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7년 11월 2017-11-02   1948

[여는글] 민주주의 역사에 길이 남을 촛불시민혁명

민주주의 역사에 길이 남을 촛불시민혁명

 

글. 하태훈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여연대 공동대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강의하고 연구하는 형법학자다. 참여연대 초창기부터 사법을 감시하고 개혁하는 일에 참여했다. ‘성실함이 만드는 신뢰감’이라는 이미지가 한결같도록 애써야겠다. 조금씩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서초구에 살고 있다.

 

 

시작도 창대했지만 나중은 더 창대했노라. 2천여 명 참가 예상 속에 2만 명으로 열린 촛불집회는 2016년 10월 29일 1차 청계광장 집회에서 이미 들불을 잉태하고 있었다.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시민촛불집회’는 그렇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1,700만 명이 써내려간 민주주의 역사는 처음도 웅대했지만 끝은 더욱 찬란하였다. 촛불시민의 ‘혁명’이라 불릴 자격이 충분하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평화로운 집회시위가 민주주의의 필수요소임을 세계 시민에게 각인시킨 대한민국 촛불시민이었다.

 

시민의 정치적 자유를 확인하고 확장시킨 촛불집회였다. 정치적 동력으로 작동한 촛불이어서 더욱 그렇다. 국회의 탄핵소추의결과 헌법재판소의 준엄한 파면결정에 이르기까지 촛불광장의 시민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역사를 새로 썼다. 촛불시민은 헌법을 파괴하고 국정을 농단했던 세력을 끌어내리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새로운 정권을 창출했다. 그러나 침식되고 허물어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복원할 길은 아직도 멀다. 1주년을 맞은 촛불시민혁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여는글-사진교체

 

세계가 놀라고 인정한 촛불시민

촛불시민은 박근혜의 실정(失政)으로 나락으로 떨어졌던 대한민국 품격을 한껏 드높였고, 이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미국 아틀란틱카운슬(Atlantic Council)로부터 ‘2017 세계시민상(Global Citizen Award)’을 수상하면서 “세계시민상은 문재인 개인이 받는 것이 아니라?촛불혁명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한국의 촛불시민들을 대신해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상을 지난겨울 내내 추운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국민께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 평화의 힘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세계 민주주의 위기에 희망을 제시한 ‘촛불시민’은 상 받을 자격이 있다. 아직 미완성인 촛불시민혁명이 완성되는 가까운 미래에 노벨평화상도 받았으면 좋겠다. 

 

독일 프리드리히에버트재단은 박근혜정권퇴진 촛불집회에 나선 대한민국 국민들을 ‘2017년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은 촛불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평화적 시위와 비폭력적 집회를 가장 열정적으로 옹호했던 조직으로서, 한국 민주주의에 새 활력을 불어넣으며 평화적 집회의 권리를 행사해온 모든 이들을 대신하여 이 상을 수여 받았다. 이렇게 촛불시민은 세계시민이 축하하고 존중하는 민주주의의 표상이 되고 있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직분은 시민

퇴임을 앞두고 지난 1월 고별연설을 했던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도 우리 촛불시민을 떠올렸던 것 같기도 하다. 그는 헌법은 놀랄 만큼 아름다운 선물이지만 양피지에 불과할 뿐 스스로 힘이 없기 때문에 국민들이 참여와 선택, 단결에 의해서 거기에 힘을 부여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직분은 시민이라고 강조했다. 민주주의의 교본 같은 퇴임연설이었다. 그렇다. 대한민국의 촛불시민이 양피지에 쓰여 있는 주권자인 국민을 불러일으켜 나라의 주인으로 만들어 준 것이다.

 

헌법을 살아있게 만드는 사람은 정치인도 아니고 대통령도 아니다. 바로 권력의 원천인 국민이다. 권력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나오지만 그 권력을 다시 국민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 그저 몇 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선거 때만 표를 던지는 수동적 주체에 그치게 해서는 안 된다. 국민과 유리된 정치로부터 국민이 함께하는 정치로 바꾸어야 한다. 신고리 원전건설 재개여부에 관한 숙의민주주의가 그 예다. 중요한 국가정책결정의 공론화과정에 주권자인 국민이 참여하니 그 결정에 승복하게 되어 사회적 갈등도 줄어들 것이다.

 

혁명은 국민참여 개헌으로 완성되어야 

이 모든 것은 법과 제도의 개혁으로 가능하다. 혁명은 개헌으로 완성되고 마무리되는 것이 우리의 헌법 개정 역사와 세계사적 경험이다. 국민이 능동적 주권자가 될 수 있도록 헌법이 바뀌어야 한다. 촛불시민혁명은 우리가 대한민국의 주인임을 말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이 주인인 헌법이어야 한다. 87년 민주화항쟁 이후 그랬던 것처럼 정치권과 전문가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절차적으로는 국민이 참여하는 개헌, 내용적으로는 국민이 권력의 주체가 되는 개헌이어야 한다. 촛불시민의 집단지성으로 헌법을 새로 써야 한다. 그래서 촛불시민혁명 1주년 기념식에도 광장의 촛불은 계속 타올라야 한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으라는 저항이었으므로 정상화가 이루어지는 그 날까지 촛불시민은 계속 깨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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