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9년 03월 2009-03-01   1306

참여사회가 눈여겨본 일-한국경제위기 진단




21세기 민주주의 시장경제의 모색



김광수 경제연구소

미국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서 2008년에는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됐다. 이어 2009년에는 전세계적인 동시불황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20세기 산업자본주의 경제는 석유에너지를 기반으로 양적 성장 제일주의와 선진국의 과소비를 부추겨왔다. 그로 인해 자원은 맹렬한 속도로 고갈되었으며 환경은 거의 회복불능의 임계점에 이를 정도로 파괴되어왔다. 이처럼 자원 소모적이고 환경파괴적인 20세기 산업자본주의 성장모델은 그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그런가하면 20세기 후반에 팽배한 자유방임적 금융자유화는 마치 돌을 황금으로 만들겠다는 중세시대의 연금술을 연상케 했다. 사람들은 근면하고 성실하게 일하며 정직하게 사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시대착오적인 이념에 빠진 기득권 정치세력들은 사람들을 탐욕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었다.


무조건 많이 빌려 재테크 하라 부추겨

이런 가운데 일반인들이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차입(레버리지)이 허용되었다. 정치세력과 정부관료들은 금융혁신이라는 미명하에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파생상품이든 재테크 투기를 선동하고 그런 정책들을 남발했다. 이들은 과잉 레버리지를 통한 재테크 투기가 21세기형의 새로운 경제활동 패러다임이라고 여겼다. 정직하고 열심히 땀 흘려 일하며 사는 것은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간주한 것이다. 작금의 경제위기는 20세기 소수 특권계층만을 위한 성장패러다임의 모순이 한꺼번에 집약되어 폭발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세계 동시불황은 시간이 갈수록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 오바마 정부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도 불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한다. 해외 경제전문가들도 이제는 이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각국이 재정확대를 통해 필사적으로 내수부양에 전력을 기울이지만 부동산과 주식 및 파생상품 등 자산경제의 천문학적인 버블 붕괴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는 지난 2000년 이후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경제의 버블을 기반으로 생산경제의 고성장을 지속해왔다. 금융기관의 머니 게임으로 부동산가격이 계속 폭등하자 가계들은 부동산 재산이 늘어 부자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소비를 늘렸다. 가계가 마음대로 소비할 수 있도록 은행들은 값이 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마구 늘려주었다. 가계의 소비가 늘어나자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도 크게 늘었으며 기업들은 장밋빛 전망을 내세워 설비투자를 경쟁적으로 늘렸다.

가계의 보유자산 가치 증가와 기업의 매출 및 이익 증가는 다시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치 상승의 근거가 되었다. 자산경제 주도형 실물경제 성장의 자기실현적 성장의 순환고리가 형성된 것이다. 시장경제의 모든 가치의 근원은 투기적 자산가치 상승에서 시작되었으며 시장경제의 모든 결과물도 투기적 자산가치 상승으로 귀결되었다. 투기적 자산가치 상승에서 시작하여 투기적 자산가치 상승으로 귀결되는 무한대의 버블 발생 순환고리를 형성한 것이다.



자산버블과 금융버블 붕괴가 실물경제 위기로

미국 FRB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과 정부들은 이처럼 투기적 자산가격 상승이 실물경제 성장을 촉발하는 것을 자산효과(wealth effect)라고 부르며 21세기형의 새로운 성장패러다임이라고 합리화시켰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투기적 자산효과 확대에 모든 정책적 초점을 맞추었다. 여기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제거하거나 완화하기 시작했다. 투기는 더 이상 위험으로 인식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론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투기적 자산버블은 결코 지속될 수 없다. 역사적으로 어떤 자산버블도 결코 5, 6년을 지속하지 못했다. 자산경제의 버블은 금융경제의 버블을 낳게 된다. 부동산과 금융은 동전의 앞뒤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자산경제와 금융경제의 버블은 실물경제의 과잉설비투자, 과잉고용, 과다소비(과다채무)를 낳게 된다. 자산경제와 금융경제의 버블이 붕괴되면 실물경제의 3대 과잉도 필연적으로 조정될 수밖에 없다. 실물경제의 3대 과잉 조정이 발생하게 되면 이번에는 역으로 그로 인해 금융위기가 심화되며 금융위기의 심화는 다시 자산시장에 압력을 가해 자산가격 폭락을 야기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까지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불황으로 확산되는 단계로, 아직 실물경제 불황→금융위기 심화→자산가격 폭락으로 진행되는 단계에는 진입하지 않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위기가 아니라 붕괴상황에 직면한 한국경제

