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7년 03월 2017-03-02   843

[특집] 트럼프, 나는 누구인가

특집 1 _ 트럼프, 트럼프, 트럼프

 

 

트럼프, 나는 누구인가

 

 

글. 이선희 참여연대 미디어홍보팀 간사

 

 

“이 순간부터 모든 것은 ‘미국 우선주의가’ 될 것입니다. 모든 정책은 미국 노동자, 미국 가정을 위해 이뤄질 것입니다.”

오늘 나는 미국의 45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여러 번의 도전과 오랜 준비 끝에 얻게 된 자리다.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 할 준비가 되어 있다. 무슨 일을 먼저 시작하면 좋을까. 아, 중앙정보국CIA에 찾아가서 항의를 해야겠군. 내 취임식에 고작 16만 명이 왔다고? 그럴리가 없다. 광장에는 분명 100만 명이나 150만 명이 있었다. 언론은 악의적으로 취임식 인파 규모를 축소 보도했다. 언론은 정말 세상에서 가장 부정직한 인간들이다.

 

참여사회 2017년 3월호 (통권 243호)

 

모두를 위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난해 7월 공화당 대선 후보를 수락한 날이 떠오른다. 사업을 하면서 산전수전 겪었지만 이 날의 감격은 잊을 수 없다. 사람들의 쏟아지는 환호와 함성을 보자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나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사람들의 환호에 호응했다. 내가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테드 크루즈(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는 끝까지 나를 지지하지 않았고 공화당의 전폭적 지지도 없었다. 공화당이 하나로 뭉친다면 좋겠지만, 뭉치든 말든 내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보란듯이 힐러리를 이겼다.

힐러리는 나를 이길 수 없다. 그녀는 선거 유세를 하는 내내 자신이 아니라 내 얘기를 했다. 내 발언과 행동, 정책에 대해서 말이다. 나로선 참 고마운 일이다. 두 명의 트럼프가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셈 아닌가. 힐러리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겠다”고 하자 “독재자와 대화를 하겠다는 거냐”며 비난했다. 그런데 대화해서 나쁠게 뭔가. 대화를 해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미국은 여러 나라를 보호하기 위해 국방비를 엄청나게 쓰면서도 무역에서는 손실을 보고 있다. 이건 매우 멍청한 짓이다. 각국이 적정 방위비를 내거나 스스로 방어하도록 해야 한다. 

그녀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이 파산할 거라고 한다. 내가 사업을 하면서 네 번이나 파산을 했고, 부채를 갚지 않은 것을 지적한 것이다. 우리는 미국이 아닌가? 돈을 찍어 갚으면 되지 못 갚을 일은 없다. 힐러리야말로 국무장관 시절에 미국을 위기에 몰아넣었다. 대중국 무역적자는 40%나 늘었고, 중국에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내줬다. 나라는 엉망이 됐는데 정작 자신은 국무부를 떠난지 2년도 안 돼 월가에서 강연을 통해 2,160만 달러(약 250억 원)를 벌었다. 나는 버니 샌더스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힐러리가 자신에게 돈을 주는 사람들에게 조종 당한다는 그의 말은 100% 공감한다. 

미국 경제 불황은 빌과 힐러리 클린턴이 밀어붙인 2개의 협정(NAFTA와 WTO가입)의 영향이 크다. 한미 FTA는 ‘일자리 죽이기 협정’이다. 이 협정으로 미국은 한국과의 교역에서 무역 적자가 2배로 늘었고 일자리 10만 개가 없어졌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미국 제조업에 치명타가 될 것이다. 정치인들이 미국의 일자리와 공장, 부를 해외로 옮기는 세계화 정책을 추진하는 바람에 중산층이 사라졌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경제를 이끈단 말인가.

미국을 그렇게 만든 주범은 힐러리를 포함해 ‘말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정치인들이다. 언론은 내가 모든 이민자를 범죄자로 몰아간 것처럼 왜곡한다. 그러나 나는 오직 불법 이민에 반대할 뿐, 이민을 사랑한다. 비판은 불법 이미자가 1,100만 명이 될 정도로 방치해온 정부가 받아야 한다.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 중에는 IS 대원이 끼어 있을 수도 있다. 지금은 미안함보다는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 이제는 글로벌리즘(Globalism, 세계주의)이 아니라 미국 우선, 즉 아메리카니즘(Americanism, 미국주의)이 우리의 새로운 신조가 될 것이다. 모두를 위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할 것이다.

 

나쁜 평판에 연연하지 않는 부동산 사업가
어릴적 나는 사고뭉치였다. 초등학교 때 여학생들에게 음료수를 뿌리거나 선생님의 얼굴을 때려서 눈을 멍들게 만든 적이 있다. 성공한 사업가였던 아버지 덕분에 퇴학은 면했지만, 부모님은 나를 뉴욕군사학교에 보냈다. 부모님의 걱정과 달리 나는 학교생활에 잘 적응했고, 특히 스포츠를 매우 잘했다. 스포츠 통해 사업과 인생에 대한 통찰력을 많이 얻었다. 정확성, 본능, 박자. 사업에서도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추어야 승자가 될 수 있다. 

