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3년 01월 2002-12-30   823

SOFA 개정 앞장 선 개혁국민정당 국회의원 김원웅

‘무죄평결은 주권국가의 사법권 침해다’


얼마 전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개혁국민정당에 입당해 화제를 모았던 김원웅 의원이 최근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에 적극 앞장서 또다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김 의원은 요즘 개혁국민정당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전국을 일주하고 있어 국회 사무실을 거의 비워두고 있다. 인터뷰가 있던 지난 12월 13일은 마침 미군 궤도차량에 깔려 숨진 여중생들을 추모하기 위한 가수 윤도현의 게릴라 콘서트가 서울 광화문에서 있던 날이었다. 촛불시위에 참가하고 윤도현 씨에게 인사도 하고 싶다며 광화문으로 향하는 김 의원을 따라 차에 올라탔다.

여중생사망사건 이후 SOFA 개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매우 뜨겁다. 현직 의원으로 이러한 움직임을 보는 심정이 어떤가.

“SOFA는 강대국의 오만이 담긴 문서다. 많은 분들이 요즘 촛불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57년동안 계속돼온 불평등한 관계에 대한 항의다. 단지 여중생사건 때문만이 아니며, 그동안 쌓여온 국민의 감정이 지각을 뚫고 나와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것이다.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대사가 우리에게 부시의 사과를 전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미국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가. 부당하다고 지적하기는커녕 거꾸로 이렇게 나오는 것은 한국정부의 비자주성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번 기회에SOFA의 독소조항, 특히 재판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어처구니없는 건 시위대에 대한 미군병사들의 항의다. 우리나라 경찰에게 엄중처벌을 요구하다니, (미국은) 고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주권국가의 사법권 침해다.”

김 의원은 「불평등한 SOFA재개정 촉구 국회결의안」을 지난 12월 9일 여야의원 57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의장에게 전달했다. 이 결의안은 내년 1월 열릴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통과 전망은 어떠한가.

“한국 의회의 SOFA 재개정 촉구 건의가 미국에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 정부의 대미 협상력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본다.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임시국회가 열릴 때 각 당이 공개적으로 건의할 것이다.”

김 의원은 ‘미군범죄특별전담기구설치’를 주장했다. 이를 통해 뭘 어떻게 하자는 건가.

“현재는 미군 범죄가 일어나면 관할 파출서에서 경찰을 보내 해결하는 수준이다. 범죄자에게 말 한번 제대로 못 건넨다. 있는 권한도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앞으로 미군 범죄가 일어나면 SOFA에 관해 잘 알고 있는 전문가가 현장에 보내져야 한다. 지금처럼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에 방해가 된다면 주한미군은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의 진의는 무엇인가.

“주권국가끼리 맺은 계약이라면 기본정신이 있어야 한다. 주권에 대한 존중과 호혜평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한미상호방위조약은 근본적으로 불평등하다. 다른 나라는 미군이 주둔하게 되면 주둔기간을 반드시 표시한다. 주둔지역도 정하고 지도까지 붙인다. 그런데 우리는 영구주둔이다. 주둔지역도 미군이 정한다. 이건 불평등의 극치일 뿐만 아니라 영토주권을 포기한 것이다. 냉전시대에는 주한 미군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억지력을 가졌다. 그러나 지금은 탈냉전시대다. 남북관계도 변하고 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주한미군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고 있나 장애물이 되고 있느냐 하는 문제다. 비무장지대 지뢰제거 검증조차도 미군이 주도했다. 남북관계 발전을 발목 잡는 듯한 인상이고 점령군의 고압적인 태도만 보여준다. 앞으로 누가 집권을 하든 주한미군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말이다.”

『월간조선』 조갑제 편집장은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우파를 대표하는 것으로 보였던 이회창 후보가 부시 대통령의 사과와 한미행정협정의 재개정을 요구함으로써 반미운동에 편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갑제 편집장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과연 우리 사회에 진정한 보수세력이 존재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수주의는 민족주의적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보수는 민족주의의 주도권을 진보주의에게 넘겨줬다. 보수의 가장 큰 덕목을 상실했다. 미국이 우리민족의 자존심을 짓밟고 있는데도 가만히 있다니, 사대주의 좇는 보수세력이 어디에 있는가. 그들은 퇴출시켜야 한다. 위장된 보수와 수구세력이 한반도에 있어서는 안 된다. 강대국에 한반도의 이익을 넘겨주려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군대를 기피하는 보수세력이 어디에 있는가. 병역의 예만 들어보아도 우리의 보수파는 자녀를 군에 보내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 영국의 보수파 자제들은 진보당보다 더 많은 전사자를 남겼다.”

개혁국민정당에 들어온 지도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 그동안의 활동과 향후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자민련, 심지어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한나라당에 입당할 때 나는 탈당했다. 황량한 벌판에 혼자 나와 있는 기분이었다. 개혁국민정당으로부터 합류 요청을 받았을 때 끝까지 독자세력화를 하겠다는 데에 합의했기 때문에 들어간 것이다. 대선이 끝나면 기존 지역주의 정당에 선전포고를 할 것이다. 2004년엔 우리가 정치의 새로운 주도세력이 될 것이다. 우리는 정치적 야심가들이 출처불명의 돈으로 유지하는 당과 다르다. 매달 1만 원씩 내는 진성당원의 당비로 당을 운영한다. 이들에게 의사결정권이 있고 전체투표로 결정된다. 현재 57개의 지구당이 만들어져 있다. 한국정당사에서 당비로 운영하는 당 봤는가. 민주노동당과 우리뿐이다. 그렇지만 민노당과 우리는 이념적 스펙트럼이 다르다. 하나의 대안정치세력이 될 것이다. 우리는 정치적으로는 중도적 성격이 강하고 계급성이 없다. 형태 면에서 부패가 없는 게 차별성이다. 광범위한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들에 관심을 쏟을 것이다. 앞으로 사안 별로 노선이 같다면 민노당 등과 정책을 공유할 수도 있다.”

탈당 이후 한나라당의 개혁 성향 의원들과 어떤 대화를 했나. 그들의 고민은 무엇이며 김 의원의 탈당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나.

“한나라당 안에서 개혁파의 입지는 좁아졌다. 한나라당의 노선을 개혁으로 견인하기에는 너무 많이 나가 있는 게 아니냐는 고뇌를 많이 했다. 나는 개혁국민정당의 출범 의미가 매우 크다고 생각했는데 신문엔 한 줄 밖에 안 나왔다. 박근혜나 장세동의 회동은 상자기사로 쓰고 사진까지 실어주면서. 일부 의원들은 걱정하지만 나는 가서 살리자고 말하고 싶었다. 앞으로 양질의 정치인을 합류시키는 견인차 노릇을 할 것이다.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나 우리 당에 들어올 수 없다. 기존정당에 몸담고 있는 개혁파는, 한나라당에선 셋방살이하는 거고, 민주당에선 전세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거기서 개혁적 목소리를 내어 인기관리하고 당직을 받아 챙기는 것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황지희(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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