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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년 10월
  • 200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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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 이래 최대’ 개발 프로젝트의 끝없는 행진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 환경운동단체들은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인한 거품이 누적되어 우리 경제가 이런 결과를 맞이한 것이라 여겨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한 감시운동을 집중적으로 벌였다. 당시에 제일 큰 규모의 개발사업은 경부고속철도 건설 사업이었고, 이를 가리켜 ‘단군 이래 최대 개발 프로젝트’불렀다. 그런데 비용으로만 보면 경부고속철도 사업도 이젠 고만고만한 사업이 되고 말았다. 해남·영암 기업도시, 행정중심복합도시 등 거대 사업들이 잇달아 탄생하면서 ‘단군 이래 최대 개발 프로젝트’이라는 명패는 계속 자리가 바뀌고 있다.

건설산업과 정부가 만나 ‘개발동맹’

1960년대,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은 한국전쟁 후 국민들의 강한 개발열망에 편승해 개발동맹의 싹을 만들었다. 70년대에는 “경부고속도로, 공업단지, 댐 건설 등의 대형 국책사업을 통해 국가가 주도하는 개발동맹이 본격화”(최지훈, 환경과 생명 2003)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는 정부가 앞장서서 민간기업에게 대규모 개발사업을 통한 이익을 보장해주면서 그들의 건설 역량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개발동맹을 체계화했다. 80년대 이후는 일정한 역량을 갖춘 민간기업들과 정부가 강력한 개발동맹 체제를 형성하여 각종 개발사업을 신속하고 용이하게 추진하기 위한 ‘개발특별법’들을 양산하고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벌이면서 본격적인 개발동맹의 시대를 열었다.

역대 정권마다 구린내를 풍겨온 건설 비리

80년대까지만 해도 독재권력의 강력한 국가 장악력 때문에 개발동맹의 부패·비리는 제대로 파헤쳐지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80년대 말부터 개발동맹의 마각이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80년대 부동산으로 희대의 사기극을 펼쳤던 이철희·장영자 사건은 노태우 정권의 근간을 흔들었다. 한보 비리, 수서 비리, 분당 백궁·정자 비리 등은 90년대의 대표적인 건설 비리 사건들이다. 김영삼 정부는 물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동시에 발전”시키겠다던 김대중 정부에서도 부패·비리는 여전했다.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비리 혐의로 구속되고, 대규모 개발사업에서 정치인들과 경제인들이 정경유착 비리로 검찰에 줄줄이 소환되는 진기한 풍경이 펼쳐졌다.

참여정부에서도 행담도 사건, 러시아 유전 사건, 서울시의 청계천 비리 사건 등이 불거져 나온 것은 물론이고 경제부총리, 주미대사 등 핵심 관료 및 정치인들도 부동산 비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이렇듯 각종 개발사업을 많이 만들어내는 정권일수록, 시민사회의 역량이 높아질수록 개발동맹의 부패·비리는 더 크게 드러났다.

개발동맹은 어떻게 작동되나

우리나라의 개발동맹은 “경제성장을 위한 각종 개발사업에 동원된 세력과 개발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결합된 집단을 동시에 포함하는 개념”(최지훈, 환경과 생명 2003)으로 볼 수 있다.

이 속에서 정치권은 다양한 개발정책, 제도, 프로젝트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각종 개발촉진법은 물론이고, 개발제한구역을 손쉽게 해제해서 택지로 개발할 수 있는 국민임대주택특별법을 만들었고, 기업에게 토지 수용권을 주고 막대한 개발이익을 보장하는 기업도시특별법, 경제자유구역법,지역특화·특구법, 접경지역지원법 등 권위적인 개발제도가 만들어졌다. 또 국토종합계획, 수자원장기종합계획, 댐건설장기계획, 주택건설종합계획, 도로정비기본계획 등 행정 관료들과 국책연구기관이 생산해내는 각종 계획들 안에는 어마어마한 개발사업들이 담겨져 있어 개발사업에 큰 명분을 마련해 준다. 이 과정에서 이론적 배경을 제공하면서 기생하는 전문가들의 역할도 상당히 크다. 언론마저 한 배를 타서 개발동맹의 프로젝트에 대한 정당성을 설파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각종 제도는 제도 자체로서 개발사업의 명분을 제공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소위 민자사업법처럼 민간개발업자에게 상당한 이익이 돌아가는 것을 공식적이고 안정적으로 보장해주고 있다. 민자사업을 하는 민간개발업자에게 당초계획 대비 일정한 수익률이 나오지 않으면 국가가 국민의 세금으로 이윤을 보장해주는 ‘절대 망하지 않는 안전한 고수익 사업’인 것이다.

대부분 재벌기업인 민간개발업자도 가만히 앉아있지는 않는다. 이들은 정치인에게는 거액의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관료들에게는 은퇴 후 고위직을 주어 안전한 노후를 제공한다. 또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선거를 통해 공개적으로 대규모 개발사업을 공약으로 내건다. 경제개발 이데올로기에 오랫동안 길들여진 국민들에게 끝없이 개발과 성장의 ‘신화’를 주입하면서 개발동맹의 동력을 재생산하는 역할마저 그들의 몫인 것이다.

경제성장 제일주의 극복할 때에야 개발동맹 무너질 것

한국 사회에서 ‘경제성장이 만능’이라는 명제는 아무도 의심할 수 없는, 확고 불변한 진리가 되었다. 무한경쟁시대에 경제성장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거나 삶의 질을 높여주지 못한 것이 엄연한 사실임에도 현실의 반응은 그렇다. 각종 선거 여론조사에서 단 한번도 ‘경제성장’이 1위를 내준 적이 없다. 80년대 말 초고속 성장을 할 때도 그랬고, 지금처럼 저성장 국면일 때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경제성장이 제일이라는 것이다.

이데올로기는 콤플렉스를 낳는다. 반공이데올로기는 자본주의 질서를 강화시켰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레드 콤플렉스를 탄생시켰다. 마찬가지로 성장만능 이데올로기는 GNP(혹은 경제성장률) 콤플렉스를 우리의 의식 속에 심어 넣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경제성장률 0%는 때로는 선악의 경계가 되기도 한다.

GNP 콤플렉스는 상징조작으로 구체화된다. 콤플렉스가 토대라면 상징조작은 상부구조다. 경제성장은 일자리를 늘리고 삶의 질을 높여 우리 모두를 행복의 나라로 인도할 것이라는 상징조작은 오랜 시간동안 강력한 힘을 가져왔고, 개발동맹 유지·발전의 원천이 되었다.

경제성장 이데올로기에 의한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라는 상징조작을 뛰어 넘어설 수 있을 때, 개발동맹의 온갖 부패·비리는 소멸되기 시작할 것이다.
오성규 환경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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