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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06월
  • 2020.06.01
  • 339

그래도,
미누는 웃었다

 

월간참여사회 2020년 6월호 (통권 276호)

안녕, 미누 Free Minu 

다큐멘터리 | 89분 | 2018 | 한국 | 12세 관람가

감독      지혜원

출연      미노드 목탄, 소모뚜, 소띠하, 송명훈

 

미등록 외국인에 대한 무례

“미등록 외국인을 불법체류자로 내몰고 단속할 경우 깊숙하게 숨기 때문에 오히려 사각지대가 더 커질 우려가 있다”, “이들이 마스크를 공급받고 보건소나 의료단체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코로나19 방역 지침으로 당부한 내용이다. 싱가포르에서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한 사례를 반면교사 

한 것이다.

 

현재 방역 모범국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나라의 국민들답게, 관련 내용을 다룬 인터넷 기사와 댓글에는 방역이라는 대의에 대한 공감이 가득했다. 그중 내게 충격적이었던 댓글의 내용은 이렇다. “그래, 숨어서 퍼트리면 답 없지. 일단 치료하고 돈 뺏어서 쫓아내야지.” 상위에 노출된 댓글이었다. 당장의 대의에는 공감할지라도, 끝내 미등록 외국인에 대한 혐오는 버리지 못하는 모습에 새삼 놀랐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화제를 모은 인물로 외국인 노동자 알리가 있다. 화재 현장에서 여러 사람을 구조하다 부상을 입으며 그의 신분이 밝혀졌다. 문제는 체류자격이 끝난 시점이었다는 것. 의로운 일을 하고도 추방당할 위기에 놓이게 된 안타까운 사연이 널리 알려지며 체류자격이 정식으로 6개월 연장됐다. 또한 보건복지부에 의해 의상자로 지정되는 안건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고 한다.

 

이에 앞으로 미등록 외국인들이 너도나도 방화한 뒤 의인이 되려 하는 ‘모방범죄’가 판치는 것 아니냐고 시나리오 쓰는 자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한 번이라도 상황을 구체적으로 상상해본 뒤 말을 내뱉는 걸까? 넘실 되는 화마 앞에서, 죽거나 크게 다칠 수 있음에도 뛰어들어 사람을 구하는 일, 아무나 못 한다. 당장 나만 해도 못할 것 같다. 그런 상황에도 몸이 움직였기에, 선한 본능을 타고나고 실천했기에 ‘의인’인 것이고, 이는 매우 드문 일이다. ‘이 정도로’ 선한 사람이 머무는 일은 한국 사회에도 좋을 것이다. 도대체 왜 좋은 일을 좋게 안 보고 가능성이 희박한 일을 사서 걱정하며 악의적이고 차별적이며 무례한 말을 던지는 것인가? 정말이지 한국 사회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특히나 얼굴빛 짙은 이들에게 너무나 무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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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녕, 미누> 스틸컷  ©영화사 풀

 

미누가 무례에 대처하는 법

다큐멘터리 영화 <안녕, 미누>는 무례한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는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 ‘미누’는 1992년 한국에 왔다. 당시 한국에는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마땅한 법이 없었고, 노동자들이 고용주에 의해 임금이 체납되고, 폭행당하고, 여권이 뺏기거나 산업 재해 시 보상받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비일비재했다. 이를 개선하고자 정부는 2004년 고용허가제를 시행했으나, 오히려 상황이 험악해진다.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으로 많은 이들이 다치거나 죽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서구 사회에서는 (체류가) 오래된 사람은 오히려 정착하도록 지원하는데” 한국 사회는 이미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사람들을 추방시키는 꼴이었다.

 

미누의 경우도 이에 속했다. 한국 나이로 21세에 네팔을 떠난 그는 한국에서 18년을 살았다. 당시 기준으로, 거의 반평생이다. 한국에 애착을 가지게 된 그는 발 딛고 선 이곳을 더 나은 장소로 바꾸고자 한다. 이주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외치고 폭력적인 단속에 문제를 제기하는 다국적 밴드 ‘스탑크랙다운’의 보컬이 된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농성장에서 미누를 소개하는 사회자마저 그를 존중하지 않았다. “보컬 분은 다문화의 표본 같으세요. 동네 슈퍼 아저씨인 줄 알았어요. 너무 편하신 이 외모. 이게 다문화의 시작 아니겠습니까?”

