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9년 09월 2009-09-01   851

우리 동네 아시아_자원확보전쟁, 제2의 냉전




자원확보전쟁, 제2의 냉전


전가림  호서대 교양학부 교수


세계 에너지 위기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인류가 경제활동을 지속하며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원이 필요한데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에너지 자원이 곧 ‘희소 자원’인 셈이다. 특히 석유는 어떤 희소 에너지 자원보다도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다.



자원의 안정적 공급시대는 끝났다

지구촌 곳곳에서 유가 폭등으로 인한 시름이 깊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을 정도로 심각한 에너지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미 몇 차례의 에너지 위기를 겪었지만 피동적이고 소극적인 대안밖에 나오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성장’이라는 표현을 쓰기 무색할 정도로 물가 상승이 가시화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들이 앞으로 우리가 겪게 될 변화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이다.

골드만삭스 전문가들과 워싱턴, 런던, 싱가포르의 국제 정치 전문가들이 작성한 2006년 초의 보고서에 의하면, 자원 확보 경쟁이 세계적으로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다. 국제적인 자원 확보 경쟁은 이미 제 2의 냉전 체제에 돌입했다는 견해도 있다. 또한 자원을 언제까지 캐낼 수 있는지 정확한 시기를 예측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를 심화시키는 데 일조하였다. 이러한 불확실성과 부정확성이 자원 전쟁의 심각성을 가중시킨다. 하지만 이 모호함 가운데에서도 분명한 사실은 자원이 턱없이 부족하며, 에너지 자원을 주로 제공하는 국가 중 단 하나가 사라져도 다른 어떤 국가도 그 손실을 채울 수 없다는 점이다. 

2008년 초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처음 돌파했을 때만 해도 유가 급등이 계속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투기적 수요나 달러 약세 등으로 인한 거품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고유가가 지속되자 비로소 그 원인을 근본적인 수급에서 찾기 시작했다. 세계 원유 생산은 2005년을 정점으로 2년 연속 0.36%씩 감소했다. 국제 시장에서는 수요 증가를 포함한 여러 요인들로 인해 원유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원 공급을 늘릴 수 없는 ‘공급 제약’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런 공급 둔화는 향후 자원부족현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신호이다.

이미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은 줄었고, 북해(北海)유전과 멕시코유전도 생산량이 감소했다. 자원 민족주의의 대두와 부존자원이 적은 국가들 간의 치열한 자원 확보 경쟁, 대형 유전의 노후화, 석유 탐사 및 개발 비용의 상승 등이 공급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 2000년대 초중반을 기점으로 자원의 안정적인 공급시대는 끝났다. 과거 1970년대 석유파동 당시의 석유위기가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공급 차질’ 때문이었다면, 앞으로 진행될 자원위기는 ‘공급 제약’에서 비롯될 것이라는 점이 다르다.

이처럼 에너지 자원 수요와 공급 모두가 가격 상승 원인이기 때문에 약간의 충격에도 가격이 급등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곧 투기적 수요로 이어진다. 통화팽창에 따른 세계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자원 전쟁(오일 쇼크)이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에너지 자원 고갈에서 비롯되는 세계 경제의 중요한 패턴 변화로 첫째, 세계 경제의 장기 평균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는 점, 둘째, 성장 활력이 제조업 국가 중심에서 자원보유국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심해지는 자원의 희소성, 또다른 소통의 과제

우리가 처한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이 에너지 자원의 위기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 자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가격이 오르는 만큼 우리의 실질적인 소득은 감소하게 된다. 게다가 GDP성장률과 실질 소득 역시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더욱이 한국의 산업 구조는 생산 활동에 있어 다른 나라보다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에 에너지 의존도의 비중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 경제에서 가격 경쟁력은 중요한 요인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에너지 절감과 투입 자본 대비 부가 가치의 창출 면에서도 열세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소득 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고 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은 31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0위인데, 1인당 에너지소비량은 9위를 기록하고 있고 에너지 효율도 매우 낮다.

자원 투입이 많은 소재 산업의 고부가가치화, 지식 기반 서비스 산업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의 산업 구조 전환, 녹색 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산업 구조가 지속된다면 한국은 지금보다 더 심각한 넛크래커(nut-cracker)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에너지 자원의 효율성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산업 경쟁력을 상실할 확률이 높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첫째, 정부가 자원 가격을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 저렴하게 왜곡된 가격은 자원 낭비로 이어진다. 가격을 위협의 신호로 인지한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에너지 자원 문제에 민감해지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둘째, 정부는 이 시급한 상황을 국민들에게 솔직히 알리고 ‘소통’해야 한다. 에너지 자원 전쟁의 성격은 국가와 사회 그리고 개인이 모두 참여하는 총체전(total war)의 성격을 띠고 있다. 사회와 기업, 개인 등 경제주체들은 에너지 자원의 희소성 심화라는 불가피한 현실 적응에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체 에너지 개발에 지혜와 노력을 경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끝으로, 이러한 총체전이 국가 이익이나 기업의 영리, 혹은 개인의 사적 이익을 목표로 삼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모든 노력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류와 세계의 생존이어야 한다.

인간이 소비하는 에너지, 식량, 주택 등을 만들기 위해 자원을 생산하고 폐기물을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을 토지로 환산한 ‘생태 발자국 지수(Ecological Footprint)’란 것이 있다. 선진국은 이미 지구가 감당해 낼 수 있는 제한 기준을 25% 가량 초과한 반면, 후진국에서는 극심한 빈곤과 식량난으로 인해 각종 생물의 멸종을 걱정하고 있다. 지금 지구는 선진국과 후진국 양쪽으로부터 동시에 위협을 받고 있다. 인류가 지구의 적이 되어 버린 지금, 해결책 또한 인간만이 내어 놓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안내-

<2009 연중기획 아시아 포럼 국경, 아시아, 시민사회>


아시아 포럼은 2008년부터 아시아인의 생존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초국가적 문제를 한국시민사회에 소개해 왔습니다. 이웃 아시아의 문제에 한국시민사회도 자유롭지 못한 만큼 아시아의 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지구촌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실천의 방향을 모색해 보는 자리입니다.


6회 _ 에너지 위기와 시민사회의 과제
발제 _ 전가림/ 호서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일시 _ 2009년 9월 17일(목) 오후 4시, 경희대학교 본관 2층 대회의실
문의 _ 차은하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silverway@psp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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