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7년 02월 2007-02-01   2113

현실 벽 넘어 지구 의제 해결하는 유엔이길

2006년 10월 선출된 반기문 유엔 총장이 최우선 과제를 유엔 개혁과 신뢰 회복에 둘 만큼 오늘날 유엔은 성패의 기로에 서있다는 경고를 받고 있으며, 유엔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다. “급진적 개혁만이 유엔의 살 길”임을 천명한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도 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하려고 하였으나 제자리걸음이다.

총장의 첫 번째 조직 개편 시도로서 군축과 핵 비확산 문제를 주관하는 군축국을 정무국 산하로 합치려는 것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반응을 보면 유엔의 변화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군축과 정무의 유기적 조율을 통해 효율적이고 강력하게 군축을 추진하기 위한 조치일 가능성이 있는데도 국제사회의 반대의견이 속출하고 있다. 전직 미국 외교관이 정무국 사무차장으로 임명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각국 정부와 시민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인 것이다.

유엔의 효율성 제고와 역할 강화를 위한 개혁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시각에 따라 우선순위가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집단안보체제 확립을 위한 안전보장이사회 확대, 총회의 역할 강화, 평화 유지 기능의 강화, 재정 문제 해결, 환경과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통합조정 기능의 강화, 사무처의 투명하고 능률적인 운영방안 마련 등이 주요 의제이다.

유엔 개혁의 걸림돌, 미국

최초의 본격적인 유엔 개혁 시도는 총회에서 1국 1표와 다수결 원칙에 대한 미국의 비판에서 시작된다. 1945년 유엔 창설 이후 60년대 중반까지 미소 간의 냉전에 의해 유엔의 역할이 제한되었다면 70년대 데탕트 시대엔 탈식민지화로 회원국이 된 제3세계 국가들이 중심이 된 소위 77그룹(G77)이 집단 투표를 함으로서 미국, 소련을 비롯한 안보리 상임이사국, 개발도상국, 선진국 간의 의견 조율이 힘든 체제가 되었다. 유엔헌장의 창안자들은 실제로 1국 1표라는 단순한 주권평등의 원칙을 따르고 있었기 때문에 유엔헌장 속에 하나의 혁명적 구조를 자신들이 만들고 있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 구조는 힘의 원리를 뒤집었기 때문에 혁명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1국 1표 원칙과 다수결에 의한 정책결정은 신생회원국들에게 자기주장을 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현재 최소 분담금을 내는 48개 국가는 유엔 예산의 0.001%를 분담하는데 비해, 미국은 22%, 일본은 18%를 분담금으로 내고 있다. 그래서 유엔 창설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바로 그 미국이 70년대 중반부터는 역설적이게도 총회에서 “다수의 횡포”를 규탄하게 된다. 이에 따라 97년 다지에 개혁이 나오게 되는데 이것은 유엔 창설 후 근본적인 제도 변경에 대한 최초의 시도였다. 이 개혁안은 총회 결의안 32/197로 다지에 위원회의 권고를 구현했지만 총회결의안의 취약성은 잘 알려진 사항이다.

이후 데 케야르 사무총장은 안보리의 투명한 운영을 통한 역할 강화를 강조하면서 안보리는 사태 악화 이전에 분쟁이 수습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안보이사회 외부에서 공식 또는 비공식 협의, 협상을 금지해야 하며 내부에서도 비공식적 토의와 협상을 유도하는 것을 반대하였다. 유엔총장의 역할을 증대시키고 유엔과 무관한 다국적평화유지군 같은 것의 역할을 감소시키면서 유엔 평화군의 작전역량을 강화시킬 것을 제안하였다. 후임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 사무총장은 새로운 유엔 개혁안인 「평화를 위한 의제」와 「발전을 위한 의제」에서 전통적으로 군사적 측면에 한정되어 왔던 안보개념은 국가와 국제안보를 위협하는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문제를 포괄하는 것으로 진화되어 왔고, 이러한 문제에는 가난, 사회적 불안, 질병, 기아, 인권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세계적 확산과 경제 및 사회 발전을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이를 위해 유엔의 역할을 강화시키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평화유지군의 확대와 유엔의 활동 강화는 부시 미국행정부의 일방주의 외교와 충돌하면서 부트로스-갈리 총장의 재신임이 좌절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멀고도 험한 안보리 개혁

