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4년 09월 2004-08-04   936

[인터뷰]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전문가지원단장 허선 교수

“최소한의 물질적 보장 없이는 희망이 생길 수 없습니다”

[##_1R|sun.jpg|width=”300″ height=”437″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아름다운 재단과 참여연대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희망UP’ 캠페인이 끝났다. 7월 31일 오전 11시, 한달 간의 체험을 마치고 11명의 체험단을 비롯해 실무진, 자원활동가, 지역 주민 30여 명은 체험지역인 하월곡동 산2번지에서 해단식을 가졌다.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 때문이었을까. 체험단과 실무자들의 표정에서 긴장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임시 상황실이 있던 월곡청소년센터 1층 사무실 앞에서 캠페인의 전문가지원단장으로 또 다른 ‘하월곡동에서 한달나기’ 체험을 한 허선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만났다. 우선 체험을 마친 소감부터 물었다.

“무엇보다 무사히 끝난 것에 감사를 드립니다. 처음에는 무사히 끝나는 것에 감사하게 될지 몰랐습니다. 많은 체험단들이 사명감을 갖고 많은 어려움들을 꿋꿋이 참아내고 이겨낼테니,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한달 동안의 체험만으로도 현실의 어려움을 대변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어려운 체험이었습니다.”

이 캠페인은 과연 무엇을 하기 위해 시작된 것일까. 취지를 다시 확인했다.

“최저생계비는 국민기초생활보호 선정기준으로 사용됩니다. 급여기준으로도 사용되죠. 소득이 최저생계비보다 넘기만 하면 그 정도에 상관없이 수급자에서 탈락됩니다. 수급자의 경우에도, 자기 소득이 있다면 그만큼을 제하고 지원을 받게 되죠. 즉 자기 소득과 지원액을 더해 가게 소득 총액이 ‘최저생계비’가 되도록 하는 것이죠. 이렇게 최저생계비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많죠. 너무 높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고, 한편에서는 최저생활을 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한달동안 직접 살아보면 될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전문가지원단장을 맡은 허선 교수가 바로 국민적 반향을 불러 일으킨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체험에 대한 아이디어를 낸 장본인이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추진을 결심하게 된 직접적 계기는 무엇일까.

“최저생계비 체험에 대한 아이디어는 두 군데서 얻었어요. 우선 최저생계비를 사실상 책정하는 단위인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제가 최저생계비 전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전문위원들 간의 의견대립, 특히 정부 측에서 나온 이들의 주장이 너무 답답했습니다. 속된 말로 속이 터질 지경이었어요. 이들을 무엇으로 설득해야하나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내린 결론이 ‘현장에 가보면 느낌이 달라질 것이다. 직접 체험하고 현장에 오도록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디어를 준 다른 하나는 <체험, 삶의 현장>이라는 프로그램이예요. 또 부모님이 농사를 짓고 계셔서, 제가 가끔 농사꾼 체험을 합니다. 제 체험을 떠올려보니 한번 직접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굳어졌죠. 분명히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우려를 했어요. 최저생계비가 남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죠. 그건 최저생계비에 대해 잘 모르는 겁니다. 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최저생계비가 남을 것이라고 오해하는 그런 분들 때문에 더 체험이 필요하다고 결론짓고 시작하게 된 겁니다.”

캠페인은 낯선 공간에서 한달동안 24시간 내내 계속된 하드코어 프로그램이다. 한달을 무사히 마친 지금, 총 지휘를 맡은 단장으로서 이 캠페인을 어떻게 평가할까.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이 체험은 성공적이죠. 정책결정자들을 체험에 참여시키는 것이 캠페인의 주요한 목적이었는데, 많은 분들이 하루 체험으로 참여했죠. 최저생계비의 문제를 널리 알리는 것도 목적이었는데 많은 언론보도 덕분에 국민적인 관심을 받았구요. 덕분에 체험의 의미가 많이 알려졌습니다.

이제 가구별 최저생계비가 얼마인지 왠만한 사람들은 다 알게 되었잖아요. 또 최저생계비로 월세도 내야하고 공과금도 내야한다는 것, 모든 생활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도 알려졌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체험의 목적은 달성되었다고 봅니다.”