 

무례한 순간을 감당하는 미누의 방법은, 그냥 웃는 거다. 영화 대부분의 장면에서 그는 웃고 있다. 표적수사와 강제추방으로 네팔에 돌아간 미누가 네팔에서 한국인 중년 남성 여행객들을 만났을 때, 이들이 미누의 유창한 한국말을 노골적으로 신기해하며 호기심 어린 질문을 툭툭 던질 때도 마찬가지다. 나라면 “뭘 그렇게 캐묻죠?”라고 반문하며 정색할 것 같은데, 미누는 서글서글 웃으며 유쾌하고 온화한 분위기를 만든다.

 

어쩌면 한국에서의 18년 때문은 아니었을까? 낙천적이고 유쾌한 성품을 타고나기도 했겠지만,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는 존재로 타국에서 장시간 지내며 ‘문제를 만들지 않는’ 대처 방식이 몸에 밴 것은 아닐까. 이것은 나의 타국에서의 체류 생활을 비추어 짐작한 것이다. 그 나라의 법과 문화에 대해 모르는 것투성이고, 언어는 서툴고, 나를 위해 발 벗고 나서줄 친지도 없다는 인식은 문제를 일으키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했고, 이는 누군가 내게 부당하게 대해도 애매한 미소로 상황을 넘기게 만들었다. 지금의 나와는 확연히 다른 태도다. 그때의 기억을 가진 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타자화할 수 없다. 타지에서 고된 노동까지 해야 하는 이들은 더욱 막막하고 고통스럽지 않을까.

 

그들의 공연, 극장에서 확인하라

그렇지만 <안녕, 미누>는 마냥 서글프거나 화가 나는 영화가 아니다. 능글맞게 웃으며 밴드를 소개하고, 홍보 포스터의 턱을 갸름하게 만들어 달라 요구하고. 친한 이들과 마음 편히 장난치는 미누를 보면 함께 웃게 된다. 그리고 감초 역할을 하는 밴드 동료들. 특히 기타리스트 ‘소모뚜’는 아주 씬스틸러다. 미누가 강제추방 된 뒤 “월급 못 받는 사람이 월급 받게 해달라고 노래 부르는 게 죄인가요? 답답하네, 정말. (…) 이주민들 데리고 와서 자기 나라 옷 입히고 그 나라의 음식 같이 먹는 행사를 하면 하루 만에 다문화가 되나요?”라고 속 시원한 발언을 하던 청년은, 2017년에는 ‘아재’가 되어 너스레를 떤다. 한국에 입국 금지된 미누를 위해 네팔에서의 공연을 기획하며 동료들과 엄살 섞인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이 밉지 않다. 그리고 이들이 들려주는 음악은, 극장에서 들을 가치가 충분하다. 특히 미누는 정말 노래를 잘한다!

 

이들의 노랫말을 음미하며 함께 생각해보길 바란다.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공공의 이익을 중시하는 공동체주의 문화가 꼽힌다. 그런데 그 공동체의 범주는 어디까지인가.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저임금으로 우리의 일상을 떠받치고 있는데 이들을 제하는 게 온당한가. ‘불법’이라는 말을 앞세우기 전에 법이 잘못된 건 아닌지 따져볼 수는 없을까. 더군다나, 현존하는 법의 테두리 내의 이주노동자에게도 편견을 덧씌우는 행태는 부끄럽지 아니한가. 영화 <안녕, 미누>는 5월 27일부터 극장에서 볼 수 있다. 

 


글. 최서윤 작가 

<월간잉여> 편집장으로 많이들 기억해주시는데 휴간한 지 오래됐습니다. 가장 최근 활동은 단편영화 <망치>를 연출한 것입니다. 화가 나서 만든 영화입니다. 저는 화가 나면 창작물로 표출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인가 봅니다. 종종 칼럼이나 리뷰로 생각과 감정을 나누기도 합니다. 저서로 <불만의 품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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