유엔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코피 아난 사무총장 또한 재임기간 동안 7차례에 걸쳐 유엔개혁방안에 관한 보고서를 총회에 제출하였다. 2005년 3월에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공감하는 “보다 넓은 자유 속에서”의 개혁안에서 집단안보체제 강화, 지구적인 발전전략 수립, 모든 나라에서의 인권과 민주주의 증진, 또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한 새로운 제도적 기반 강구를 제안하였으나 총회에서 G77국가들의 반대로 무산되고 미국의 분담금 지급 금지라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아난 총장의 제안 중 최근 핵심 과제로 인식되는 안보리 확대 개편 노력은 유엔 개혁의 가능성과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안보리의 조직구조는 2차대전 직후 유엔이 탄생될 당시 세계의 지정학적 균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낙후된 조직이다. 미국, 영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등 5개국만 거부권을 지닌 상임이사국 지위를 갖고 나머지 192개 회원국은 순번제로 10개 비상임이사국 지위를 갖게 되는 폐쇄성이 문제다. 따라서 대륙별로 공평한 지역대표성을 가진 이사회를 구성하려고 하나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대륙별 상임이사국 후보로 거론되는 나라는 인도, 브라질, 나이지리아 등이고 여기에 일본과 독일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상임이사국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인도, 브라질, 나이지리아와 전통적 경쟁관계인 파키스탄, 아르헨티나,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가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역시 일본의 진출에 부정적이고, 영국과 프랑스는 독일의 상임이사국 진출에는 찬성하지만 자신들의 지위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각종 국제 합의에 큰 걸림돌인 거부권은 폐지하자는 제안이 있지만 러시아는‘유일한 강대국 표찰’을 내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안보리 이사국을 민주주의 국가로 제한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상임이사국 중 유일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발끈하고 있다. 안보리 개혁의 요체는 이사국 확대를 통한 권력분점에 있다.

5개 상임이사국을 포함, 대다수 회원국은 아난 사무총장의 이사국 확대에 동의했지만 누가 새 상임이사국이 될지, 기존 상임이사국의 지위는 어떻게 조정할지,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을 존속시킬지 등 각론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유엔 내 실무그룹이 10년 이상 안보리 개혁안을 논의했지만 이런 이유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두터운 현실정치의 벽이 불러온 유엔 무용론

이러한 상황이므로 “최소주의 유엔”, “유엔 무용론”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국제연맹의 실패를 교훈 삼아 인류역사에서 전쟁을 몰아내고 공존과 번영, 안전과 평화를 기치로 출범한 유엔은 인류역사상 가장 진보된 국제평화기구이다. 그러나 냉전기에는 미소 양극체제로 인해 유엔헌장이 표방하고 있는 집단안보의 원리를 실현시키지 못했고, 동서관계와 남북관계가 연결되어 블록 간의 대결양상을 보이면서 경제, 사회 개발을 지원하는 생산적인 기구로서 위상을 확보하지도 못하였다. 이에 따라 국가들의 정치선전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다루는 과정에서 무력함을 여실히 드러낸 유엔이 국가분쟁 해결 기구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실주의적 입장에 따라 유엔을 바라보는 시각도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유엔이 국제법과 세계질서의 중심이라고 본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약소국들에게 유엔은 국제사회의 지원과 관심을 얻을 수 있는 통로다. 그러나 미국에게 유엔은 “편리할 때 써먹는 도구”일 뿐이다. 반대로 아랍권 국가들에게 유엔은 미국의 앞잡이로 인식되고 있다.

유엔의 문제점은 대체로 조직구조의 비효율성, 강대국 중심의 안전보장이사회, 대의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총회, 미약한 사무총장의 기능과 권한, 지역 및 블록의 대립, 인권과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감시·지원 체계의 미흡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주권국가를 단위로 하는 국제질서의 토대 위에서 탄생한 태생적 한계에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으며, 유엔이 회원국의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현실주의 정치의 벽을 뛰어 넘기 위해서는 많은 난제가 있다고 하겠다.

헤리티지 보고서가 말하는 시급한 유엔 개혁과제

미국 안에도 지구적 문제 해결을 위해 유엔의 다자주의적 역할을 강조하는 입장과 미국의 국가안보와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유엔 역할 최소화와 일방주의를 지지하는 신보수주의 입장이 있다. 후자는 대표적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보고서에 잘 나타나 있다. 이들은 G77으로 대표되는 개발도상국들이 미국의 유엔 개혁 노력을 유엔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유엔 내의 영향력 증대를 통해 좀 더 많은 국제원조와 기술이전을 확보하려고 한다고 본다.