7월 31일로 하월곡동에서의 한달체험은 끝났지만, 사실 ‘희망UP’ 캠페인은 이제부터가 본론이다. 최저생계비의 문제를 공론화시키는데는 성공했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려면 관련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이제 문제는 정책에 얼마나 구체적으로 반영되느냐하는 것이예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의 심의와 올 연말에 있을 최저생계비 발표 등 최저생계비 책정 논의 및 결정과정에 이번 체험결과가 그대로 반영되기를 희망합니다.

8월 2일 기자간담회로 체험결과를 발표하고, 31일에 공청회를 열 예정입니다. 이번 체험 결과를 아주 자세히 정리해 자료로 묶으려고 합니다. 우선 구체적인 최저생게비 산정의 근거자료로 쓰일 수 있도록 정리할 계획이고, 학술적인 연구결과로도 활용되도록 하구요.

또 이 문제가 우리나라 빈곤정책 전반에 대한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 ‹š문에 법제도개선 작업까지 연결시키려고 합니다. 다행히 릴레이체험 등으로 참여한 여러 국회의원들이 앞으로 법 개정 의사를 밝히고 앞으로 입법활동에 참고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번 체험결과가 법 개정 과정에서 주요한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정리할 예정이예요.”

‘희망UP’ 캠페인 체험단과 실무자들이 하월곡동에서 그야말로 뜨거운 7월 한달을 보내고 난 뒤, 얻은 결론은 무엇일까.

“어럽게 살아가는 분들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최저생계비가 아니라 희망입니다. 그분들은 대부분은 지금 절망속에 빠져있어요. 최저생계비는 그분들께 희망을 심어줄 첫번째 단초입니다. 최소한의 물질적 보장없이는 희망이 생길수 없기 ‹š문이죠.

최저생계비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예요. 그분들께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주거와 의료문제를 비롯해 다른 정서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자격을 줘야 합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죠.

일부 납세자들은 그들을 ‘우리가 낸 세금을 축내는 사람’으로 보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그분들도 이전에 성실한 납세자로 살아오셨거든요. 또 그 집에 아이들이 살고 있는데, 그 아이들은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라야할 충분한 권리가 있구요. 납세자들은 자기가 미래에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그들을 우리의 구성원으로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요.”

허 교수는 국가와 연구자에게도 많은 요구를 한다.

“국가는 애써 이 빈곤의 문제, 삶의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데, 외면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살펴보고 체험해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놓아야지요. 체험단 중 한 사람이 이런 말을 했어요. 정책당국자는 현실을 모르고 정책을 결정하는 것 같다구요. 이런 소리 듣지 않게 효과적이고 꼭 필요한 정책대안을 만들어 내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필요한 정책대안이 나오려면, 예산이 필요하죠. 예산의 문제는 세금과 직결되어 있어요. 복지의 확대는 세금을 내는 분들의 동의가 필요하죠. 그래서 정치인 등 정책결정자들이 왜 빈곤계층의 생계를 보장해야하는지를 설명해 세금을 더 내야한다는 것을 설득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 연구자들은 이런 체험을 통해 우리가 갖고 있던 편견을 없앨 수 있어요. 우리가 오해하고 있던 것들, 나태하고 술만 마신다 등 가난한 이들에 대한 편견이 있잖아요. 연구자들은 그분들이 왜 그렇게 되어야만했는지 연구를 통해 밝혀주고 더 나아가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했으면 좋겠습니다.”

하월곡동에서의 한달은 ‘희망UP'(www.hopeup.net)를 통해 실시간 중계됐다. 체험단을 비롯해 자원활동가, 실무진들이 올려놓은 글을 보면 정말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던’ 체험기간이었다.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인지 물었다.

“체험을 시작하기 전에, 전문가지원단이 사전체험을 했었어요. 막상 해보니, 속된 표현으로 ‘이게 장난이 아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방 곳곳에 피어있는 곰팡이들은 잠을 잘 때 스물스물 기어들어올 것 같죠. 그 축축함은 어떻구요. 게다가 체험 처음 단계는 장마기간이었잖아요. 그런 것들을 보면서 과연 체험단이 한달을 잘 견뎌줄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어요.

