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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참여사회    since 1995

  • 2004년 12월
  • 2004.12.01
  • 917
imon@pspd.org
■ 사회자 : 김성희 참여사회 편집위원, 모심과 살림연구소 연구원

■ 토론자 : 하승창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

채리미영 여성단체연합 정책부장

조승수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 정 리 : 최인숙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간사 imon@pspd.org

사회자 김성희(이하 사회자) 어느덧 한 해를 정리하는 시점입니다. ‘다사다난’이란 말이 관용적으로 사용되곤 하는데, 실제로 2004년은 기존의 분석틀을 적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러 가지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대통령 탄핵사건 이후 4.15총선, 민주노동당이 원내정당화, 수도이전 공방과 과거와 다를 바 국회공전으로 국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실망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시민사회운동 역시 국민의 정서를 잘 대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덜한 것도 사실입니다.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 우리 사회에서 가장 바쁘게 활동하는 분들이 모였는데요. 올 한해를 시민사회 돌아보고 새로운 전망도 내다보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새로운 시민사회 의제 등장

이태호(이하 이) 2004년은 총선과 탄핵정국으로 시작됐죠. 탄핵정국은, 대다수 국민들은 국민 참정권과 민주적 권리에 대한 일부 세력들의 조직적인 반발,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생각했던 거죠. 아울러서 의회권력들 내부에서 정치적 공방 과정에서 생겨난 쟁점이었다는 면에서 매우 정치적인 성격도 같이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탄핵철회운동에서 결과적으로 국민이 승리하고 민주주의도 승리했는지 모르지만 그 뒤 많은 정치적 논쟁을 낳았다고 봅니다. 한마디로, 특히 노무현 정부수립 이후에 계속되는 것인데 일반적인 개혁이나 민주주의적 과제를 정치 공학적 문제와 연관시키는 것, 또 그 논쟁들이 왜곡되는 점에서, 중요한 시민사회운동의 숙제로 남게 됐다고 봅니다.

