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3년 09월 2003-09-01   1845

인터뷰 – 한총련 변론의 ‘단골’ 장경욱 변호사

‘욕만하지말고 한총련의 외침을 들어보라”


우리사회에서 한총련은 ‘과격-불온세력’의 대명사다. 지난 8월 7일 한총련 소속 대학생 12명이 미군의 신속기동여단(일명 스트라이커부대)의 국내 훈련에 반대하며 경기도 포천군에 있는 미8군 종합사격장에 기습적으로 들어가 탱크 위에 올라타는 등 시위를 벌인 사건이 있었다. 이들의 변론을 맡은 장경욱 변호사를 만났다. 편집자 주

시위에 참가했던 12명 학생전원이 구속된 상황이라고 들었다.

“전원구속은 분명히 이례적이다. 한총련 시위로만 비교해도 그렇다. 미대사관에 기습시위를 벌이며 페인트병을 던졌던 사건이 있었는데, 이때도 6명 중 2명만 구속되었다. ‘구속’은 도주, 증거인멸 등을 우려해 취하는 법적 조치다. 이번 사건은 증거는 이미 다 나와있고 피의자들이 학생신분이고 자신들의 주장을 공론화하려는 시도였다는 점 등으로 도주우려도 미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전원구속한데는 여론의 입김이 컸다.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끼치는 불법과격시위’라고 연일 몰아가니 판사들까지 그에 압도당한 것이다. 동시에 이런 면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판사 자신이 적대시하는 사상을 가진 학생들에게 온정을 베풀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생각과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기보다는 저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구속수사해도 괜찮다는 식의 판단 아닌 판단이 있었다고 본다.”

현장범으로 체포된 이들 12명의 죄목은 무엇인가.

“일단 신고하지 않고 시위를 했으니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 위반이고 군사시설 내에 부대장의 허가없이 잠입했으니 ‘군사시설보호법’ 위반이다.”

시위에 참가했던 학생들은 모두 본인들이 현장에서 체포될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구속수감까지 각오하면서까지 전하려던 주장은 무엇인가. 수많은 언론보도가 있었으나 정작 한총련이 왜 이번 시위를 했는지는 나오지 않았다.

“미군은 주한미군 재배치 전략을 짜면서 주둔군을 줄이는 대신 후방의 신속한 기동력을 증대시켰다. 스트라이커 부대라 불리는 신속기동여단을 신설하고 첫 해외군사훈련 지역으로 한국을 선택해 7월 31일 경기도 포천 영평사격장에서 현지적응훈련 중이다. 이에 대해 한총련은 ‘한반도의 전쟁 긴장감이 현실화되는 것 아닌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으로 이어져 핵전쟁의 위기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된 것이다. 이 상황을 모든 국민들에게 알려 함께 전쟁위기를 막아보자는 의도였고, 과격시위로 문제가 된 장갑차 기습은 우발적이었다고 한다.”

현재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라는 정세인식에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이렇게 다소 동떨어진 상황인식부터 시민사회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힘든 측면이 있다.

“여론이 불리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반전될 것이라 믿는다. 이들의 행동을 집시법이나 군사시설보호법 등 실정법위반이라는 점은 인정하나, 단순히 생각이 다르다는 것만으로 적대시하고 무리하게 구속 수감해서는 안된다.

사상의 자유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되는 것 아닌가. 특히 일단 ‘미군반대’라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고 적화통일에 찬성하는 걸로 해석되는데, 솔직히 뭐가 위협인지 이해가 안 된다.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 유지를 위해서는 외국군대 주둔을 적극 지지해야하고, 반대하면 이 질서는 끝장난다는 법칙이라도 있었나. 이런 비이성적인 논리를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국가보안법이다.”

재판과정에서 사상검증식 심문이 이뤄지는가.

“그렇다. 검사나 판사가 사상검증식 질문을 하고 답변에 대한 경향성을 가지고 판결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예 진술과정에서부터 경찰이 레퍼토리를 주고 학생들에게 진술서를 쓰라고 한다. 한국사회의 모순이 뭐냐, 남한이 미국의 식민지냐, 미국은 제국주의 국가인가, 북한의 지도자, 지도사상, 체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대중정부가 친미사대주의 정권인가 등을 집요하게 묻는다. 이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오히려 ‘질문하는 판검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며 역질문을 하라고 조언해주지만, 학생들이 대체로 겁을 먹거나 신문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대부분 요구하는대로 진술하고 나중에 이것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 물론 재판과정을 통해 자신의 요구를 더욱 당당하게 밝히는 학생들도 있다”

한총련 문제는 악순환의 연속으로 보인다. 반복되는 수배행렬만 봐도 그렇다. 매년 전국의 대학생들이 투표로 뽑는 학생회의 대표조직이 이적단체라니, 검찰이나 법원의 판결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적단체 규정부터 코미디고 난센스다. 1998년부터 올해 11기 한총련까지 법원에서 매해 이적단체로 판결했다. ‘한국 대학생들의 연합’은 이적단체이므로 매해 직접 투표해 이를 구성한 행위는 방조죄에 해당한다. 검찰은 한총련 소속 구성원까지 그런 것은 아니고 대의원들만 수배대상이라고 하지만, 검찰의 시각으로 보면 전국 대학생들은 방조범이다. 이런 상황을 이성적이고 타당하다고 보아야 하는가.”

한총련 합법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재판과정에서 달라진 점은 없는가. 또한 이번 사건이 합법화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말은 많은데 합법화된 게 아니지 않는가. 여론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나 강금실 법무부장관이 합법화의 문을 연 것으로 비추는데 이것도 사실이 아니고, 두 사람 머릿속에는 합법화 구상이 있을지 모르지만 검찰수사 분위기로는 합법화의 기미는 안 보인다. 예전처럼 무차별 수배를 안하고 중앙위원급만 잡겠다는 고는 하지만 올해도 역시 이적단체라는 점에서는 달라진 게 없다. 이번 사건에 대한 강경대응만 보더라도 그렇고. 그래놓고 얼마 전 검찰은 한총련 의장은 온건파라고 발표했다. 이적단체 수장이 온건파라니 앞뒤가 안맞는다.”

변호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구속학생들 부모들을 설득하는 일이다. 공부안하던 착한 애가 이상해졌다면서 난리치기도 해서 선배들 면회가 금지되기도 했다. 부모입장에서는 충격이지만 나름의 신념에 따라 한 행동을 이해하고 학생들을 믿으라고 설득한다.”

주변에서 장경욱 변호사를 두고, ‘한총련으로 먹고사는 사람’이라고 부른다던데.

“농담반 진담반이다. 단과대학 학생회장부터 잡아가는 상황이니 한총련에 관련한 사건은 건수부터 많다. 나만해도 1년에 적어도 10건 이상의 한총련 사건을 수임할 정도니까 나처럼 ‘한총련으로 먹고사는’ 변호사들이 꽤 많을 것이다(웃음).”

한총련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변론을 맡은 변호사로서 한마디 해달라.

“한총련이라고 하면 과격좌경분자라면서 외면부터 하지말고 일단 이들의 외침을 들어주길 바란다. 그들 나름대로는 20대 청춘을 저당 잡히더라도 전달하고 싶은 절박한 주장들인데, 이번 사건은 물론이고 일단 한총련하면 비난만 쏟아진다. 안타깝다.”

최현주(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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