이런 극심한 위기 상황에서도 한국사회는 여전히 정경관언사법 유착의 특권구조가 타파되지 않고 20세기 성장패러다임의 모순이 심화되고 있다. 소수 특권세력들은 시대착오적 이념과 ‘부자 되게 해주겠다’는 감언이설로 국민들을 기만하고 농락하고 있다.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자신들의 탐욕을 충족하기 위해 교묘하게 착취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들은 이것을 시장경제라고 주장한다. 이들 특권계층은 엉터리 나팔수들과 결탁하여 국민을 속인다. 이들은 이런 엉터리 나팔수들을 언론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사기 정치와 착취 경제는 더 이상 민주주의 시장경제가 아니다. 이들은 집값은 영원히 오를 것이며 주식도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고 떠들어대고 있다. 정부의 온갖 감언이설과 일부 언론의 장밋빛 포장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는 거듭된 정책실패와 탐욕으로 빠른 속도로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단적으로 한국의 2008년 4분기 실질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5.6%, 연환산으로는 -22.4%의 수치를 보였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의 -3.8%, 일본의 -5% 이상(전망치), 중국의 6.8%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아직 부동산 버블이 본격적으로 붕괴하지 않았고, 심각한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OECD국가 가운데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한국경제가 빠르게 주저앉고 있는데도 정치권과 언론은 그저 그런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22.4%의 성장률은 구소련이 붕괴한 직후에나 볼 수 있었는데, 이것은 한국경제가 붕괴 상황에 직면해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주가가 오른다니 어쩌니 하는 소리가 나오니 참으로 한심한 나라라고 할 수밖에 없다.



고환율 정책이 경제위기 해결책이라니

글로벌 금융위기와 세계 동시불황으로 경제성장률이 어느 정도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은 왜 유독 몇 배나 더 급격하게 붕괴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한국경제의 고질적인 구조적 요인과 이명박 정부의 정책 실패에 기인한다. 이 모든 문제들을 짧은 지면에 모두 소개할 수는 없다. 이 가운데 현재 한국경제에 치명적인 충격을 주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환율정책 실패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이미 작년 10월에 김광수경제연구소는 한국경제가 제2의 IMF사태에 진입했음을 공식 선언했다. 그리고 원/달러 환율 폭등은 머지않아 수요 감소와 원가상승을 일으켜 생산이 멈출 것이라고 예견했다. 경기침체로 수출이든 내수든 수요가 줄어 가격은 올리기 힘들어지는 반면 원/달러 환율 폭등으로 수입원자재 가격이 폭등하여 물건을 만들수록 적자가 커지기 때문이다.

결과는 우리 연구소의 예견 그대로였다. 작년 4분기 실질성장률 -22.6%가 그 확실한 증거다. 기업의 생산이 멈췄다는 것은 기업설비투자 기여도가 -7.2%, 재고투자 기여도가 -7.2%인 것에서 확인된다. 특히 재고투자가 격감했는데 이는 기업의 생산이 멈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수 기여도도 -9.2%로 격감했다. 원/달러 환율이라도 안정수준을 유지했다면 내수기업들의 채산성 유지와 물가 안정으로 수요급감 완화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심화를 수출확대로 극복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30~40년 전의 사고방식 그대로, 친기업정책의 슬로건 아래 고환율 정책을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추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고 경기불황도 예견되는 상황에서 고환율 정책은 오히려 독약이 된다는 사실을 이 정부는 전혀 몰랐다. 세계경제가 금융위기와 동시 불황에 빠지면 총체적인 수요 감소로 인해 아무리 환율을 올린다 한들 수출을 늘릴 수 없다는 것은 1930년대 대공황 때 각국 간 환율인상 경쟁 사례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가능한 한 환율을 안정시키고 수출보다는 내수확대에 주력해야 한다. 이것이 상식이다.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일본의 아소 타로 총리는 내수확대를 통한 자율성 성장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역시 내수확대를 통해 위기극복을 추진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모두가 다 수출이 막혔기 때문에 나온 소리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정권 출범부터 고환율 정책을 추진해왔다. 외환보유 사정이 어떻게 되는지조차도 몰랐다. 우리 연구소가 일찍부터 지적한 것처럼 원/달러 환율 폭등 원인이 부동산대출 확대를 위해 국내 은행들의 막대한 단기외화 차입에 기인한다는 사실도 몰랐다. 심지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파산이 거의 기정사실화된 리만브라더스를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였다.



