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9년 08월 2009-08-01   947

헌법새로읽기_차라리 교원노조가 꼴도 보기 싫다고 하라!




차라리 교원노조가 꼴도 보기 싫다고 하라!


헌법 제 21조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vs  국가공무원법 66조 ‘집단 행위의 금지’


김진 변호사

엄마가 혼낼 때 가장 짜증나는 일은, 잘못한 건 다 드러나 있고 나도 다 인정하는데 “그런 일을 한 속마음, 자세가 더 문제”라며 이른바 ‘근본’을 파고 들 때였다. 자고로 잘못은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한 가르침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이런 꾸지람은 대체로 문제의 ‘행실’과는 별도로 나도 잘 모르는 ‘속마음’을 문제 삼아, 반성의 눈물을 뚝뚝 흘려 엄마 화가 다 풀릴 때까지 계속되기 때문이다. 전교조 교사들이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며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전국의 경찰과 검찰에서 교사들을 소환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느낌이 딱 그랬다. 이 시국선언을 ‘전교조’ 이름으로 했다는 것을 숨긴 적이 없고, 그 행동에 참여한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그 선언 자체로 누구나에게 명백한 일이거늘, 도대체 무엇을 더 찾기 위해서 사무실을 ‘압수’하고, 소환까지 해서 무엇을 물어본다는 말인가. 갑갑하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국선언 명단 한번 찾아보지 않고 ‘전임자’ 명단에 기재된 교사들을 몽땅 ‘고발’하신 교육과학부 장관님 덕에, “문 : 시국선언에 참가하였지요? – 답 : 아니오 – 문 : 시국선언 의사결정에 관여하였지요? – 답 : 아니오 – 문 : …그럼 왜 고발을 당하였나요? – 답 : 저도 모릅니다”라는 문답이 오고가고, 무더운 오후를 견디며 옆에 앉아 졸고 있던 조사 참여 변호사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아야 했다. 도대체 이런 국력 낭비가 어디 있나. 조사하는 경찰관, 영문을 모르는 교사, 일거리 밀린 변호사의 뇌리를 공통적으로 스치는 생각이었을 터.

수사 모양새의 어처구니없음은 잠시 두고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는 처벌받아야 하는가”라는 본래 문제로 돌아가 보자. 교원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3조는 처벌 규정이 없으니, 문제가 된다면 교육공무원에게 적용되고 사립학교 교원에게는 준용되는 <국가공무원법> 제66조의 ‘집단행동 금지’ 정도만 남게 된다(65조에는 ‘정치활동 금지’도 있으나 이 조항은 정당가입, 선거 운동 등 매우 구체적인 금지조항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을 ‘시국선언’ 참여 교사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다음의 두 가지 점에서 말이 안 된다.

먼저 무릇 시국선언에 참여한다는 것은 일정한 정치·사회적 상황에 대해 의견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정치적 ‘표현’ 행위이며 이것을 집단 ‘행동’으로 볼 수는 없다. 물론 미국식으로 복잡하게 나누면, 순수한 언론(pure speech)과 행동(conduct, activity) 사이에 표현적 행동(expressive conduct)이란 영역도 존재하겠지만, 피켓도 완장도 없이 명단만 발표한 ‘선언’이 이 범주에 포함되는 일은 없다.

첫째 이유로, 아무리 공무원의 직무상 성격 때문에 ‘공무 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적 행위’가 금지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공무가 아닌 어떤 일을 위해 공무원들이 하는 집단적 행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21조 제1항, 헌법상의 원리, 국가공무원법의 취지, 국가공무원법상의 성실의무 및 직무전념의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하여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로 축소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2. 2. 14. 선고 90도2310 판결 – 이 판례는 “교사들이 전교조 설립의 필요성을 교사들에게 홍보하는 등의 활동…는 모두 휴일이나 근무시간 이외에 이루어졌고 달리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하여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으므로 ‘공무 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적 행위’가 아니다”라고 한 <강원교사협의회> 사건이다). 언론·출판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는 인간이 그 존엄성을 지켜 나가기 위한 기본적인 권리이고 공무원에 대하여도 동일한 것이지만, 공무원의 경우 그 지위나 직무의 성질에 비추어 일반 국민보다는 제약의 필요성이 더 클 수 있으나 그 경우에도 그 공공성이나 필요성을 이유로 하여 일률적, 전면적으로 제한하여서는 아니 되며 제한의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그 한계를 설정하여 제한되는 언론·출판의 자유 및 집회·결사의 자유와 그 제한에 의하여 보장하려는 공익을 서로 비교, 형량하여 제한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되어 제한하는 경우에도 최소한의 정도에 그쳐야 할 것이고 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헌법재판소 2007. 8. 30. 선고 2003헌바51 결정).

둘째, 주지하는 바와 같이 교원노조법으로 교원노조가 합법화되기 전까지 국가공무원법은 노동운동 기타 공무 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적 행동 일체를 금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교원노조법 제1조는 “이 법은 국가공무원법 제66조제1항 및 사립학교법 제55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5조 단서의 규정에 의하여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교원에 적용할 특례를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여, 교원노조의 설립 및 활동에 관하여는 위 국가공무원법·사립학교법 규정 적용을 배제하는 특례를 정하였다. 따라서 과거 교원노조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공무원법에서 금지하던 “노동운동 기타 공무 외의 집단행동”이라 하더라도 교원노조법으로 교원에게도 단결활동의 자유가 허용된 이상 그 이전과는 관점을 달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본디 노동조합 결성·운영(=단결행위)은 그 자체가 ‘집단성’을 그 개념 요소로 하는 것이어서, 단결권을 인정한다는 것은 당연히 업무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의 집단행동을 예상·허용하는 것이며, 이러한 단결 활동 중 <집단적 의사 표시>는 노동조합의 본질적 행위 태양이기 때문이다.

국가공무원법 66조, 66조, 66조 …아까부터 아무래도 너무 익숙한 조문이라 기시감(旣視感)이 드나 싶었는데. 아뿔싸, 기시감이 아니라 바로 ‘그 때 그 규정’ 그대로구나. 교원노조가 합법화되기 전, “교사가 무슨 노동자냐”며 벌겋게 눈을 부릅뜨고, 교사 몇 만 모여서 뭐라도 할라 치면 잡아넣던 그 조항. 왜 이렇게 여름을 더 무덥게 만드나. 그냥 “나 너희들 싫어”라고 털어놓으면 쉬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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