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0년 12월 2020-12-01   873

[여는글] ‘시민 있는’ 시민단체

여는글

‘시민 있는’ 시민단체 

 

지난 몇 개월간 매주 월요일 상집회의에서 들어야 했던 이슈 중 하나는 ‘언론 대응’이었다. 일부 보수언론의 끊임없는 참여연대 공격에 손을 놓고 당하기만 할 수는 없었기에 조처해야 했다. 그들의 비열한 공격무기는 통계 왜곡, 취사선택, 침소봉대, 부풀리기다. 반론 보도 결정도 숱하게 받았지만 엎질러진 물이다. 이미 찍힌 낙인은 잘 지워지지 않는다. 그들의 비뚤어진 시각은 교정 불가처럼 보인다. 권력의 등용문, 참여연대 정부라는 말을 아무 주저 없이 쓴다. 참여연대 일부 전직 임원들이 공직에 참여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참여연대와 무관하거나 발을 들여놓은 적은 있지만, 활동이 뜸한 인사라도 다 참여연대 사람으로 친다. 참여연대를 알만한 사람조차 그런 지적을 해대니 참 억울하다. 그대로 두면 팩트가 돼버려 또다시 인용될까 두려움에 건건이 대응하다 보니 가뜩이나 부족한 일손에 품이 든다. 

 

그러나 단언컨대 참여연대는 권력의 감시자임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우리와 코드를 같이 하는 정부에서도 권력의 파수꾼 역할은 예외가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무수히 많은 논평과 비판 성명, 이슈리포트 등이 끊임없이 쏟아진 걸 보면 자명하다. 촛불 시민의 염원인 개혁 입법은 진전이 없거나 후퇴하니 주 무기인 비판의 칼날을 꺼내 들어야 했다. 집회가 제한되는 상황에서도 국회 앞, 청와대 앞, 더불어민주당사 앞, 그리고 뜻을 같이하는 단체들과 연대하여 우리의 할 일을 해오고 있다.

 

시민단체의 권력화 말고 또 비난하는 지점이 있다. ‘시민 없는’ 시민단체라는 지적이다. 특정 명망가 중심의 지배구조와 회원이 상근활동가를 견제할 장치가 없다는 의미다. 의사결정 과정에 회원의 목소리가 배제되었다는 말이다. 회원은 주로 회비를 내는 후원회원에 머무를 뿐 회원 활동도 없고 회원과의 소통이 없는 시민단체라는 비판이다. 대변형advocacy 운동의 그럴 수밖에 없는 한계를 시민단체 활동을 깎아내는데 끌어다 쓴다. 

 

그러나 단언컨대 참여연대는 달랐다. 후원회원은 있지만, 활동을 공유하는 회원이 많지 않다는 지적은 참여연대에 대한 무지의 소산이다. 회원 참여의 확대와 내실화가 우리의 지향점임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추첨직 운영위원 제도가 민주적 거버넌스의 징표다. 회원 모임이 활성화되고 그 협의체 대표들이 운영위원회에 참여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운영위원회 구성에서 회원의 비중이 높아졌고, 올해는 임원이 아닌 회원이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출되는 획기적인 변화도 있었다. 내년 총회를 준비하는데 다수의 회원이 참여하여 사업계획안, 예결산안, 정관개정안, 임원선임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 팬데믹 상황 속에서 회원과 마주할 시간과 소통의 기회는 줄었지만, 온택트로 대체하고 주파수를 높여 회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내부의사결정 구조의 민주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2020년 초, 「월간 참여사회」 여는글에서 우리 사회에 심화하는 분열과 갈등을 걱정했었다. 이제는 여기에 더해 팬데믹이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고 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바이러스의 공포 속에서 시작한 한 해가 마무리할 즈음에는 대유행의 위협으로 우리를 웅크리게 만들고 있다. 팬데믹 속에서 참여연대의 활동도 위축된 건 사실이다. 회원 가입자 수가 예년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위기 상황을 돌파해야 했다. 회원과 시민들의 회비와 후원으로만 운영되는 참여연대도 코로나19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지만, 회원의 아낌없는 응원과 지지로 힘을 내 버틸 수 있었다. 회원 확대 캠페인에도 힘을 보태는 많은 회원이 있어서 든든했다. 올 한 해 회원 여러분의 관심, 지지와 격려 덕분에 참여연대는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우리의 공동체적·경제적 상호관계의 토대를 흔들어 놓고,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회원, 상근활동가 그리고 임원이 한 몸으로 위기에 대처하고 극복해 나갈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DNADigital, Network, AI 산업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고 큰 정부 시대가 되돌아올 것이므로 시민사회의 힘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권력 감시자로서 참여연대가 해야 할 일이다. 회원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새해에도 회원 여러분의 뒷배를 믿고 변함없이 활동해 갈 것임을 약속드린다. 

 

참여여대

©조희원

 


글. 하태훈 참여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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