부동산과 고환율 정책이 경제 마비시킨 주범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자 국내 소비자물가도 급등하기 시작했다. 2008년 내내 한국의 소비자물가는 고공행진을 했다. 당연히 내수가 급랭하고 고환율로 채산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기업들의 생산도 멈출 수밖에 없다. 엄청난 환차익을 낸 수출 대기업조차도 수출감소로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는 판에 내수 중소기업들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에만 올인했다. 이 정부에게 부동산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종교적 신화이자 이념이며 만병통치약이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동산투기를 조장하는 데 온 힘을 쏟아부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금융위기가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버블 붕괴에 기인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부동산은 법질서 유지라는 이름을 내세워 국민들조차 죽여도 될 정도로 절대적 신앙 그 자체인 것이다. 세상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무식과 탐욕으로 한국경제를 붕괴로 몰아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원/달러 환율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하려고 노력했다면, 부동산에 신앙적 가치를 두지 않았다면, 기업들의 생산이나 내수가 이렇게까지 타격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경제가 수직낙하하는 상황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외환이 고갈되어 상황이 다급해지자 그때서야 대통령은 수출기업들에게 달러를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며 미국, 일본, 중국 등으로 달러를 구걸하러 다녔다. 온갖 방법으로 부동산 버블 붕괴를 막으려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부동산은 은행들의 부실과 맞물리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파국적인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경기는 수직낙하하기 시작했고 기업들의 대량 도산이 예고되고 있다.

 지금 한국경제는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에 비해 몇 배나 더 심각한 상황이다. 90년대 말의 IMF사태가 한국경제의 위기였다면 지금은 한국경제가 붕괴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이명박 정부가 국내외 경제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헛발질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니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리 없었다. 탐욕에 눈이 멀어 부동산에만 올인했고, 고환율 정책이라는 독약을 스스로 마셔버렸다. 그 독약에 내수와 기업들의 생산이 마비되어버린 것이다.



21세기형 공동체적 민주주의 시장경제로


부동산에 대한 신앙이 도를 넘어 이명박 정부는  민사적 정책적 이해상충 문제로 갈등을 보인 국민들을 공권력을 동원하여 죽였다. 자신들이 일을 저질러놓고도 어떻게 대처하고 수습해야 할지도 모른다. 때문에 경제 붕괴 위기에 직면해 많은 서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이번 경제위기를 계기로 세계는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정치경제 패러다임의 모색을 시작했다. 21세기형의 새로운 정치경제 패러다임은 가치관이나 철학이 아니라 지향점과 주체가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소수 특권계층만의 탐욕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환경친화적인 안정된 삶과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되며, 소수 특권계층이 국민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주체가 된다. 인터넷이라는 강력한 쌍방향 실시간 소통 시스템을 통해서 말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연설에서 말한 것처럼 21세기 정치경제 패러다임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 진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열심히 땀 흘려 일하는 근면과 남을 속이지 않는 정직함, 불의에 맞서는 용기와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공정함, 이웃과 더불어 사는 관용과 미래와 미지에 대한 호기심에 기반을 두고 있다. 

국민들은 지금 자신들과 자식세대들의 장래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올바로 깨달아야 한다. 자신의 꿈과 희망이 어떻게 사라지고 있으며 자식세대들의 미래가 어떻게 망가지고 있는지를 올바로 깨달아야 한다. 깨닫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21세기형의 새로운 정치경제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만들기 위해 나서야 한다. 진보든 보수든, 좌든 우든 이미 부모세대는 더 이상 지식정보화된 21세기 세상의 변화를 따라갈 수 없으며, 한국사회도 이끌어갈 수 없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자식세대가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부모세대는 길을 터줘야 한다. 그것만이 한국사회가 최소비용으로 최단시일 내에 가장 평화적으로 21세기형의 공동체적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만드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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