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12월 2005-12-01   1132

공동육아의 문턱을 낮추자

“함께 크는 아이들, 더불어 성장하는 어른들 ” 공동육아를 말할 때, 가장 먼저 입에 올리는 말이다. 공동육아는 아이를 함께 키우는 일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어른도 성장하는 일이다. 결국은 우리 삶의 형식을 공동체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일이다. 그래서 공동육아는 보육시설이기도 하고, 공동체이기도 하다. 아이를 보내는 곳이기도 하지만, 더 크게는 부모, 교사, 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공동체이고, 교육공동체이다. 무엇을 지향하는 공동체인가.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회, 자연과 사회의 건강한 관계 맺기를 지향하는 공동체이다.

부모, 교사, 아이가 모두 주인인 공동체

1978년과 1994년, 이 두 해는 공동육아의 출발을 이야기할 때 꼭 등장한다. 앞은 해송어린이걱정모임이 만들어진 해이고, 뒤는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으로는 처음으로 서울 신촌 우리어린이집이 문을 연 해이다. 이제 공동육아가 앞의 해로부터 치면 25년을 넘어섰고, 뒤의 해로부터 치면 10년을 넘어섰다. 해송의 정신과 실천이 우리어린이집의 바탕이 되었으므로 공동육아의 출발을 이야기하자면 해송부터 꼽는 것이 당연하나, 사회적으로는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이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실제로 우리어린이집의 개원이 공동육아의 본격적인 출발이기도 하다. 2005년 현재 공동육아는 (사)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을 중심으로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 60곳, 공동육아 방과후 현장 12곳, 지역공동체 꿈나무학교 5곳, 대안초등학교 1곳으로 확대되었다. 공동육아를 함께 하는 부모, 교사, 아이들의 수도 4,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공동육아의 지난 10년 간의 성과는 분명하다. 먼저 부모가 설립과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부모참여의 모델을 만들었다. 최근 일반 교육 및 보육현장에서 운영위원회 설치와 운영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공동육아에서의 부모참여는 매우 선진적이었다고 자부한다. 또한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생산하는 교사들을 성장시켰다. 공동육아의 교사들은 주어진 교육 및 보육과정에 따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상황과 공간이나 계절에 맞게 스스로 교육과정과 내용을 구성하고 적용한다. 말 그대로 교육의 주체인 것이다. 또한 어른 되려고 준비하느라(더 정확히 말하면 입시를 준비하느라) 유아기부터 이리저리 치이는 아이들이 아니라, 자기 나이에 맞는 놀이와 생활을 누리는 행복한 아이들이 있다. 공동육아는 부모, 교사, 아이들 모두를 좁게는 보육시설의 주체로, 넓게는 사회적 육아의 주체로 살려낸 것이다. 또한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의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은 바람직한 비영리보육모델로서 의미가 자못 크다. 이는 개정영유아보육법에서 부모협동보육시설이라는 설치주체의 하나로 인정받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많은 출자금, 문턱 높은 ‘그들만의 공동체’

지난 10년이 공동육아 내부 구성원들 사이의 공감과 결속을 공고히 하는 시기였다면 앞으로 10년은 공동육아에 대한 사회적 동의를 얻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 공동육아 구성원들의 생각이다.

‘공동육아는 좋은데,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는 말은 밖으로부터 공동육아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특히 공동육아는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므로 출자금이 있는데, 이 출자금이 공동육아로의 진입을 가로막는 높은 문턱이 되어버렸다. 공동육아의 출자금은 국공립 어린이집이 아닌 상황에서, 일반 민간 보육시설처럼 원장 혼자서 공간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출자해 보육공간을 마련한다는 의미였다. 부모들이 공동설립자로서 감당하는 비용인 셈이다. 또한 조합이라는 형태는 작은 힘을 모아 공동체를 꾸려내는 데 적합한 방식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10년 간 부동산 폭등으로 인해 출자금은 처음의 예상과는 달리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공동육아가 중산층 이상의 부모만을 대상으로 하는 계층이익집단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타났다. 열린 공동체를 지향하고 실천한다고 자부하는 공동육아가 오히려 ‘그들만의 공동체’나 ‘당신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사실, 공동육아의 실제 문턱은 출자금이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분명한 지향인데도 말이다. 그러나 출자금이 공동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사회와 함께 하는 공동육아를 향해

공동육아 안에서의 노력 중 가장 적극적인 형태는 공적기금 마련이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나 방과후에서 아이를 키우고 졸업시키는 부모들이 출자금의 일부를 기부하는 것이다. 이 공적 기금은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운영비용이나 소모비용으로 쓸 수 없으며, 말 그대로 공동육아어린이집이 지역의 공적인 보육시설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공적기금으로서 축적하는 것이다. 이 기금이 몇 년간 쌓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공동육아의 출자금이 없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공동육아의 출자금은 거의 대부분 공간 매입이나 임대비용이므로 이 비용이 마련되면 출자금이라는 문턱을 상당히 낮추거나 없앨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나 방과후의 반 정도가 이미 이 공적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 계속 확대될 예정이다.

공동육아의 문턱을 낮춘다는 것은 공동육아의 공공성 제고로 이어진다. 공동육아 부모와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공동육아 저소득기금을 내서 해마다 2,000여 만 원을 모으고 있는 것이나, 공동육아 출자 형태를 금전뿐만 아니라 교육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은 모두 공동육아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이다.

공동육아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는 공동육아 밖의 지원도 절실하다. 공동육아 운영체계나 교육 성과를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일은 공동육아 내부의 힘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이는 정부의 몫이기도 할 것이다. 공동육아를 정부정책으로 확대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공동육아의 교육내용과 운영체계 중 좋은 것들은 일반 보육현장에 반영해달라는 것이다. 민간에 심하게 의존적인 우리나라 보육 상황에서, 자발적인 민간의 공동육아가 거둔 성과를 살려내어 쓰는 것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비영리보육법인도 그 한 예이다. 비영리보육법인은 민간 보육 시설 중 법인화 의지가 있는 곳에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이다.

“사회와 함께 하는 공동육아” 공동육아의 올해 사업 목표이자 공동육아가 출발할 때 품었던 마음이다.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시작할 때 품었던 뜨거운 문제의식을 현재의 상황에서 꾸준히 실천으로 풀어낸다는 것이리라.

황윤옥 (사)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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