십시일반 후원으로 탄생한 ‘시민의 건물’로, 공간을 통한 참여의 시작을 알렸다. 


안국동 사옥 시절에도 ‘시민의 공간’에 대한 실험이 있었다. 약 75평의 규모의 ‘철학 카페 느티나무’는 어릴 적 동네 어귀마다 서 있던 느티나무 그늘처럼 넉넉한 휴식과 나눔의 공간, 신명나는 어울림의 마당을 제공하는 취지로 1998년 9월 참여연대와 환경운동연합이 뜻을 모아 공동출자하고, 운영했다. 2005년부터는 갑작스런 소규모 화재와 건물주의 재건축 방침 등으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지만, 회의 및 세미나, 커뮤니티 모임 장소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었던 ‘느티나무’는 공간이 주는 의미를 깨우쳐주었다. 


통인동 사옥은 처음에 아카데미 느티나무 교육공간으로 사용된 지하 1층만이 시민들이 드나들 수 있는 곳이었고, 나머지 1층부터 5층까지는 사무공간이었다. 2011년에는 1층을 시민·회원들이 소소하게 담소도 나눌 수 있는 카페로 바꾸는 작은 실험을 했다. 약 3개월 간 상근자, 자원 활동가, 회원들이 함께 직접 공사를 통해 카페를 만들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카페지기 자원 활동가들이 돌아가며 운영을 했다. 카페이름도 ‘사람이  통한다’는 의미로 카페통인通人으로 지었다. 그동안 활동한 카페지기만 72명이나 된다. 그만큼 공간에 대한 회원들의 갈증이 컸던 것일 터이다. 이 지역에 소모임 공간이 부족했던 터라 저녁, 주말에 저렴한 비용으로 대관을 진행했을 때도 반응이 좋았다. 작은 음악회, 영화상영회, 그림 및 도자기 등의 전시회를 진행하고, 바느질 모임 등 소모임도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 되면서 시민·회원들의 참여를 엿볼 수 있었다. 


20년을 맞는 올해, 참여연대는 시민의 공간을 2층까지 확장한다. ‘시민의 놀이터, 공간이 운동한다’라는 슬로건을 달고, 1층 카페는 뒷뜰과 통하도록 넓게 개축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지하 강당(느티나무홀)은 강연과 토론회 외에 전시공간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 새단장한다. 원래 사무공간이었던 2층은 대규모 문화행사나 시민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되 임시칸막이를 두어 소소한 시민모임방으로도 활용할 예정이다. 단순히 디자인을 바꾸고, 공간만 확장하는 것이 아니다. 참여연대를 문턱 낮은 시민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공간의 변화-변화의 공간’프로젝트다. 이 건물이 시민들의 모금으로 만들어진 공간인 만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배움의 공간, 힐링의 공간, 참여의 공간 등으로 탈바꿈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역, 공간, 운동의 교집합 

사실 참여연대는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풀뿌리 운동을 하는 단체는 아니지만, 지난 2007년 참여연대 사옥을 종로구 통인동(서촌)에 짓고 이 지역에 정착하게 되면서 동네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다. 특히 천안함 사건을 동네의 의미를 인식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지난 2010년 참여연대가 천안함 사건의 진상규명 활동을 하면서 UN 안보리에 서한을 보냈을 때, 한 달 넘게 극우단체의 ‘가스통 할아버지들’이 참여연대 건물 앞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당시 참여연대 상근자들과 자원활동가들은 스스로가 공격당하는 것 외에도 동네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안절부절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히려 이 사건을 계기로 인근 지역 시민단체, 풀뿌리단체, 여러 기관 등이 연대의 필요성을 느끼며 ‘종로연대회의’라는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참여연대도 함께하고 있는 종로연대회의는 이 지역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을 다양하게 모색해 나가는 중이다. 피켓팅, 서명전 등을 진행할 때도 이 지역에 거주하는 회원, 시민들의 참여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주변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도 숙제나 자원봉사 때문에 참여연대를 찾아오면서 점점 교류가 늘어났다. 참여연대 내 소모임 페이퍼러브paper love에서는 폐지를 모은 돈으로 이 지역의 어려운 노인을 돕고 있기도 하다.


지난 5월, 세월호 유족들이 청와대 앞에서 연좌 농성을 할 때도 지역 주민들 누군가는 음료수를, 누군가는 도시락을, 누군가는 박수로 그 자리를 함께 했다. 시민들의 연대는 따뜻했다. 지역, 공간, 운동 이 세 가지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면 매우 의미 있지 않을까? 

 

모이고 떠들고 꿈꾸자  

참여연대 20년, 앞으로는 더욱 큰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 상상력은 사람들이 함께 모이고, 떠들고, 꿈꿀 때 발휘된다. 겁없는 청년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퇴근한 직장인들이 강좌를 듣기 위해 모이고, 부모들이 육아와 교육에 대한 고민거리를 나누고, 은퇴 후 삶을 고민하는 어른들이 새로운 꿈을 꾸는 공간, 사회적 이슈와 문화공연이 어우러지고, 많은 시민들이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스스로 공부하고 치유하고 훈련하는 공간. 전문 예술가들만이 전시·공연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민 모두가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공간. 시민 누구나 기획부터 실행까지 참여할 수 있는 공간. 내가 참여하는 순간 조금씩 세상이 변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공간. 참여연대는 그런 공간이 되어야 한다. 


공간이 운동한다는 말은 곧 거기 모이는 구체적인 표정의 사람이, 그 다채로운 연결망이 운동한다는 것이다. 공간의 변화를 통해 참여연대는 사람에게, 그 마음의 결에 다가가야 한다. 

 

참여사회 2014년 9월호 (통권 214호) 참여사회 2014년 9월호 (통권 214호) 참여사회 2014년 9월호 (통권 214호)

20주년을 맞아 새롭게 단장한 참여연대 공간. 위에서부터 2층 사무공간을 변경한 대강당, 1층 카페통인, 지하 느티나무홀의 모습. 이 공간들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기획한 각종 프로그램이 어우러져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이진선

참여연대 최연소 팀장. 24세에 참여연대에 입사해 지금은 중견 활동가가 되었다. 끊임없이 보고, 배우고, 사람을 만나러 다니길 좋아하는 철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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