두 번째는 2000년 성공적으로 진행됐던 낙선운동이 2004년에도 진행됐다는 것이죠. 이는 차떼기사건 등 정치권 부패에 대한 대응으로 시민운동이 선택한 것이지만, 과거와 같은 집중력은 가지기 힘들었고 당선운동을 둘러싼 논쟁 등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이번 총선은 사민사회대 정치사회라는 예전의 정치구도만이 아닌 민주노동당 원내진출이라는 새로운 정치질서 재편과 함께 진행됐고 이는 국회 내의 보수독점구도를 깨고 정책경쟁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교두보가 형성됐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총선 이후 탄핵정국의 덕을 본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시민사회가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과제가 떠올랐는데,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관계설정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우선 그 중요한 책임은 원내 다수의석을 점한 열린우리당이 일관된 개혁노선을 견지하거나 당내에서 확고한 정책적 비전을 마련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국가보안법, 과거사문제에는 비교적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사회경제적인 문제, 노조와의 관계, 비정규직 문제에서는 상당히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민주노동당은 당 내부의 이견 조율이나 원내의 역할에서도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면서 뚜렷한 활동의 전형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승창(이하 하) 먼저 90년대 시민운동의 주된 의제는 아니었던 양심적병역거부, 장애인이동권문제, 또 새롭게 강의석군에 의해 제기됐던 학교 내 종교선택권투쟁과 같이 평화나 인권, 젠더(Gender), 생태 등이 본격적인 사회적 의제로 등장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이들은 물론 정치적.사회적 영향력이 여전히 지속되는 시민운동이라고 하는 백그라운드 속에서 같이 성장한 거죠. 그리고 기존에는 시민단체들이 주로 운동의 매개체 역할을 했다면 최근에는 인터넷에서 대중적 논쟁이 전개된 경우들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또 한 가지, 이런 변화와 맞물려서 시민운동의 다기한 흐름의 양상을 보여준 한 해가 아닌가 생각해요. 4.15총선의 경우 참여연대가 중심이 돼 진행한 낙선운동이 있었고, 환경단체들의 ‘초록국회’만들기, 직접 여성후보를 선정한 여성단체들, 그리고 물갈이연대 등 2000년에 비해 다양한 흐름이 있었습니다. 이렇듯 2004년은 시민운동이 1990년대의 시민운동이 성장지점에서 다음 단계로 옮겨가는 그런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채리미영(이하 채) 여성단체에서 일하는 저로서는 네트워크로 같이 활동했던 ‘맑은정치네트워크’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여성 100인 보내기 프로젝트’를 만들어 후보를 발굴하고, 어쨌든 5.9% 밖에 안 되던 여성국회의원이 39명이나 국회에 들어갔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큰 사건이지요. 그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긍정적인 성과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하반기들어 성매매방지법에 ‘올인’하면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역풍이 불어왔죠. 저는 요즘에 어떤 생각 많이 하냐면요. 진보라는 게 뭘까. 특히 여성운동은 늘 진보라고 생각하지만 진보안에서도 여성문제는 소외받는 경우가 많고, (성매매방지법과 관련해서)시민연대 따로 꾸려 많은 단체들이 함께 힘을 실어주긴 하지만 외로운 투쟁을 진행하고 있어요. 한해 평가를 한다고 해서 왔지만 평가를 할 시기라기보다는 지금이 한창 피크거든요. 내년 10주년을 맞은 북경여성대회를 앞두고 지금 한창 내부에서 여성운동 10년 평가 진행을 하고 있어요. 여성운동은 향후 어떻게 갈 것인가, 굉장히 ‘빡세게’ 토론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남성과 함께 할 것인가 이런 것부터 시작해서 (운동에 대한) ‘역풍’ 얘기를 굉장히 많이 했거든요. 이를 테면 심사 영역이 확대되고 이슈가 다양화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지만, 역풍의 우려가 작년부터 있었고, 올해 탄핵 사건 터지고 나서 ‘이봐, 이게 역풍이지’ 싶었거든요. 그런데 성매매 방지법 관련해서 역풍이 너무 심해요. 이를테면 조선일보가 ‘성노동자’ 이러면서 계속 기사를 그런 식으로 내고, 언제부터 노동자 관심 가졌다구,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죠….

정치지향에 따른 감시운동 변화 필요

사회자 사회적 환경이 변화하면서 시민운동도 역할조정이나 위상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이 원내정당이 돼 개혁과제현실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기대에 비해 미흡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조승수 의원께서 국회에 처음 들어가서 많은 경험을 하셨을 텐데요. 정치개혁과 연관해서 말씀을 해주시지요.

조승수(이하 조) 한마디로 날마다 새롭습니다. 6개월 가량, 국회에 들어가 느낀 것은 우리사회의 정치권력, 지배 권력의 의사.정책결정 구조가 상당히 허술하다는 것입니다. 너무 두려움 없이 법과 제도, 정책들을 쏟아내고 결정하고, 이렇게 법이 만들어지고 국민들에게 받아들이라고 강제하는 과정이 존재한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탄핵이나 총선 그리고 수도이전 문제, 총리발언과 관련된 17대 국회의 파행과 공전은 해방 이후 분단 상황이 지속되면서 친일과 우익으로 대표되던 보수수구세력으로부터 그 개혁을 전면에 내세우는 자유주의 세력으로 정치세력이 교체되는 큰 흐름 속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사건들이라고 보고요. 자유주의 개혁세력이 형식적으로는 대통령과 의회권력의 다수를 점하고 있지만, 우리사회에서 수십 년 동안 뿌리박혀있던 보수 세력의 구조적인 부분까지 전면적으로 변화시키기에는 더욱 갈등이 불거질 것이고, 다음 국회 임기를 지내야 어느 정도 정리가 될 거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시민운동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겠죠. (시민운동은)충분히 영향력과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8.90년대 이후 계속 지속되어온 우리사회 민주화운동의 축적된 성과이기도 하고 아직도 시민사회를 능가할만한 사회적.정치적 도덕적 권위를 가진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하고요.

