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12월 2005-12-01   876

젊음을 준 참여연대

화창한 주말, 오랜만에 아차산에 올랐다. 나는 대성사 절 옆길을 좋아한다. 그곳은 아래로 워커힐 호텔이 내려다보이며, 탁 트인 전망과 말없이 흐르는 한강이 있어 좋다. 이곳의 나무들도 이제 겨울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 한 해를 마감하면서 나무들이 키워낸 잎들은 제 각각의 특성에 맞게 아름다운 색깔을 마지막으로 뽐내는 것이리라.

태풍이 몰아치고 가뭄이 닥쳐도 자연의 섭리대로 나무와 풀들은 그렇게 꽃을 피웠다. 나는 올해 키워낸 것이 없으니 거두어들일 것도 없구나 하고 자성해 본다. 그러나 희망을 버리지 않고,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다면 간절한 소망은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그 소망은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들이 발붙일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조그만 조약돌이 되고 싶다는 늘 같은 마음이다.

생각해보면 그때는 어려웠다. 아직 더 할 수 있는데 타의로 직장을 그만둔 뒤 일을 계속 해야겠다는 욕망 때문에 갈등이 심했었다. 그래서 툭하면 걸망 하나 메고 동해바다와 지리산 자락을 찾아 떠돌면서 자신을 추스르느라 꽤나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그러다 광나루에 둥지를 틀고 참선생활에 열중하던 중 선방이 있는 원서동을 돌아오다 참여연대를 만나게 되었다.

사회가 소용돌이 칠 때 광화문 거리에서 뜨거운 열기를 나누고, 발이 시렸던 추운 풍문여고 총회장에서 희망을 찾는 시간이었다. 덕성여중 운동장에서 어린아이처럼 신나는 가을운동회를 함께 하고, 강연회에서 열린 토론에 참여하고 난 뒤에는 참여연대 회원만이 누릴 수 있는 뒤풀이 자리의 시원한 맥주 한 잔. 이보다 더 즐거울 수 있었을까? 한편으론 환갑을 넘긴 나이에 참여연대 회원이라고 말하면 말없이 의아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망울의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기쁘고 행복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한 해를 돌이켜 보면서 너무 이기적이고 오만하지 않았는지 나 자신을 돌아본다. 나눔과 봉사를 즐기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참된 나를 찾고 싶다.

산사에서 가부좌를 하고 이런 상념에 잠겨 있다보니 시간이 꽤 흘렀나 보다. 은은한 풍경소리에 눈을 돌려 내려다본 한강에는 어느새 붉은 낙조가 나를 유혹한다. 서둘러 산을 내려가 두부 김치에 막걸리 한 잔 하면서 내년에도 첫 마음으로 회원들과 함께 하리라 다짐한다.

김영정 참여연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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