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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년 08월
  • 2009.08.01
  • 987




원하는 세상, 우리 마음대로 그려보자


‘서울시장 채용 공고’


윤영선 20대놀이터 ‘사회적 기업’ 기획단


“너희 때가 제일 좋은 시기야. 인생의 봄날이라고”

인생의 봄날? 글쎄. 옛날 같았으면 가진 것 없이도 그런대로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시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수천만 원쯤 대학에 바치고, 외국 물 먹고 와 영어도 좀 하고, 특출 난 재능 하나 정도 더 있어야 한다. 이 정도 갖추지 못하면 미래의 꿈은 스케치도 못해보고 연필 꺾을 판이다.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해보고 싶은데, 열 받으면 소리도 지르고 떼도 써보고 싶은데 대한민국 20대에게는 숨 트일 공간조차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지 않았던가. 암담한 현실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고, 심각한 문제도 유쾌하게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20대 놀이터 프로젝트였다. 그런 마음으로 서른 명 정도의 젊은이들이 참여연대에 모였다. 평소 정치활동에 관심이 많아서, 20대 본연의 모습을 찾고 싶어서, 등록금에 메여 사는 답답한 상황을 깨고 싶어서 등등…, 한자리에 모인 친구들의 관심과 생각은 다양했다. 하지만 20대의 현실이 좋지만은 않고, 미래 또한 희망적이지 않다는 문제의식은 대체로 비슷했다.

 
우리 말 잘 듣고, 손 좀 써줄 시장을 찾습니다

서울시장채용공고는 그런 우리에게 일종의 놀잇감이었다. 원하는 기업의 채용스타일을 매일 분석해도 면접 한 번 보기 힘든 대한민국 20대, 우리도 면접관의 입장이 되어보고 싶었다. ‘우리는 이런 시장을 원한다’면서 요구사항 내놓고, 우리 말 잘 듣고 손 좀 써줄 괜찮은 인재를 공개적으로 모집해보자는 취지였다.

놀이터 활동은 <아마추어의 반란>이라는 영상을 보는 것으로 시작됐다. 영상에서 일본의 가난한 청년 마츠모토 하지메는 “우린 다 아마추어고 가난뱅이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줘!”라며 몸부림 치고 있었다. 그는 록밴드와 함께 미친 듯 머리를 흔들고, 길바닥에 앉아 찌개를 끓여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독특한 방식으로 의사표출을 하고 있었다. 영상 속 모습들은 다소 생소하고,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저들처럼 시끄럽게는 아니더라도 우리도 무언가 해낼 수 있다는 강한 기(氣)를 전달받을 수 있었다.

본격적인 채용 공고에 앞서 교육에 들어갔다. 인재상을 찾기 위해선 서울시에 대해 알아야 하는 법. 지금 서울시장은 무슨 사업을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는지,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알 필요가 있었다. 홍기돈 현 서울시의원 보좌관으로부터 서울시의 구성과 역할 특징을 배우고 시의원의 정책생산과정 및 실제사례를 공부했다. 오후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3주년 평가토론회를 참관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비전은 경제중심주의였으며, 정책은 모두 돈으로 환원될만한 것들이라는 것이 핵심이었다. 한강 르네상스, 디자인 서울 등 화려한 이름들 속에 서민이나 청년들을 위한 정책은 보이지 않았다. 이 외에 김혜련 전 고양시 시의원으로부터 지역활동경험과 시의원 활동사례를, 오승현 동북민우회 사무국장에게 시정 감시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20대의, 20대에 의한, 20대를 위한 정책 만들기

일주일간의 교육이 끝나고 우리는 서울시장채용 준비를 시작했다. 20대가 관심 있는 아르바이트, 등록금, 주거문제 외에도 교통(자전거), 문화(축제), 정치참여의 여섯 분야로 나누어 팀을 짜고 정책제안을 준비했다.

우리들 스스로의 문제였기에 경험에서 우러나온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책구상을 시작했다. 문화팀에서는 지자체 주도의 축제 외에 20대가 문화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축제를 기획했다. 아르바이트팀은 아르바이트 환경 개선을 위한 아르바이트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아르바이트생의 권익을 보장하는 알바센터 개설을 생각해냈다.

그러나 정책수립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했던 우리는 곳곳에서 난관에 부딪히곤 했다. 정치참여팀은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한 민주주의를 고민하느라 머리를 싸맸다. 등록금팀은 등록금 문제가 주로 서울시청이 아닌 교육과학기술부의 소관이라 막상 시장에게 해결을 요구하기는 힘들다는 어려움에 봉착했다. 이 외에도 우리들은 정책의 창의성과 실현 가능성 사이에서 어디를 좇아야 할지 갈팡질팡 하고 있었다.

사흘이라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 속에서도 열 가지가 넘는 ‘신생’ 정책들이 제안됐다. ‘혹시라도 우리의 정책이 어떤 정치인에 의해 입안된다면, 그래서 걸음마를 뗄 수만 있게 된다면!’ 하는 희망으로 우리는 정책 홍보에 들어갔다.

홍보활동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시민들을 상대로 직접 선거유세를 하며 정책 자료를 돌리는 퍼포먼스는 갑작스레 쏟아 붓는 장대비에 가로막혔다. 그 대신 급작스레 생각해낸 아이디어로 퍼포먼스를 대체했다. 포스트잇을 서로 다른 모양으로 붙여 한 컷을 만들고, 그렇게 만든 여러 컷의 장면을 연결해 움직이는 효과를 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이어진 KCM쇼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취업과 아르바이트 스트레스에 일찍 늙어버린 20대 조로증 환자로 설정하고, 그의 인터뷰 영상을 편집해 마치 우리와의 토크쇼처럼 구성했다.

 영상팀에서는 감각적인 영상으로 20대에게 주어진 현실과 ‘20대의 서울시장채용’이라는 활동방향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온라인팀은 블로그를 만들어 정책 자료를 올리고 정당 요구안을 제출했으며, 언론사에 활동과정을 담은 글을 보냈다. 영상은 유튜브와 싸이월드 동영상에 올라갔고, 글은 <한겨레>신문에 투고해 지면에 실리는 성과를 얻었다.

함께 한다면,

희망은 우리 안에 있어요20대의 눈으로 제안해봤던 정책들, 홍보물들을 모아 놓고 보니 자기자랑은 아니지만 ‘참 대단한 우리들’이다. 우리의 활동이 헛되지 않았다면 단 한 사람이라도 무언가 새로운 자극을 받지 않을까? 비록 갑작스러운 빗줄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우리의 정책을 직접 설명하지 못해 아쉽지만, 우리가 공들여 만든 결과물은 나중에라도 빛을 발할 것이라고 믿는다. 혹시 또 누가 알아? 내년 서울시장선거에 어떤 후보자가 우리가 만든 정책을 그대로 들고 나올지?

「88만원 세대」를 쓴 우석훈 씨는 “20대여, 짱돌을 들고 바리케이트를 쳐라”고 했지만 ‘나 혼자만 짱돌 들면 다들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하는 무력감도 들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비슷한 이상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우리들만의 그림을 그려가면서 ‘뭔가가 되는구나! 우리도 모이면 뭔가 요구할 수 있구나!’라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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