민주노동당의 경우 시민사회의 개혁과제를 전면적으로 자기과제로 삼는 정당이 제도권에 들어갔습니다. 지금까지 시민사회운동이 과도하게 정치영역으로 집중해, 모든 문제를 정치화하는 부분이 있었다면, 현재의 시민사회운동은 일정부분 변화를 요구 받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정치개혁이 총선을 관통하며 상당히 중요한 과제로 부각 됐지만 탄핵국면을 거치며 17대 국회가 열린우리당 과반, 민주노동당 플러스로 구성 되니까, 그동안 정치개혁을 중요사안으로 추진해온 시민사회부분에서는 전략적 긴장감을 멈춰버린 측면이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야합과 절충을 하면서 정치권이 더 흐려지지 않도록 다시 (정치개혁을 위한)계기를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시민사회의 입장에서 보면, 과거에 시민사회가 해오던 역할이 여러 가지 주제로 확장됐다고 볼 수 있죠. 시민운동과 친근한 정치세력이 의회 내에 생겼다는 점, 시민스스로가 인터넷을 통해 자발적으로 문제제기함으로써 시민 한 명 그 자체로 시민운동이 되는 시대가 열렸다는 점. 말하자면 시민사회운동의 영역이나 주체들이 확장되고 다원화 됐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 막 시작되는 변화들이라는 점이기 때문에 각각의 관계들이 항상 매끄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시민운동이 성장했고 진보정당이 있다 하더라도 의회 내에서 형성되고 있는 정책과제는 체계적으로 다루기엔 굉장히 방대한 주제들입니다. 그런 면에서 시민단체와 진보정당의 협력이 가질 수 있는 객관적인 역량의 제한이 있을 수 있죠. 예를 들면 올해 국방영역 개혁과제가 많아졌습니다. 외교안보분야의 변화들이 국내정치나 시민운동에 미칠 영향들은 압도적으로 증가하는데 민주노동당은 명함도 못 내고 있죠. 그렇지만 분명히 민주노동당이 개입함으로써 국회의 잘못된 관행과 문화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혁명적이라고 보고, 앞으로 국회개혁의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국회가 원내교섭단체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정략적 구조에 대해 견제력을 가지기는 쉽지 않은 거죠.

물론 주관적인 평가입니다만 민주노동당이 가지는 의미 두가지 정도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가지는 의회 10석이 제도적으로 보면 입법발의의 최소 요건이 되는 절묘한 숫자라는 겁니다. 정치적으로 민감하지 않는 사안도 타당의원들에게 법안발의 서명 받는 게 굉장히 힘들거든요. 또 한 가지는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민주노동당 지지율이 15%~18%가 나옵니다. 적은 지지율이 아니지만 저는 냉정하게 그들 모두를 완전한 우리 세력으로 보지 않습니다. 우리가 잘해서라기보다는 열린우리당 개혁의지가 지지부진하고 한나라당의 구태, 양당이 보여주는 실망감에 대한 반사 이익 측면이 크기 때문이죠.

정치지형변화 측면에서 민주노동당의 진출과 시민운동을 얘기하자면, 같은 근거와 정체성에 기초하되 출신 지역만 달랐던 90년대 정당들에 비해 분명한 가치지향의 차이가 있는 정당이 의회에 진출했기 때문에 시민운동은 기존의 정당감시방식이 아닌 다른 위치에서의 역할이 요구된다고 봅니다. 또 그것이 시민운동의 변화로 이어질 거고요.

이미 사회 전체적으로 보수적인 시민단체가 등장하는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나타나고 있어요. 시민운동이 포지션을 어떻게 세우고 갈 거냐는 물론 단체마다 성격에 따라 차이는 있겠죠. 민주노동당도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 내거나 동시에 가치지향에 따른 정책수립가능의 문제는 계속해서 실험상태에 놓여질 거라 생각합니다.