또 체험시작 하루 전, 릴레이체험자 숙소로 예정한 집의 벽이 무너지는 일이 있었어요. 비 때문에요. 결국 숙소를 바꿨는데, 그때도 어려움을 많이 느꼈죠.

자원활동가와 실무진들도 체험단 곁에서 고생이 많았죠. 특히 뭔가를 먹을때요.(웃음). 지금은 웃지만 최저생계비로만 생활해야하는 체험단에게 먹을 것을 주면 안되잖아요. 실무진과 자원활동가들이 식사를 하거나 간식을 먹을 때, 체험단이 곁에 있으면 서로 괴로웠죠. 체험단이 쳐다보는 눈빛, 그걸 보는 우리도 미안하고 마음이 편치 않았죠.

또 한지붕 세가족의 갈등도 있었잖아요. 체험단은 돈에 대한 압박만 아니라 좁고 열악한 주거공간을 여러 가구가 공용으로 사용하는 것에서 오는 주거스트레스도 견뎌야했거든요. 그로 인한 갈등, 결과적으로 한 가구는 이사를 가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도 그렇고. 그런 순간순간마다 이 체험이 제대로 끝날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것이 사실이예요. 무사히 끝나서 정말 다행입니다.”

고생을 각오하고 자청한 체험단과 자원활동가들은 뜻밖의 보상을 얻었다고 한다. 몸은 힘들었지만, 좋은 벗들을 얻었고, 동네 주민들의 따뜻한 인심을 맛봤고 그래서 희망을 발견했다. 그는 무엇을 보았을까.

“사람들에게 감동 받았습니다. 한마디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였습니다. 체험단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자원활동가와 참여연대 간사들의 헌신적인 노력. 그리고 지역에 계신 수녀님들, 이런 모든 사람들의 열정과 에너지가 그렇게 큰지 몰랐습니다. 이렇게 모인 열정과 에너지가 백배 더 커져서, 뭔가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캠페인 명칭은 ‘희망UP’이다. 희망을 말하고 한발 먼저 다가가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희망을 위로 현실로 끌어올리자는 의미일 것이다.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했던가. ‘최저생계비 한달나기 체험’을 통해 이미 많은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음이 확인되고 있다. 그들의 희망은 같은 방향이지만 또 다른 빛깔이기도 할 것이다. 허선 교수의 희망사항을 물었다.

“일단 최저생계비가 현실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국제수준으로 중위소득의 40-60%라도, 아니 40% 수준이라도 유지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생활이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체험단 모두가 지적한대로, 가난한 이들의 주거공간도 최저주거기준 이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어느 정도의 자기공간이 있어야하는데, 지금의 최저생계비로는 최저주거기준을 충족할 수 없습니다. 전국민 누구나가 최저주거기준 이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그렇게만 된다면 최저생계비에서 주거비로 나가는 항목이 좀 줄어 들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또 의료지원도 전면적으로 바뀌길 바랍니다. 현재 수급자들이 의료비를 보장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액은 아니거든요. 본인이 내야하는 부분이 있어요. 비급여부분도 있고. 사실 이게 말이 안되거든요. 국가가 ‘당신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을만큼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이요’로 해놓고 한편으로는 ‘의료비는 당신이 내시오’라는 것이잖아요. 실제적인 치료는 국가가 다 지원해 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끝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가장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는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해 수급대상에서 제외된 이들이 지원받을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현재 하월곡동 산2번지에서도 비수급 빈곤층이 많습니다. 이들 중 50% 이상이 근로무능력자인 어르신들이거나 아이들이고 수급자보다 어렵게 사는 경우도 많아요. 저도 이렇게 많은 줄 몰랐습니다. 이분들을 이렇게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이분들이 빨리 수급자로 인정되어 국가나 민간에서 지원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선정이 안되었다고 하더라도 의료비와 주거비만은 지원받을 수 있기를 바라구요.”

그러나 만만치 않은 어려움이 있다. 바로 예산문제다. 그래도 허 교수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런 예산도 서로 내겠다고 서로 합의를 하는 상황은 꿈일까요? 그것이 바로 저의 희망이자, 체험단들의 희망입니다. 그래서 우리 국민 모두가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기를, 지금은 어렵지만 앞으로는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거야 하는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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