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06월 2014-06-03   1649

[특집] ‘복종하는 인간’ 기르는 군사교육

특집 아이들에게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참여사회 2014년 6월호

 

‘복종하는 인간’
기르는 군사교육

 

이대훈성공회대, 평화학

 

 

2008년 양구 초등학교에서 시행된 초등학교 병영체험 프로그램에서는 인근 군부대에서 직접 대공화기를 가져와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조준하고 사격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직접 조작하도록 하는 시간을 가졌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모두 군복을 착용하고 가슴에는 명찰을 부착하고 있었고 짐짓 군사적 긴장감을 담은 표정을 연출했다. 2009년 대전 동구 어린이병영캠프에서는 역시 모두 군복을 착용하고 명찰을 부착한 어린이들이 갯벌 반 바닷물 반 범벅이 되어 고통스런 얼차려를 받는 시간이 포함되었다. 아이들은 모두 빨간 모자를 쓴 반듯한 조교의 명령에 따라 줄을 맞춘 채 고통스런 훈련을 받았는데 모두 남자아이들이었다.

 

2010년과 2011년 용인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는 ‘찾아가는 안보체험학습’이라는 이름으로 100여 명의 어린 아이들에게 일종의 군사훈련을 시켰는데, 군부대 방문, 서바이벌 게임, 군용물품 전시 관람, 군장 체험, 안보영화 관람이 주 내용이었다. 서바이벌 게임에서는 군인들이 거의 실물과 다름없는 살상무기를 보여주고 아이들이 이를 사용해서 생존 게임을 하는 것이었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지고 재미있어 하는지 보도를 통해 알 수 있었다. 프로그램을 진행한 해당 학교 교사는 “이를 통해 아이들의 통일안보의식이 한층 성숙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010년 삼척 어린이날행사에서는 마찬가지로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군인들의 친절한 설명과 안내에 의해서 막강한 중장비와 대공화기를 직접 조작해조는 시간을 가졌고 큰 재미를 누렸다. 탱크에 올라가 군모를 쓰고 기관총을 잡은 한 아이는 사진을 찍는 부모를 향해 두 손을 불끈 쥐고 환호성을 질렀다. 2011년 부산 영재교육원 학생들도 탱크의 장갑판까지 뚫는 고성능 화기火器를 직접 어떤 적을 향해 겨냥하면서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2011년 장소가 확인되지 않는 곳에서 시행된 어린이날 행사에서 특전사 군인들은 어린이들이 보는 앞에서 30cm 가량의 칼로 적군의 가슴을 찔러 죽이는 무술시법을 보인 적도 있다.

 

참여사회 2014년 6월호

 

누가 군사교육을 부추기나

 

이런 ‘교육’을 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숭고한 목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들은 ‘애국심 고취’와 ‘건전한 통일·안보관 확립’ 등을 강조하고 때로는 군사훈련이 아니라 ‘극기’,  ‘체력단련’, ‘리더십 형성’ 등을 교육의 취지로 내세운다. 어떤 교육청은 이런 군사교육의 목적이 “학생들의 올바른 국가관 확립을 위한 시책”이라고 주장했다. 군은 ‘재미있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반면 어른들의 반공교육, 안보교육에서는 북한 아이들의 실태를 예를 드는 사례가 종종 있는데 여기서는 북한 아이들이 장난감총을 가지고 미군을 겨냥하는 모습을 예를 들면서 “아이들에게까지 전쟁을 선동한다”고 비난하곤 한다. 양쪽 어린이들의 군사훈련을 장소만 휴전선 너머로 뒤바꿔 할 경우 아무도 구분하지 못할 것임에도 그렇다.

 

대략 2008년부터 아동·청소년의 군사훈련이 한국에서 급증하고 있다. 심지어 유치원생까지 동원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관련 교육자와 부모들의 동의하에 동원된다. 그리고 군 당국과 교육 당국이 적극적으로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올해를 빼고는 어린이날 행사의 주요 프로그램으로도 확산되어 왔다. ‘교육’이라는 이름을 띠고 있지만 군이나 군 관련 기관이 추진하고,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유도하고 부모나 교사가 미성년자를 동원하여 공교육의 내용과 무관한 교육을 반강제적으로 실시하는 상황이다.