시민운동문화 바꾼 인터넷의 ‘자발성’

사회자 시민운동이 예전과는 다른 다양한 흐름으로 진행될 거라는 이야기 같은데요. 구체적으로 논의해보도록 하죠.

인터넷이 시민사회에 가져온 변화가 큰데, 단지 매체로서 인터넷이 가진 영향력이 그냥 시민사회를 활성화시키고 과거 운동보다 다른 방식의 도구와 수단으로서 뿐 아니라 인터넷 그 자체가 우리사회 민주화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봅니다. 우리가 80-90년대 사회민주화를 위해 거리로 나가 투쟁하던 것과는 달리 개인의 정치적 인권탄압이나 소비자문제 등 이제는 한사람이 만인을 향해 문제제기하는 역할을 인터넷이 하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 그 자체가 가져다준 우리사회의 정치.사회적 변화가 대단하다는 느낌입니다.

인터넷은 2002년 대선 전후 우리사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사모나 민노당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의 민지회 같은 정치적 서포터즈그룹이 많이 생겨났죠. 이것은 시민운동도 아니고 정당도 아닌 굉장히 독특한 형태의 정치적 결사체지만 분명 정치문화를 발전시키는데 아주 혁명적이라 할 수 있는 장점을 발휘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에 들어와서는 정치적 서포터즈 그룹들이 정치적 주체의 결정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하는 기제로 사용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파병운동의 예를 들면 이른바 노무현을 지지했던 많은 개혁적 서포터즈들이 사실은 노무현 정부를 지지, 엄호해야한다는 입장 때문에 자신들의 평소신념, 주장과는 전혀 다르게 사후적으로 정당화를 진행하는 부작용을 보였죠. 다르게 생각하면 한국정치문화의 발전과정에서 빚어진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는 정치적 서포터즈까지 포함하는 전체 시민사회운동이 넘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시민운동에서 인터넷의 중요성을 처음 생각해보게 만든 것은 2000년 총선연대라고 봅니다. 당시 한 달 동안 방문건수가 100만이 넘었잖아요. 인터넷 사용가능자는 한번씩은 가본 셈이 되죠. 그리고 그 전부터 시작됐지만 미선효순양 추모촛불시위가 있었고, 대선유권자연대와 노사모를 비교한다면 대선 공간에서 대선의 결정적 변수인 특정정치인에 대한 정치적 지지라는 것을 매개로 움직이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차이가 있어서인지, 긴장감이나 역동성의 차이가 컸지요. 2003년 지나 올해까지 계속되면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게 오태양 씨 양심적병역거부운동, 강의석 군의 학교내 종교선택권, 지율스님의 천성산살리기운동 등 개인이 활동했지만 전사회적 의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이와 같이 2000년 이전과 이후 시민운동문화를 확연히 구분하는 기준에 인터넷의 ‘자발성’이 있는 거죠. 어느 특정개인이 제기한 이슈가 전사회적 이슈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터넷이 현실화 시킨 점, 이를 시민운동에서 어떻게 수용해서 변화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점에서 시민운동은 분명 전과는 다른 위치에 서 있다는 것이죠.

여성은 좀 특수한 경우인데요. 온라인에서 시민운동은 정책과제 캠페인에 관한 여론이 수용되는 편이죠. 그런데 ‘여성’이라는 이름만 들어가면 사이버 테러에 가까운 비난이 쏟아집니다. 예전에 ‘군가산점’ 폐지로 인해 형성된 남성세력들이 여성단체에서 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 군가산제와 연결시켜버리죠. 저희들도 사이버 전략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어떻게 주도면밀하게 활용할 것인가를 논의하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르죠. 사이버 토론방을 만들지 말까도 고민하게 되더라구요. 여성의 안전한 글쓰기 자체가 보장되지 않는 측면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인터넷으로 인해 변화된 사회 환경에 대해 공감하고요, 전략적으로 결합해 사이버 공간내 여성운동영역을 어떻게 확장시킬 것인가는 여성단체들에게도 주요과제이기도 하죠.

