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3년 11월 2003-11-01   1199

전국이 다시 뭉쳤다!

정치개혁연대가 반드시 실현시키려는 개혁안은…

‘SK비자금 사건’으로 정치자금 투명성 강화를 비롯한 정치개혁의 필요성이 다시 한 번 국민적 공감을 얻고 있다. 270여 시민사회단체의 연대기구 ‘정치개혁연대’는 올해까지 반드시 제도화할 ‘정치개혁 5대 핵심과제’를 선정해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편집자 주

시민사회는 2000년 총선연대, 2002년 대선유권자연대, 2003년 정치개혁연대에 이르기까지 줄기차게 정치개혁을 요구했다. 2003년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야 정치권, 학계, 법조계, 시민사회 대표들로 구성된 정치개혁추진범국민협의회가 발족하여 57개 정치개혁 합의과제를 만들고 의견청원까지 하였으나 전 국민이 공감하는 정치개혁의 요구는 각 정당과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밀려 언제나 뒷전이었다.

올해만 해도 굿모닝시티 사건, 안풍, 현대·한화·대우· SK 비자금 등 정치권은 불법 정치자금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국민들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넘어 분노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스스로의 힘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개혁을 수행할 의지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치개혁을 위한 전국 275개 시민사회단체의 연대기구인 정치개혁연대는 전면적인 정치개혁과 정치부패 척결을 주장하며 10월 14일 ‘정치개혁 촉구 전국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정치개혁연대는 한국 정치의 근본적 혁신을 위해 정치부패 척결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하고, ‘정치개혁 5대 핵심과제와 26개 종합과제’를 발표했다. 정치개혁연대는 273명 국회의원 전원에 대해 ‘1국회의원 1시민단체 전담’ 마크맨으로 붙여, 정치개혁 의지가 약하거나 반대하는 의원들이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 심판을 받게 한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정치개혁연대가 뽑은 5대 핵심과제

정치개혁연대가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정치개혁 과제로 뽑은 5대 핵심 과제는 ▲정치부패척결을 위한 정치자금제도 개혁 ▲1인2표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도입 ▲비례대표 50%와 지역구 30%의 여성 할당 ▲국민참여경선 등 상향식 후보선출 ▲선거연령 18세 하향 조정과 유권자 운동의 전면 허용 등이다.

대통령 재신임을 불러온 SK비자금 사건에서 확인됐듯이 정치자금 투명성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그 구체적인 안으로는 정치자금의 수입·지출 시 수표와 카드 사용을 의무화하여 음성적인 정치자금의 정치권 유입을 차단하고, 100만 원 이상 정치자금 수입 내역의 신고와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 수입 내역의 공개는 정치권이 현실을 앞세워 반대하고 있으나, 정치자금 투명성 제고에 있어서는 핵심사항이다.

선거제도의 개혁 역시 시급한 과제다. 현행 전국구비례대표제는 2001년 7월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을 받았다. 따라서 국회는 1인2표 정당명부제를 시급하게 입법화할 의무가 있으나, 비례대표제에 있어 전국별을 주장하는 한나라당, 권역별을 주장하는 민주당과 통합신당의 견해가 맞서 전혀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1인2표 정당명부제를 도입하면 비례대표 선출의원의 수가 늘어나 지역구 의원의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정치권은 헌재의 위헌판결에도 불구하고 현행 제도의 변경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 168개 국가 중 선거 연령이 20세 이상인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23개국에 불과한 국제적 추세를 보더라도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것이 타당하다. 유권자의 참여를 과도하게 가로막는 현행 선거법도 새로운 시대에 맞게 바꿔야 한다. 역시 세계 꼴찌 수준을 자랑하는 여성의 정치대표성 역시, 비례대표 50%와 지역구 30% 여성할당이라는 강력한 제도에 의해 시정해 나가야 한다.

말로만 개혁! 기약 없이 미룰 셈인가

정치개혁연대 3개 정당대표 면담

장 흥 배 사이버참여연대 기자 hbjang@pspd.org

시민사회의 거센 정치개혁 요구에 직면한 정치권은 너나없이 개혁을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개혁연대와 한나라당, 민주당, 통합신당 등 3당 대표들과의 면담은 정치권의 개혁의지가 시민사회의 요구와는 차이가 많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다.

정치개혁연대는 10월 14일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전국대회’를 갖고, 통합신당 김근태 대표와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를 차례로 면담했다.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10월 17일 면담이 이뤄졌다.

정치개혁연대 대표자와의 면담에서 통합신당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기남 의원은 “지금 개혁안은 만들었는데 아직 내부 저항이 있어 당론 확정은 보장할 수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자 정치개혁연대 대표자들은 “정치개혁을 표방한 신당이 국회에서 정치개혁을 주도해야 하는데 아직 그 역할을 못하고 있으며, 당론 확정도 어렵다면 도대체 무엇을 위해 분당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신당을 질책했다.

김근태 대표는 “먼저 한나라당 최 대표가 지난번에 제안한 범국민정치개혁특위만 구성된다면 정치개혁 반은 이룬 것”이라면서 “통합신당은 한나라당이 제안하는 어떤 개혁안도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처음 당론 확정을 보장할 수 없다던 신기남 의원도 “적어도 당론은 책임지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정치개혁을 표방한 정당치고는 여러모로 아쉬운 면담이었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오전 국회 대표연설을 통해 제안했던 완전선거공영제, 선거사범에 대한 단심제, 후원금 상한선 300만 원 등 자신의 정치개혁 구상을 재확인했다. 정치개혁안에 대한 조속한 당론 확정을 요구하는 정치개혁연대에게 최 대표는 “10월은 어렵고, 11월 말까지 정개특위에서 처리해달라고 요청해 놓았다”고 밝혔다. 이에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정기국회가 끝나면 사실상 당내 경선 일정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10월 안에 범국민정개특위가 구성돼야 11월까지 법안이 국회로 넘어가서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 대표는 정치개혁 논의 일정에 관해서는 확답을 피했다.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정치개혁입법에 대해서는 성의껏 수용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나 “선거 때나 일상적인 의정 활동에는 돈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돈줄을 막아버리는 형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후원자 신원을 공개하면 누가 돈을 내겠는가? 이것이 현실이다”며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100만 원 이상 정치자금 수입내역 신고·공개 의무화’에 대한 반대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혔다.

3당 대표와의 면담에서 과거보다 진전된 정치권의 정치개혁 의지가 일부 확인됐지만 정치권 스스로 정치개혁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낮아 보인다. 홍석인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합의한 바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없는 게 가장 문제”라며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지난 6월 대표취임연설에서 제안한 범국민정치개혁특위 역시 계속 구성이 미뤄져왔고, 그 위상 역시 국회법을 핑계로 특별기구가 아닌 자문기구로 낮추고, 언제 구성할지도 분명히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석 인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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