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8년 11월 2018-11-01   364

[여는글] 평양에서의 2박3일

평양에서의 2박3일

지난 10월 4일 아침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대한민국 공군수송기 3대가 착륙했다.

10·4선언 11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에 참석한 민관 방북단 160명을 태운 공군수송기가 서울공항에서 출발해 서해항로를 따라 평양공항에 도착한 것이다. 민관 방북단의 일원으로 참가했던 2박 3일간의 평양 방문기를 정리해 본다. 평양. 그 땅을 밟는 순간 뭉클했다. 타고 온 우리 공군수송기를 뒤로하고 ‘평양공항’이라는 표지건물을 향해 걸으며 ‘우리는 지금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본궤도에 올라있구나?’ 그 길을 위한 남과 북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가 절절하게 느껴졌다.

 

공항을 벗어나 이제는 남쪽에도 익숙해진 여명거리를 지나 숙소인 ‘고려호텔’에 도착했다. 2018 평양남북정상회담 때는 프레스센터를 개소했던 곳이다. 창밖으로 평양시민들이 걷는 모습, 버스와 전차의 움직임이 내려다보이는 그곳에서 두 밤을 지낸다.

첫 방문 시설은 ‘과학기술전당’이었다. 방과 후 교육활동으로 기초과학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서울에 돌아온 뒤 교육부 공무원을 만난 자리에서 부처별 평양방문 순서를 정한다면 교육부가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더니 크게 좋아한다.

 

방북단 환영은 공연과 만찬 두 행사로 진행되었다. 평양대극장에서의 공연은 정상회담 때와 거의 유사했다. 북측 노래를 들을 열린 귀를 가지고 갔건만 상당수의 레퍼토리가 남쪽 노래였다. 남측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큰지 실감했다. 만찬은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렸다. 주최자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리선권 위원장이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정이 넘쳤고, 음식은 맛과 정성이 가득했다. 

이번 남측 방북단은 국회, 정부부처, 문화예술계, 종교계,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날 환영만찬에서 일부 부문별로 북측의 카운터파트를 처음 만났다. 정상회담 2주 만에 이뤄진 10·4행사인지 부문별 준비도 기대도 크게 가질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실무 논의를 하기에는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평양선언 이후 민간 후속 협의는 어떤 모습으로 현실화되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자리였다. 

 

둘째 날이 본 행사인 ‘10·4선언 11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날이다. 11년 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해 합의 서명한 이래 남북이 처음으로 공동 진행하는 대회다. 인민문화궁전에 남측 방문단과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대표로 하는 북측 참가단과 수천 명의 북한 시민들이 열광적으로 만난 자리였다. 무대에 설치된 ‘7·4공동선언’, ‘6·15공동선언’, ‘10·4선언’, ‘4·27선언’ 그리고 ‘9월 평양공동선언’ 깃발이 왜 우리가 이곳에 함께 모였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대회를 마치고 점심메뉴는 옥류관 냉면이었다. 대동강을 배경으로 사진촬영도 놓치지 않았다. 이어진 만수대창작사에서 동양화, 조선화, 도자기, 수예 등의 창작과정을 들여다보았다. 남북 정상회담과 10·4선언 공동행사 등이 일상화되어가는 남북관계는 2018 광주 비엔날레에서도 드러난다. ‘상상된 경계들’이라는 주제로 7개 전시 중 하나가 바로 북한미술전이다. 평양 만수대창작사에서 관람한 작품과 같은 장르로, 사실주의에 바탕을 둔 집체화 등 조선화가 전시 중이다. 만경대학생소년궁의 참관과 공연 관람도 큰 감동과 함께 향후 문화교류에서의 과제를 던지는 것 같았다. 저녁 7시 30분에 시작된 능라도 5.1경기장에서의 집단체조와 예술 공연 <빛나는 조국>에서 보여준 드론, 레이저, 영상 기술 등은 물론 바닥 면에서 연출된 비디오아트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훈련과정의 혹독함은 아동인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평양 중앙식물원에는 2007년 10·4선언 때 노무현 대통령이 심은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방북단은 그곳에서 추모행사를 가졌다. 눈시울을 붉히는 사람도 있었다. 때마침 불어온 태풍 콩레이로 8시간 이상 평양에 발이 묶인 방북단은 중앙동물원과 자연사박물관을 둘러보았는데 여러 연령대의 평양 시민들과 함께 관람했다. 그들의 표정과 행동은 2002년 금강산 남북여성통일대회, 개성공단에서 만났던 북쪽 시민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소득이 증가했음을 밝고 힘차 보이는 모습에서 짐작하는 것은 나만의 느낌은 아닌 듯하다. 평양시민들의 변화에서 대외신뢰를 얻기 위한 제도적 변화와 시장경제와 개인소유 등 경제체제의 전환으로 읽을 수 있는가? 평화와 통일을 위한 한반도 미래상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월간 참여사회 2018년 11월호 (통권 260호)

옥류관에서 바라본 평양 시내 전경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글. 정강자 참여연대 공동대표

태어날 때 세상을(鄭) 편안하게(康) 살아갈 놈(子)이라고 얻은 이름인데 아닌 것 같아 분한 마음이 좀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줄곧 일상의 재구조화를 꿈꾸며 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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