저는 그 점을 나쁘다고 보진 않습니다. 우리사회에 여러 가지 갈등쟁점과 다양한 세력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정치를 포함해서 갈등의 합리적 해결구조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수세력들이 의도적으로 왜곡된 방식으로 공론의 장에 들어오는 것 자체도 장기적으로 보면 합리적인 공론화 과정을 통해 사회 내에서 갈등조절과 문제해결의 방향으로 수용될 가능성이 있죠.

사회자 사이버상의 공론의 장에서도 합리성이 떨어지는 주장은 자연스레 배제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말씀이시군요.

코미디는 코미디로 봐야 하는데 지나치게 진지하게 대꾸해주는 게 오히려 문제인 것 같아요.

사실은 인터넷의 효과를 동원 수단으로만 기대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아니거든요. 민주노동당도 마찬가지지만, 중요한건 정치적인 구도와 쟁점 하에서 응집력을 갖는 이슈로만 시민들이 모이는 게 아니라는 거죠. 2002년 이후 생명평화운동이 확산되면서 지율스님의 천성산살리기 단식농성 같은 경우, 단순히 개발론적 합리성만으로는 승산 없는 싸움이고 어떤 맥락에서는 합리적 타당성도 없어 보이지만 가치기준에서 재배치할 땐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가 되는 거죠. 이렇듯 (시민운동은)이슈의 다양화속에서 자기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자 올 한 해 동안 일어난 모든 사안을 논의해보는 건 어렵더라도, 이라크파병반대나 반전평화문제는 한국사회, 우리 운명과도 밀접한데요. 얼마 전 치러진 미국대선과 한반도, 동북아 평화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은 선거 전후해서 공공연하게 선제공격을 말하면서 전쟁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데요. 이태호 국장께서 미국 대선 이후 대미관계, 한반도 평화와 시민사회의 대응, 향후 전망 등에 대해 먼저 말씀해주시지요.

시민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

이라크파병이 올해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첫째, 이라크전쟁이 가져온 세계사적 변화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두 번째는 그런 조건 속에서 당시 새 정부였던 노무현 정부의 한반도 정책을 포함한 외교안보정책을 검증하는 시금석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지난 2년간 진행된 파병반대운동은 한국사회에서 최초로 제기된 본격적인 평화운동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부시가 전쟁을 일으켰을 때 전 세계 천만 명 이상이 시위를 한 것은 인터넷이 없으면 불가능했죠. 그런 의미에서 미국이 하나의 슈퍼파워라면 또 다른 슈퍼파워는 ‘반전운동’인데 절반은 인터넷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로마시민이 로마를 바꾸는 것은 어렵다는 역사적 진실이 이번 미국대선에서 드러났고, 미국으로서도 9.11의 충격에서 벗어나기에는 시간이 짧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부시가 집권한 지난 4년 동안 미국의 대외적 위신은 급격히 추락했습니다. 부시의 일방주의가 파놓은 자업자득이죠. 부시집권2기에도 근본적인 정책개혁을 하지 않는 이상 정책적 실패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죠.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한국정부의 선택인데, 집권여당일각에서는 알아서 기는 모습도 보이고, 386의원들은 미군부대에 가서 군사훈련 받겠다고도 했다는데 도대체 무슨 의도인지.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으면 한반도의 안전에 큰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 점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하죠. 파병반대운동과정에서 성찰적으로 고민해야 할 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이라크전쟁이 무의미하고 좋지 않다는 여론은 80~90% 예요. 그런데 파병 반대자는 50%정도로 낮아집니다. 앞으로 파병뿐 아니라 더 민감한 사안에 대해 선택해야 할 일이 산재해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공공연하게 폭격을 하겠다고 하는 상황이고, 통일과정에서 우리가 특수성과 예외성을 주장하다보면 실제로 냉전시대에 형성된 우리의 도그마로 인해 앞으로 한국사회가 닥칠 문제에 대해 진취적 선택을 못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정상적인 사회라면 케리를 선택했겠지만, 부시의 일방주의가 호응 받지 못하고 있으니 미국주류는 정책차이가 없다면 이미지를 바꿔 미국국익을 유지하는 게 맞는 것이 아니냐… , 그러나 미국이 9.11테러 이후 집단적으로 경도된 가치를 회복하고 있지 못한 것 같더라구요. 결국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여러 보수적인 흐름에 대응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켜내는 것도 결국 시민의 힘으로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운동성장 요인은 ‘평가’와 ‘수용’

