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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년 12월
  • 2005.12.01
  • 909
벌써 연말이다. 사무실에서는 난로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를 두고 작은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빈 가스통을 바꾸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총무는 잔소리도 빠뜨리지 않는다. 못 쓰고 남긴 연차휴가가 며칠인지 계산도 한 번 해보고, 해 넘어가기 전에 쓸 수 있을까 잔머리도 굴려본다. 2004년 연말에도, 2003년 이 즈음에도 그랬다. 1년을 돌아보고, 발견한 희망이 있으면 써보란다. 반짝 떠오르는 글감은 없었지만, 원고 쓰는 김에 생각을 정리해본다고 덜렁 그러마 했다.

내가 대학교 1학년 때쯤 정태춘 씨가 만든 ‘아, 대한민국’이라는 노래의 가사와 같은, 가슴아프다 못해 눈물 펑펑 쏟게 만들었던 사건이 바로 얼마 전에 일어났다. 엄마가 야근하러 공장에 나간 사이 집에서 잠자고 있던 꼬맹이들이 불난 집에서 죽었다. 아이는 비닐하우스에서 상상하는 것조차 끔찍한 방법으로 명을 다했다. 연말에 일어난 이같은 참사에 기운이 쭉 빠진다.

그래도 억지라도 희망을 찾아봐야겠다. 몇 년 전부터 균열을 보인 대법관 구성에 큰 변화가 있었다. 박시환, 김지형 같은 사람들이 대법관으로 임명된 것은 2~3년 전까지는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일이 아닌가. 바위에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 역할을 했던 참여연대 실행위원들과 개혁적인 법조인들의 끈질긴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 세상은 이렇게 천천히라도 변했다.

강정구 교수 사건은 아직도 세상이 얼마나 답답한가를 보여준 일이었다. 하지만 잘됐다. 사람을 구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토론하는 계기가 되었다. 개인이 가진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국가와 사회가 얼마나 제재할 수 있는가를 사회적으로 토론하는 계기도 되었다. 억지 희망 찾기인가? 그래도 긍정적으로 보자.

비자금을 조성했지만 검찰이 봐주었던 대상그룹 명예회장 임창욱 씨나 임대소득세를 탈루하고도 뻔뻔하게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일하던 이상경 씨를 끈질기게 추적한 기자들의 폭로, 그에 이은 시민단체의 항의와 추궁, 그래서 결국 형사처벌을 받거나 재판관에서 물러나게 만든 언론과 시민단체에서 희망을 찾을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도 참여연대 회원들이 틈틈이 보내주는 작은 성원들은 희망보다 더 큰 힘이다. 얼마 전에도 어떤 회원이 배 두 상자를 사무실로 보내주었다. 똑바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시민단체 활동가인 우리에게는 일이 잘 될 것이라는 희망보다 더 효과 큰 자양강장제이다. 내년에도 많은 격려와 성원을 부탁드린다. 그만큼 내가 먼저 잘 해야겠지만.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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