헤리티지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필요한 유엔 개혁과제는 안보리나 사무처 개혁이 아니다. 그것은 첫째, 미국의 과도한 분담금을 줄일 수 있도록 유엔의 일반예산을 분담금제도가 아닌 자발적 기금으로 충당하는 것이다. 둘째는 다수의 횡포를 막기 위해 새로 결정되는 사업에 일몰조항(일정기간이 지나면 효용성을 검토하여 효력 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조항)을 적용하는 것, 셋째는 분담금과 예산결정의 영향력간의 균형이다. 다시 말해 분담금을 많이 내는 국가가 그만큼 예산편성과 집행에 영향력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엔 일반예산은 1%도 분담하지 않는 128개 국가가 총회에서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면 그들 국가는 유엔개혁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유엔헌장에 명시되어 있는 1국 1표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국가예산 결정에 더 많은 영향력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와도 같다.

신임 유엔 사무총장에게 바란다

오늘날 국제사회가 직면한 새로운 위협들, 즉 테러리즘, 지구온난화, 대량살상무기 확산, 빈곤, 인권 침해 등은 국제기구, 국가 간의 협력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그들을 중심으로 한 초국가적인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20세기는 ‘NGO의 시대’라고 천명한 아난 전 총장은 유엔과 NGO의 협력관계 증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였다. 특히 전세계 저명인사들로 고위급 패널을 구성하여 유엔 내의 NGO담당 조직 확대와 NGO의 유엔활동 참여 폭을 넓히는 보고서가 제출되었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에서 회원국의 반대로 이러한 시도는 실현되지 못하였다. 특히 비민주주의 국가들은 NGO의 인권문제 제기에 특히 민감하였다.

그러나 환경, 빈곤, 여성, 인권, 무역 등 21세기 지구적 문제 해결은 정부만이 아니라 기업이나 NGO 등 모든 이해 당사자가 참여하는 초국가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반 총장은 주권국가 중심의 현실주의정치의 한계를 넘어서고 새로운 시대적 흐름을 받아들여 향후 유엔 개혁과 활동에 세계 시민사회의 참여를 활성화시키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보다 체계적으로 세계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할 수 있도록 우선 시민사회 특별자문위원회(가칭)를 구성하고 사무국 안에 시민사회 전담국 신설을 제안한다.

■국제기구 가입 현황

1. 유엔사무국산화 기구 (국제연합 및 산하 기구의 운영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기관)

유엔사무국 평화유지활동국(DPKO)/유엔사무국 정무국(DPA)/유엔 제네바사무소(UNOG)/유엔사무국 감사실(OIOS)/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ESCAP)/유엔서아시아 경제사회위원회(ESCWA)/유엔아프리카 경제위원회(ECA)/유엔중남미경제위원회(ECLAC)/유엔 이라크프로그램사무소(OIP)/유엔사무국 경제사회국(DESA)/유엔사무국 공보실(DPI)/유엔사무국 관리국(DM)/유엔사무국 인도적문제조정실(OCHA)/유엔 나이로비사무소(UNON)/유엔사무국 총회회의운영국(DGAACS)/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유엔유럽경제위원회(ECE)/유엔사무국 군축국(DDA)/유엔사무국 법률실(OLA)/유엔 비엔나사무소(UNOV)/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2. 유엔산하기구 (22개)

세계식량계획(WFP)/유엔환경계획(UNEP)//유엔인간정주위원회(HABITAT)/유엔마약통제계획(UNDCP)/유엔마약통제및범죄예방사무소(ODCCP)/구유고국제형사재판소(ICTY)/루완다국제형사재판소(ICTR)/유엔인구기금(UNFPA)/유엔대학(UNU)/국제공무원위원회(ICSC)/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유엔사막화방지협약사무국(UNCCD)/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유엔합동감사단(JIU)/유엔아동기금(UNICEF)/유엔개발계획(UNDP)/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사업기구(UNRWA)/기후변화에관한유엔기본협약(UNFCCC)/국제무역센터(ITC)/UN System Staff College(UNSSC)/유엔직원합동연금기금(UNJSPF)/

3. 유엔전문기구 (유엔 해당기관의 직접적인 지시나 통제를 받지 않지만 관련 협력단체로 고유의 역할 수행) (16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국제민간항공기구(ICAO)/국제통화기금(IMF)/국제노동기구(ILO)/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세계보건기구(WHO)/유엔공업개발기구(UNIDO)/국제농업개발기금(IFAD)/국제해사기구(IMO)/세계기상기구(WMO)/국제전기통신연합(ITU)/만국우편연합(UPU)/세계은행(World Bank)/

4. 유엔독립기구 (2개)

세계무역기구(WTO)/국제원자력기구(IAEA)

(괄호안은 한국의 가입가구수. 2005년 기준)

손혁상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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