사회자 삼보일배나 지율스님의 단식이 울림을 준 일이나 생태, 생태와는 또 다른 차원의 생명평화 등 시민운동이 지향하는 가치도 다양해진 것 같습니다. 하 처장님은 올 한 해 시민운동에 대해 이런저런 진단을 많이 하셨는데, 시민운동에 대해 하 처장님부터 간략히 정리하는 말씀을 좀 해주세요.

시청 앞에 보수단체 10만 명이 모여 성조기를 흔들고 해도 별로 위협을 못 느끼는 것은 낡은 과제는 공략하기보다 낙후시키라는 말과 연관해 생각해볼 부분입니다. 시민운동은 싸우는 방식에서 새로운 가치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면이 있습니다. 여러 작은 단체나 새로운 단체들이 제기한 것들이 시민운동에 가져오는 의미나 영향이 큰데 온전하게 평가 되지 않고 여전히 규모가 큰 단체의 사업 중심으로 시민운동 전체를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시야를 넓히고 운동의 변화를 느끼기 위해서는 다양한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노력이 중요하죠. 그 과정을 통해 관성적인 면을 벗어날 수 있고, 작지만 앞으로 운동을 확장시켜야 할 요소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지역의 문제가 예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올해 참여연대는 10주년을 맞아 그동안 참여연대 성장에 장점이 됐던 게 어떻게 단점으로 변화할 수 있나 많이 고민했었죠. 그런데 한 단체 내부에서 지혜를 모으는 게 어렵더라구요. 오랜 관성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탈피하는 것은 지금까지 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거죠. 이제 참여연대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가 대략 그런 조건에 있다고 봐요. 중요한 건 어떤 위치에 있는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출발점이라고 한다면. 거기서 제기된 도전이나 문제의식들을 성실하게 수용할 수 있는가가 두 번째인 것 같습니다. 그 다음은 시민단체가 회원이나 내부 활동가들에게 그 실험공간을 제공하는 게 중요한 거 같습니다.

공고한 가부장적, 권위주의적 사고 아래서 진지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고 봐요. 이런 환경에서 여성운동이 이만큼 성장했다는 점에 박수를 치고 싶어요. 그러나 사람들의 인식보다 제도만 앞서갔다는 문제제기를 더 잘 알기에 다시 지금부터 준비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여성주의적 조직이념방식으로 사람들이 지혜를 모아 여성운동을 잘 해낼 것이라는 믿음도 있고요. 물론 사회의식이 법 제도를 못 따라가는 현실을 여성운동이 어떻게 해쳐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지요.

사회자 2000년 총선 이후 시민사회발전위원회가 활동해왔지만 시민운동의 재생산 구조나 사회적 지원시스템은 취약하고 개개인의 헌신과 희생으로 운동이 지탱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많은 분들이 안타까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시간과 지면제약 때문에 더 많은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점 아쉽습니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 등 노동 현안과 빈곤의 문제, 벼랑끝에 몰린 농업 등에 대해 언급하지 못한 게 못내 안타까운데요. 다른 기회에라도 그런 논의가 이어졌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최인숙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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