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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년 10월
  • 2005.10.01
  • 592
주민소환제 입법운동의 의의와 전망
<사례 1> 시장 부인이 공무원 인사와 관련하여 뇌물을 받고 유죄가 확정되었다. 그러나 시장은 ‘모르는 일’이었으므로 직무를 계속 ‘성실히’수행한다.

<사례 2> 지방자치단체장이 주민 절대 다수가 반대하는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을 지역 발전을 위한 소신에서 ‘나 홀로 고뇌에 찬 결단’끝에 중앙정부에 유치 신청을 냈다. 90%가 넘는 ‘무지몽매’한 주민들이 ‘외부 불순세력의 선동’에 현혹되어 반대를 일삼기에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8,000여 명의 전투경찰을 상주시켜 7만의 주민을 상시 감시하는 경찰 계엄을 감행하고 주동자들은 폭력적으로 진압, 구속시켰다. (전투경찰이 먹은 밥값만 100억 원이 넘게 나왔다.) 방폐장이 유치되면 3,000억 원의 지역발전기금이 지원되므로 유치에 찬성하는 ‘선량한’ 주민이 늘어나도록 주민 이간질을 계속하는 등 ‘성실히’ 군정에 매진하고 있다.

<사례 3> 과반수가 넘는 시의원들이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자리를 나눠먹는 담합을 마치고 성공적인 하반기 원 구성을 축하하기 위해 유흥업소에 행차, 마지막 순서로 집단 성매매를 감행했다. 지방신문에 이 사실이 보도되고 사실로 확인되었으나 사과하고 반성하는 의원은 한 사람도 없고 윤리위원회를 열어 징계하라는 시민단체의 요구에도 의원들은 묵묵부답이다. 오히려 ‘아랫도리’에 관련된 이야기는 그만 하자고 한다.

<사례 4> 70%에 이르는 주민들이 도박중독자가 양산되고 지역자금이 밖으로 유출될 것이라는 이유로 경륜장 건설을 반대한다. 그러나 시장은 ‘건전 레저문화’를 장려하여 세수를 늘리고 건설경기를 살리기 위해 경륜장 건설을 계속 추진한다. 시의회 또한 만장일치로 이를 찬성하고 나섰다.

<사례 5> 1m에 1억 원 씩 총 2조 원을 들여 지하철을 건설했다. 그런데 이 지하철의 수송분담률은 버스 노선 2~3개에 해당하는 2.4%가 고작이다. 게다가 매년 300억 원에서 500억 원의 적자까지 보게 되었다. 이에 대해 건설비는 지하철의 1/20 밖에 들지 않고 적자도 나지 않는 대체 교통수단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시의회는 이를 외면하고 건설비와 재정 적자가 지하철과 유사한 규모로 예상되는 경전철을 만장일치로 추진하고 있다.

<사례 6> 시군 통합을 위해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하는데 군의원들이 의원정수의 감축을 염려해 주민투표에 대한 의사일정을 의도적으로 회피함으로써 주민투표가 무산되었다.

주민이 직접 책임을 묻는 제도

이런 불량 지방정치인들을 임기 중이라도 해임시키기 위해 시민단체들이 주민소환제 입법에 나섰다. 전국 327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8월 24일 서울 배재학술지원센터에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주민소환제입법운동본부를 결성한 것이다. 주민소환제입법운동본부는 선언문을 통해 “전횡과 부패로 민심을 잃은 선출직 공직자를 임기 도중에 해임할 수 있어야 국민주권을 올바로 세울 수 있다”며 “단체장 전횡 견제, 부패 예방, 국민주권 실현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주민소환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 선거를 노리고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거나, 현안을 핑계로 세금을 물 쓰듯 낭비해도 이를 책임지는 단체장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단체장에게는 임기 4년을 보장해 줄 이유가 없다. 금품수수 등의 혐의로 단체장이 사법 처리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법망을 피해 나가는 단체장도 적지 않다. 책임행정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단체장의 비리나 정책 실패에 대해 사법처리 여부와 관계없이 정치적으로 책임을 직접 묻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그것이 바로 주민소환제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 전에 이 법이 제정되지 않는다면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지방공직자에게는 주민소환제를 적용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 주민소환제 도입은 사실상 5년 뒤에나 가능해진다. 이를 막기 위해 시민단체들이 나섰다. 비리·무능 단체장을 주민 투표를 통해 물러나게 하는 주민소환제를 반드시 이번 정기국회에서 입법하기 위해서다.

주민소환제 입법운동본부는 지방자치단체장은 유권자의 8~12%, 지방의원은 유권자 10%의 서명을 받아 소환투표를 청구하고, 발의일로부터 60일 안에 투표를 실시해 유권자 1/3의 참여와 투표자 과반수 찬성으로 소환을 결정하는 내용의 주민소환법안도 내놓았다. 특이한 것은 유권자들이 의회 전체를 해산할 수 있는 의회 해산권을 갖게 한 점이다. 이 제도는 일본이 도입한 것으로서, 의회 전체가 유권자들의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파행으로 치달을 때 주민들이 결단하여 의회를 해산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이다. 입법운동본부는 올 정기국회에서 주민소환법이 제정되도록 ‘시민토론회·사이버 국민청원·정당 간담회·국회 공청회·국회의원 설득과 서명 받기’ 지방의원 지지선언 이끌어내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입법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시민사회의 힘으로 주민소환제 입법을!

지난 총선에서 주요 정당 모두가 주민소환제의 도입을 공약한 만큼 도입이 미뤄질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국회와 행정자치부는 주민소환제의 입법에 적극적이지 않다. 정부 법안이 나오지 않았고, 당론으로 주민소환제 입법안을 발의한 정당도 없다. 주민소환제는 지방정치인들을 소환할 수 있는 제도이지만 주민소환제가 도입된다면 국회의원을 소환하는 국민소환에 대한 입법 압력이 덩달아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행자부로서는 주민소환제의 도입에 앞장섰다 지방으로부터 분권 요구가 더 거세어질 것을 꺼릴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므로 주민소환제의 입법은 시민사회가 힘을 합해 강력히 요구할 때 가능할 것이다. 지방분권특별법 제14조 제1항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주민투표제도·주민소환제도·주민소송제도의 도입방안을 강구하는 등 주민직접참여제도를 강화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별도의 운동이 벌어지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이미 사회적 합의가 되어 있는 주민소환제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지난해 7월 광주에서 시민 1만8,915명이 발의한 주민소환조례를 제정, 공포했지만 상위법에 근거가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폐기되었다. 주민소환제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주민소환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뽑을 권리가 있다면 해임할 권리도 우리는 가져야 한다.
김제선 주민소환제입법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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