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9년 09월 2009-09-01   1008

그 때 그 노래_신앙으로 남은 영원한 자유주이자



신앙으로 남은 영원한 자유주의자



최양현진


미국 뉴욕을 여행하던 중의 일이다. 개인적으로 존 레논을 좋아했기에 그의 부인이 아직 살고 있고 그가 최후를 맞이했던 다코다 아파트로 향했다. 아파트 앞에는 당연히 존 레논의 사진 등 각종 기념품을 파는 노점상들이 줄지어 있었고 나 역시 그 노점상에서 존 레논의 기념품을 사기위해 리어커 앞으로 갔다. 많은 리어커 중 흑인 아줌마가 장사하는 리어카에 사람들이 별로 없어 그쪽으로 갔다. 이것저것 고르다가 우연히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밥 말리라고 얘기하면서 가방에 달린 밥 말리의 배지를 보여줬더니 무척 반가워했다. 자기가 세네갈 출신이라고 자랑하면서 오바마 배지와 마이클 잭슨 배지를 공짜로 건네주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워싱턴에 있는 스미소니언박물관에 흑인의 역사를 설명한 방에는 말콤 X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함께 밥 말리가 매우 중요한 인물로 설명되고 있었다. 또한 그가 외쳤던 “아프리카로 돌아가자”는 구호는 에티오피아에서 아프리카 근대화를 위해 노력했던 하일레 셀라시에(본명 Ras Tafari)와 함께 흑인들의 가슴에 신앙으로 자리매김했다.

밥 말리는 1945년 2월 6일 레게의 본고장인 자메이카의 St. Ann에서 영국의 해군대좌였던 백인 아버지와 당시 10대였던 자메이카 태생의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밥말리가 레게음악으로 대중 앞에 서기 이전까지 자메이카는 잘 알려지지 않은 영국연방의 식민지에 불과하였다.

자메이카 수도인 킹스턴의 빈민가 트렌치 타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밥은 음악활동을 위해 14세 때 집을 나갔고, 3년 후인 1962년에 첫 번째 싱글인 `judge not`을 발표한다. 그러나 밥 말리는 당시엔 무명이었고 노래도 일반 대중음악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이 자신의 곡 “I shot the Sheriff”를 발표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와 함께 그는 자신의 내면에 있던 흑인 인권과 저항의식을 노래를 통해 표출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노래를 통해 그는 흑인들의 인권과 자유, “아프리카로 돌아가자”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기 시작한다. 또한 그의 음악은 전 세계에 레게음악 붐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당시 대중음악계는 밥 말리의 레게를 기본으로 한 음악들이 발표되기 시작하면서 정치의 변화와 음악의 변화를 동시에 가져오게 됐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활동은 그를 반대하는 세력에서 볼 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는 1976년 대규모 콘서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총격을 당해 자메이카를 떠나 잠시 망명생활을 하며 총상을 치료한 후 다시 자메이카로 돌아온다. 그리고 세계 공연사에 길이 남을 역사적 공연을 하게 된다. 1978년 4월 22일 열린 ‘One Love Peace Concert’는 음악사에 있어서 전설적인 기적을 낳게 된다. 음악을 통해 정치적으로, 이데올로기적으로 쪼개진 조국을 화합시키기 위해서였다. 지금 생각해도 도무지 불가능해 보이는 이 시도는 결국 기적을 낳았다. 단체 간의 반목으로 자메이카를 비극적인 내전 직전으로 몰고 갔던 ‘PNP’(인민국가당 People’s National Party)와 ‘JLP’(CIA지원을 받고 있던 우익 자메이카 노동당 Jamaica Labor Party)의 지도자를 자신의 무대로 불러내어 서로 화해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이것은 세계 어떤 역사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음악으로 조국인 자메이카 민중의 현실을 세계에 알리고 분열된 민족을 화합시키고자 했던, 불가능하게 보이던 한 몽상가이며 아티스트의 꿈이 현실이 된 것이다. 그가 단순한 흑인인권주의자를 뛰어넘는 평화운동가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과시한 행사였다.

그는 언제나 음악을 통해 얘기했다. “음악으로써 혁명을 일으킬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들을 깨우치고 선동하고 미래에 대해 듣게 할 수는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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