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5년 11월 2015-11-02   3910

[특집] 탈북자, 이중적 인권침해의 피해자

특집 쫓겨나는 사람들

탈북자, 
이중적 인권침해의 피해자

 

 

글. 김용민 변호사

 

“영장없이 독방에 갇혀 있고, 언제 나갈 수 있는지 알지 못하며, 아무도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영화의 광고 문구 같고 우리와 동떨어진 다른 나라의 독재정권 아래에서 발생하는 일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21세기 현재 우리나라에서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그 곳은 바로 모든 탈북자들이 대한민국에 첫 발을 딛는 순간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구)중앙합동신문센터(현재는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의 이야기이다.  

 

보호의 외피를 쓴 국가의 인권침해

탈북자들을 보호하고, 남한에서 정착해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법률이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률의 이름만 보면 탈북자들을 위한 법률인 것 같지만 실상은 보호와 지원이라는 명목 하에 국정원이 탈북자들을 감시하고 감별하는 법률이다. 탈북자가 재외공관이나 국내에 입국하여 보호신청을 하면 국정원은 임시보호조치를 취하게 된다. 그런데 임시보호조치란 최장 180일 동안 국정원이 운영하는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라는 곳에 사실상 감금하고, 진짜 탈북자인지 여부 등을 조사하는 절차다. 이는 탈북자를 보호하는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 

 

한편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는 보안시설물로서 외벽에 철조망이 쳐있고, 총을 든 사람들이 경비를 서며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곳으로 감옥과 거의 유사한 장소이다. 위 센터에서 조사를 받은 수많은 탈북자들이 인권침해를 경험했다고 증언하고 있고, 일부는 자살을 하기도 했다(국정원이 자살이라고 발표를 해서 그렇게 알고 있는 것일 뿐 진실은 알 수 없다). 탈북자들은 대부분 우리 법체계를 잘 모르기 때문에 강압적인 조사과정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른다. 그리고 국정원 조사관들이 자신에 대한 보호결정(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결정) 여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매우 순종적이 된다. 

그런데 탈북자나 국민들이 착각하고 있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보호결정을 받지 못한다고 탈북자가 추방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당연히 우리나라에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모르다보니 탈북자들은 조사를 잘못 받으면 쫓겨날지 모른다고 두려워하게 된다. 조사를 잘 받고 나면 탈북자들은 정착지원시설인 하나원으로 가게 되고 하나원에서 일정기간 적응 교육을 받은 후 사회로 나오게 된다. 

그러나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관할 경찰서의 경찰관이나 국정원 직원들은 탈북자들을 수시로 관리한다. 탈북자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혹은 간첩행위를 하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려고 수시로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결국 탈북자들은 국가로부터 지속적인 감시와 관리를 받는 존재들인 것이다.

 

참여사회 2015년 11월호 (통권 228호)

 

제도와 문화적 차이의 문제 

한편, 정착지원시설에서 충분한 교육을 했다고는 하지만 탈북자들은 제도와 문화적 차이로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 북한에서는 범죄라고 보기 어려운데 우리나라에서는 범죄로 처벌하는 것들이 많다. 탈북자들이 많이 처벌받는 대표적 범죄가 통장이나 현금카드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는 행위다. 이러한 행위가 처벌받는다는 것을 알기도 어렵지만 이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물론 양도받은 통장이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 이를 처벌하는 것이지만 탈북자들이 이를 이해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더라도 탈북자들은 제도적 차이로 인해 스스로 충분한 방어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사회주의국가의 사법제도는 우리와 달리 국가와 법원이 모든 것을 조사하고 판결하는 것을 이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법제도는 당사자가 스스로 변론을 해야 한다. 물론 형사재판의 경우 법원에서 필요한 사항을 직권으로 조사하고 판단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알아서 해야 한다.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탈북자들은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리더라도 국가가 다 알아서 해 줄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다. 북한 사회에서는 모범적인 공민이었는데 남한에 와서는 한순간 전과자가 되는 사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생활고와 고립, 정치적 악용

국가에 의한 탈북자 인권침해와 제도적 차이로 인한 위험만 있는 것일까? 우리 사회에서 탈북자들을 대하는 태도는 다를까? 그렇지 않다. 탈북자로 정착해서 살고 있는 OOO씨는 최근 북한으로 재송환해 달라고 정부에 공개적으로 요청한 바 있다. 목숨 걸고 넘어 온 탈북자가 북으로 다시 돌아가겠다고 요청한 이유는 무엇일까? 탈북자로서 우리 사회에서 도저히 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탈북자들을 맞이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다. 탈북자들이 사회에 적응하고 살아가는데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것 중 하나가 남한 사람들의 차별과 천대 등이다. 일부 탈북자들은 취업하기도 어려워 일부러 탈북자 신분을 숨기고 중국 조선족 행세를 하기도 한다. 우리 스스로가 2등 국민을 생산해 내고 있는 슬픈 현실인 것이다. 

이렇게 사회 적응이 어렵다보니 탈북자 스스로가 자신들을 고립시키기도 한다. 탈북자들은 정부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시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으로 알려진 유우성 사건에서 많은 탈북자들이 허위 진술을 했다. 대부분 국정원 직원들이 면담을 요청하면서 직장이나 집으로 찾아가면 그들이 원하는 진술을 해주고 돈을 받는다. 대략 20~30만 원 정도를 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그 돈은 잠시 국정원 직원들을 만나서 받는 돈 치고는 큰돈이다. 먹고살기는 어려운데 그런 돈을 주니 탈북자들은 국정원 직원들이 원하는 진술을 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이번에 진술을 잘 하면 다음에 다시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탈북자들이 국정원 직원들에게 하는 진술들은 대부분 허위 진술이거나 왜곡된 진술로 다른 탈북자를 간첩으로 만드는 것이다. 결국 탈북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탈북자를 간첩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탈북자 사회에서도 서로를 불신하는 일이 발생하고, 자신이 미워하는 다른 탈북자를 간첩으로 만들기도 쉬운 구조가 된다. 실제로 유우성을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 허위 진술을 했다고 양심선언을 한 탈북자도 있었다. 

 

탈북자를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결국 탈북자들은 국가로부터의 인권침해와 같은 국민들로부터의 인권침해라는 이중적 인권침해의 피해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존재들이다. 하지만 탈북자들도 기본적 인권을 보호받아야 할 소중한 사람들이다. 이는 그들이 우리 국민이고, 동포라는 당위나 통일 한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역할론의 기대를 초월하는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나라에서 북한주민의 인권문제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 있는 주민들이 탈북해서 국내에 들어오는 순간 정부와 우리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된다. 아니 오히려 인권침해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우리들의 이중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탈북자들의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고,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통해 그들을 진심으로 동등한 국민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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