뉴욕군사학교 졸업 후에는 뉴욕 브로크스에 있는 포드햄대학 경영학과를 2년 다닌 후,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펜실베니아대학 와튼 파이낸스 스쿨에 편입했다. 부동산개발 수업에서 교수는 왜 이 과목을 수강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나는 대답했다. “저는 뉴욕 부동산업계의 왕이 되고 싶습니다.” 친구들이 만화나 스포츠기사를 읽을 때 나는 연방주택관리국의 저당권 상실 명단을 살폈다. 그런 취미 덕에 신시내티에 있는 파산한 아파트 단지를 리모델링해 매입한 가격의 2배에 되팔았다. 대학 졸업 후에는 아버지 회사에서 임대료를 수금하러 다녔는데 재미가 없었다. 아버지는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을 지으셨지만 나는 기념비적인 건물, 큰 노력을 들일 가치가 있는 호화로운 건물을 짓고 싶었다. 

아버지로부터 독립해야겠다는 생각으로 1971년 뉴욕 맨해튼에 아파트를 하나 얻었다. 뉴욕 중의 뉴욕인 맨해튼에 살다니! 맨해튼에서 내가 처음 한 일은 가장 인기 있는 사교클럽인 ‘르 클럽’에 가입하는 것이었다. 인맥이 필요했다. 물론, 그곳엔 미녀도 많았다. 나는 수없이 전화를 하고 회장에게 읍소한 끝에 가입을 승인받았다. 비슷한 시기에는 에이브러햄 빔 등 뉴욕 정치인들과도 관계를 맺게 되었다. 아버지는 빔을 비롯해 민주당 정치인들과 잘 아는 사이였다. 우리는 정치인들에게 로비를 했는데, 뉴욕의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그건 상식적인 관행이었다.

부동산 사업가로서 내 이름을 알리게 된 건 그랜드 하얏트호텔과 트럼프타워를 건설하면서 부터다. 아버지는 크라이슬러 빌딩도 파산하는 마당에 호화로운 호텔과 아파트를 짓는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사업을 할 때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나는 계약을 서두르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모델 아파트를 보여주고, 이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대기 명단에 등록하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사기 힘든 것처럼 보일수록 사람들은 더 가지고 싶어 한다. 트럼프타워를 지으면서 불법 이민자를 고용한 것 등이 문제가 되어 무려 15년이나 법정투쟁을 했고, 내 이름이 끊임없이 신문지상에 오르내렸다. 이런 경험을 통해 하나의 교훈을 얻었다. 좋은 평판을 얻으면 좋지만, 평판이 전혀 없는 것보다 나쁜 평판이라도 있는 게 낫다. 논란은 사업에 도움이 된다.

 

크게 생각하고,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
나는 단지 돈 때문에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다. 거래는 나에게 일종의 예술이다. 내가 여기저기 부동산을 사들이는 것도 신문지상에 내 이름이 오르내려서 사람들 기억 속에 남게 하기 위해서다. 유명세가 왜 중요하냐고? 1990년에 나는 타지마할 카지노를 개장했다. 무리하게 공사를 추진한 덕분에 빚더미에 앉았고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사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자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수도 없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크게 생각하고, 세게 나가야 한다. 나는 스타였고, 수많은 신문사와 TV 방송국들은 채권자들이 협상하는 내내 진을 치고 기다리면서 진행과정을 보도했다. 채권자들은 나를 파산으로 몰고 가길 꺼렸다. 이전에 은행 사람들에게 많은 이익을 창출해주며 신뢰를 쌓은 것도 나를 위기에서 구해주었다.

내가 진정한 스타로 자리매김하게 된 건 2004년부터 방송된 <어프렌티스>를 통해서다. <어프렌티스>는 경쟁을 통해 우리 회사의 정식 직원이 될 1명을 뽑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나는 출연자들에게 가차없이 “당신은 해고야.”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때로는 좌절한 출연자를 위로하기도 하고, 내 머리카락을 ‘셀프 디스’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나의 말투와 외모, 표현 방식을 좋아했다. 이 프로그램은 평균 2,000만 명이 시청했고, 20여 개국에 판권이 팔려나갔다. 각종 이벤트와 회의에서 연설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TV를 찍자는 요청도 쇄도했다. 

나는 강연이나 연설을 할 때 사람들에게 말하곤 한다. 세상은 험한 곳이고 사악한 사람들은 도처에 널려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은 문명화된 시대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여전히 잔혹한 시대다. 먼저 자신을 보호할 줄 알아야 한다. 누가 당신을 모욕하거나 손해를 입힌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똑같이 되갚아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바보가 될 뿐이다. 정말 좋은 거래는 당신이 승리하고, 상대방이 패하는 거래다. 

나는 여러 번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고민했다(1988년, 2000년, 2004년, 2008년, 2012년에 대선 출마를 고민한 것으로 추정). 사람들은 내가 재미로, 또는 사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대선 출마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고민했다. 내가 사랑하는 미국이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나는 부동산 개발 경험 등을 살려 사회기반시설을 재건하고, 국경 통제를 강화하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방을 강화할 것이다. 미국을 진정으로 다시 위대하게 만들 유일한 사람은 바로 나다. 

광장에서는 내가 대통령이 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언론은 마치 모든 사람이 나를 반대하는 것처럼 과장해서 보도한다. 늘 그래왔듯이, 기회가 닿는 대로 되갚아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 길을 갈 것이다. 

 

※    이 글은 <도널트 트럼프 – 정치의 죽음>(강준만, 인물과사상사)을 바탕으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트럼프의 일대기와 정치에 대해 상상력을 가미하여 트럼프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한 글이다. 가급적 트럼프가 발언한 내용을 기반으로 재구성했으나 트럼프 본인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

 

특집. 트럼프, 트럼프, 트럼프 2017-3월호 월간 참여사회
1. 트럼프, 나는 누구인가
2. 누가 트럼프를 선택했나
3. 트럼프, 그리고 한반도에 불어닥친 위기
4.‘정치적 올바름’은 왜 선택받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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