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0년 11월 2020-11-01   1499

[환경] 굳이 ‘연어’를 먹느라 사라지는 것들

굳이 ‘연어’를 먹느라
사라지는 것들

 

작년 8월, 그린란드에서는 썰매 끄는 개가 빙판이 아닌 물 위를 달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올해 8월 초에는 그린란드 빙붕氷棚, ice shelf이 하나 떨어져 나갔어요. 빙하를 타고 흘러 내려와 바다 위에 선반처럼 떠 있는 거대한 얼음 덩어리를 빙붕이라고 합니다. 떨어져나간 빙붕 면적이 파리시보다 크고 평균 두께가 300~900m 정도라는 걸 고려하면 엄청난 규모지요. 

 

특히나 그린란드 빙하는 남극빙하와 함께 육상 빙하로 해수면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그린란드 빙하가 모두 녹을 경우 해수면은 최대 7m 정도 상승할 거라고 합니다. 세계 인구의 44% 정도가 해안가에 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육상 빙하의 해빙은 향후 전 지구적으로 끼칠 영향력이 막강하다 하겠습니다.

 

물고기 먹이를 가로챈 식탁

세계가 일일 생활권으로 가까워지면서 먹을거리도 국경을 쉽게 넘나듭니다. 과거엔 먹지 않던 식재료가 새롭게 식탁에 오르면서 어느 덧 우리에게 익숙한 메뉴가 되기도 하지요. 그 가운데 하나가 연어입니다. 제 고향 가까이에는 가을이면 연어가 돌아오는 하천이 두어 곳 있지만 어릴 적 연어를 먹었던 기억은 없습니다. 교역이 자유로워지면서 외국에서 들여온 연어가 우리 식탁에 오르기 시작했어요. 냉동이나 훈제로 먹던 연어가 십 수 년 전부터는 생물 연어로 바뀌었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수입되는 건 노르웨이산 연어입니다. 전 세계 연어의 절반 이상을 노르웨이가 생산할 수 있는 것은 물이 차고 깊어서 연어를 기르기에 최적의 조건인 피오르 덕분입니다. 노르웨이 연어는 대부분 피오르에서 가두리 양식을 합니다. 이런 양식장이 노르웨이 서북부해안에 적어도 수천 개에 이른다 합니다. 양식장에서 길러지는 연어는 밀집사육을 하다 보니 한번 병이 돌면 양식장 전체가 폐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혹시 모를 감염병 예방을 위해 항생제를 투여합니다. 바닷물이Sea lice❶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살충제도 뿌립니다. 

 

이렇게 관리하는 양식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어의 먹이입니다. 1kg의 연어 살을 얻기 위해 먹이 사료가 3kg 정도 필요합니다. 이 먹이 사료로 쓰려고 물고기들이 잡아들이는데요, 오늘날 어업으로 거둬들이는 물고기의 3분의 1은 양식장에서 기르는 물고기 사료로 쓰입니다. 그러니 연어 살 1kg을 얻기 위해 먹이가 될 물고기 15kg이 필요하다는 얘기인 거지요. 우리가 필요한 단백질을 얻기 위해 그냥 ‘생선’을 먹으면 될 일을 굳이 ‘연어’를 먹느라 바닷물고기 15kg이 필요하다니요? 

 

사료용 물고기를 잡아들이면서 연쇄적으로 해양생태계에 균형이 깨집니다. 사료용으로 잡아들이다 보니 그 물고기를 먹고 살아야 할 상위 포식 물고기들의 먹이가 부족해집니다. 해양학자들은 양식으로 인해 연결된 먹이사슬의 붕괴가 벌어질 거라고 오래전부터 경고해 왔습니다. 연어를 기르는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항생제, 살충제 그리고 사료에다 연어 배설물로 연안은 오염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연어양식이 가져온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월간참여사회 2020년 11월호 (통권 280호)

연어 1kg을 얻기 위해서는 연어의 먹이가 될 물고기 15kg이 필요하다 ⒸUnsplash

 

먹고 있는 것은 새우가 아닌 숲

이렇게 길러진 연어는 비행기를 타고 옵니다. 얼리지 않은 생물 연어로 말이지요. 얼리지 않아 맛은 더 있을지 모르겠지만 연어를 운반하느라 온실가스 배출을 가장 많이 하는 운송수단을 이용했다는 사실은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요? 오래전부터 우리의 식문화였던 먹을거리도 아니고 세계화의 상품사슬로 새롭게 소개된 연어, 그 이면에 드리워진 불편한 진실을 마주합니다. 연어를 여러 가지 다른 먹을거리로 대체해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어릴 적 새우튀김은 특별한 날에만 먹던 음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새우는 굉장히 흔한 식재료가 되었어요. 이 많은 새우들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요? 새우 역시 양식으로 길러집니다. 주로 동남아시아 맹그로브 숲이 있던 자리에 말이지요. 맹그로브 나무가 자라는 곳은 생물다양성이 매우 높습니다. 맹그로브 뿌리가 뻘 사이로 뻗어가면서 만들어놓은 풍부한 생태계로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곳에 맹그로브를 없애고 새우 양식장을 만듭니다. 새우 양식장의 문제는 연어 양식장에서 벌어지는 문제와 거의 흡사합니다. 5년 정도 사용한 새우 양식장은 항생제며 배설물 등으로 오염이 되어 더 이상 새우를 기를 수가 없어요. 또 다른 맹그로브 숲을 벌목하고 양식장을 만듭니다. 

 

오늘날 우리 식탁에 오르는 많은 이국적인 식재료들이 비슷한 과정을 거쳐 얻습니다. 어쩌다 이국적인 요리를 먹는 즐거움도 일상의 기쁨 가운데 하나지요. 그런데 온갖 생태계를 망가뜨리며 얻는 먹을거리라면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맹그로브 숲은 탄소를 흡수하는 정도가 육상의 숲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맹그로브 숲은 태풍이나 해일로부터 해안가 지역을 보호해주는 방파제 역할을 합니다. 우리 식탁에 새우가 오르기 위해 사라지는 맹그로브 숲, 생물 연어를 실어 나르기 위해 띄우는 비행기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그린란드 빙하를 녹이는 엑셀러레이터를 밟고 있는 건 아닐까요? 

 

❶  물고기, 특히 연어를 공격하는 기생충의 일종


글. 최원형 환경생태작가  

우연히 자작나무 한 그루에 반해 따라 들어간 여름 숲에서 아름답게 노래하는 큰유리새를 만났습니다. 큰유리새의 아름다운 새소리를 다음 세대도 들을 수 있는 온전한 생태 환경을 바랍니다.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착한 소비는 없다』 외 다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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