 

이런 교육에는 적에 대한 적개심과 공격, 복종과 일사불란에 관한 많은 주입식 이념 교육이 포함된다. 한국어로 해서 이념 교육이지 다른 나라말로 하면 세뇌교육에 해당된다. 이념교육의 효과는 체험교육에 의해서 보강된다. 실제 무기와 군사장비의 체험, 직접적인 조작과 화기 조작, 실탄사격과 유격체조, 총검술과 야간 행군 등을 체험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나아가 국방부는 2011년 16세 이상 시민들에게 실탄사격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16~17세는 국제인권법인 아동권리협약에서 규정하는 아동(child, 아동과 청소년)에 해당된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실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을 제외한 16개 시·도의 병영체험 참가 학생 수는 11만 1,300여 명에 이르며, 윤명화 서울시의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 시내에서만 병영체험에 참가한 학생 수는 3만 5,500여명에 이른다. 또한 지난 3년간 국가보훈처를 통해 체험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약 30만 명에 달한다. 현재 국방부, 교육부 및 각 지역 교육청이 현황조차 파악하고 있지 않은 사설병영캠프까지 포함하면 매년 수십만 명의 학생들이 실질적인 군사훈련에 참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동, 청소년 대한 군사교육의 급증 추세는 정부와 일부 교원단체의 조직적인 노력의 결과다. 2011년부터 전국의 군부대가 각 지역 교육청과 본격적으로 안보체험 교육 업무협약을 맺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교육’을 전국적인 수준에서 적극 추진했다. 대표적으로 2011년 3월 25일 ‘국방부-교육과학기술부-한국교총’은 학생들의 안보교육 활성화 등에 대한 교류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각 지역 수준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침묵하는 사람’을 기르는 군사교육

 

아동청소년에 대한 체계적인 군사훈련, 군사교육은 우리나라가 1991년에 비준한 아동권리협약의 명백한 위반이다. 협약 비준국이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협약의 교육 조항은, 교육이 평화·존엄·관용·자유·평등·연대의 정신에 기반 해 어린이 교육이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해·평화·관용·성性평등 및 우정의 정신을 지향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2011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에게 “적대행위에 어린이의 징집 및 참여와 관련한 (협약 관련) 조항 위반을 법으로 명백히 금지하라”고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정부도 국가인권위원회도 교원단체도 이에 대해 무반응, 부작위의 태도를 일관되게 보이고 있다.

 

이러한 군사안보 교육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적개심과 복종심, 근육질 남성의 우월함을 세뇌시킨다. 잘못된 것에 이의를 제기하고 자유롭게 생각하는 것을 금기시하고 조직에 복종하도록 훈육시킨다. 지휘관 또는 어른 말을 듣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사회의 부조리에 ‘침묵하고 가만히 있는’ 사람을 만들어내는 과정인 것이다.

 

안보교육이 주입하는 군사적이고 전체주의적 이념은 모든 면에서 민주적인 시민에 역행한다. 상명하복의 강압적인 위계질서와 일방적 소통, 무조건적인 복종심의 형성, 신체적 고통을 통한 가학적 훈련은 이 사회와 정부가 추구해야 할 인권의 모든 기준에 역행한다. 적대감과 힘에 의한 대응을 강조하는 군사적 세계관이 개인의 자율성과 개성을 파괴하는 전체주의에 어떻게 봉사했는지는 나치 독일, 파시스트 이태리, 천황제 일제를 통해 이미 잘 알고 있는데도 그렇다.

 

지난 날 전쟁과 군사독재에 아동을 동원했던 것이 왜 범죄시되고 규탄되었는지 이 기억이 너무 빨리 잊혀진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독일 나치의 청소년 조직 유겐트와 일제 강점기 아동·청소년에 대한 군사훈련과 비슷하게, 박정희 독재 시절 학생들에 대한 의무군사훈련(교련)이 왜 강요되었는지 다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독재국가, 전체주의 국가가 전쟁에 아동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다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아프리카계 시민들(‘흑인’)의 해방에 앞장섰던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가장 비참한 비극은 억압이나 악인의 잔혹함이 아니라 그에 대한 착한 사람들의 침묵이다.” 같은 시대의 여성 운동가이자 시인 오드리 로드는 “침묵은 당신을 지켜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이들에 대한 군사훈련의 확산, 복종적 가치관의 확산, 시민사회로의 군대의 침투에 대해서 시민들이 발언하고 저항해야 한다.

 

이대훈

평화학 강의를 하고,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으로, 평화교육프로젝트 모모의 교육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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