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06월 2014-06-03   813

[특집]무슨 염치로 국가를 가르칠 것인가

[특집] 아이들에게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무슨 염치로 국가를
가르칠 것인가

 

홍의표 초등학교 교사

 

 

수백 명의 생때같은 아이들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어리석고 무책임한 가르침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며 아이들은 침몰하는 배안에 얌전히 눕거나 앉아 있었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이 제일 먼저 도움을 요청한 곳은 국가가 가르쳐준 재난신고번호 ‘119’였다. 그 위급한 상황에서 아이들은 도움을 요청하면 달려와 목숨을 구해줄 국가를 떠올린 것이다.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의 상황에서 국가의 도움을 바라는 것은 제대로 된 시스템이 갖춰진 나라의 국민이라면 당연히 취했어야 할 행동이었다. 국민은 국가를 믿었다.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은 국민들에게 때마다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받아 왔지만 정작 국민의 생명이 경각에 달렸을 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했다. 대한민국 헌법 7조에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고, ‘국민에 대하여 책임’져야 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양 경찰과 해양수산부 관계자를 포함한 관계 공무원들은 책임을 다 하기는커녕 높으신 분들의 의전이나 챙기며 책임을 은폐하기에 급급했고, 언론은 정부의 눈치만 보며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실종자 가족들의 안타까운 모습이나 정부의 책임을 질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일부에게 미개한 행동으로 치부되거나 색깔론으로 윤색되기도 했다. 국가적 위기 앞에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고, 진정한 사과나 반성 또한 없었다.

 

참여사회 2014년 6월호

 

이번 세월호 사건을 거치며 대한민국의 교사들은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대해서도 조차 답을 내놓을 수 없게 되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바른 생활’을 통해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과 나라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사회’를 통해 국민의 권리와 의무, 국민의 인권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실제 현실을 직접 눈으로 본 아이들에게 이런 가르침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이제 학교는 교사를 비롯한 어른들이 하는 말은 믿지 말고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각자 알아서 세상을 살아야 그나마 자신의 생명이나마 보존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국가가 해야 할 몫을 대신 짊어졌던 세월호의 의인들과 지금까지도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을 나누며 곁을 지키는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촛불로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과 분노에 동참하는 국민들이야말로 침몰해가는 대한민국을 버티게 해주는 마지막 공기 주머니였다. 이제 교사들은 국가가 아니라 국민의 역할부터 다시 교육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허울뿐인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주인으로서 나라를 어떻게 감시하고 통제해야 하는지 일깨워야 하고 말뿐인 주권자로서의 국민이 아니라 실제적인 국가권력의 주인으로 서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부터 가르쳐야 한다. 그것이 죽어간 제자들에게 그나마 덜 부끄러운 교사가 되기 위한 작은 몸부림의 시작일 것이다.

 

홍의표

서울 도봉산 밑의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행복을 만들어 가며 영원히 늙지 않는 피터팬을 꿈꾸는 초등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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